통계청은 지난 16일  지난달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12.5%로 전년 동월 대비 1.4%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청년 실업률이 12%대를 넘긴 건 1999년 6월 통계기준 변경 이후 처음이다. 과연 이런 현실을 청년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싱글청년 4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1. 김민우(가명, 26세, 사기업 입사 희망)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의경으로 군생활을 마치고 1년 정도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다녀왔다. 미국에서 지낸 1년간 많은 생각을 했지만, 사실 뚜렷한 무언가를 찾지는 못했다. 지금은 한국에 돌아와 학교를 다니면서 이 곳 저 곳에 이력서를 넣고 있다.

 

목표로 하는 직장이 있는가.

 

특별히 어느 회사를 가고 싶다거나 어떤 일이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그저 걱정 없이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걸 이루기 위해 요구되는 것이 만만치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첫 취업 도전이기 때문에 목표는 되도록 높게 잡았다. 10여개 대기업에 지원서를 접수한 상태다.

 

취업을 위해 준비한 것은?

 

현재 토익975, 오픽AL, 컴활2급, 한국어1급 보유중이고 조만간 치러질 한국사 자격증 시험도 준비 중이다. 토익도 이번에 친 결과가 나오면 저것보다 좋을 것 같다. 이 정도면 그냥 무난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학점은 중상정도기 때문에 여러 기업에 지원하다보면 길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힘든 점은?

역시나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장 힘들다. 취업이라는 것이 운칠 기삼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운도 따라줘야 한다더라. 기업들이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뽑는지 우리 입장에서는 모를 때가 많고... 그러다보니 최대한 많은 기업에 지원하고 하나라도 걸려라 라는 마음을 갖게 된다. 특히 문과. 그것도 비상경계열 학과를 다니다보니 아무래도 불안한 마음이 있다. 경제학을 이중전공으로 선택했지만 도움이 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할 것 같다.

 

현재의 취업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솔직히 마음 한 편에 ‘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있다. 어떻게 보면 건방져 보이는 이야기지만, 사실 이런 마음에는 ‘나도 아니겠지’가 아니라는 데서 오는 불안감도 섞여있다. 특별하지 않으면 언제든 절망적인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그런 불안감. 취업전선에 처음 뛰어든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자신감이 언제든 꺾일 수 있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주변을 둘러봐도 힘들다는 이야기 뿐이니 사실 걱정이 안될 수가 없다.

      
2. 신규현(가명, 27세, 공기업 입사 희망)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원래는 행정고시를 준비하다가 마음을 바꿨다. 지금은 대학교 마지막 학기를 휴학하고 고향 근처 공기업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 주로 피피티로 발표자료 만들거나 일반적인 사무를 돕고 있다. 견학 온 학생들을 안내하기도 한다. 채용을 전제로 하는 인턴은 아니지만 근무환경이 좋은 편이라 만족하고 있다.

 

목표로 하는 직장이 있는가

 

지금 인턴을 하고 있는 공기업이 제법 마음에 들어 이후에도 이쪽 분야의 공기업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인턴 경험이 생겼기 때문에 다음에는 채용연계형 인턴을 지원해볼 생각이다. 잘 된다면 마지막 학기는 등록만 하고 안다닐 확률이 높을 것 같다.

 

취업을 위해 준비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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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고시를 준비했기 때문에 많은 자격증을 따지는 못했다. 한국사1급과 오픽 ih만 가지고 있다. 학점관리는 그래도 잘해놓은 편이다. 그래도 공기업 인턴 경험이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힘든 점은

 

취준생에게 힘든 건 취업이 안 되는 것. 그러니까 자신이 취준생이라는 상황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굳이 하나 꼽자면 최근 부족해진 체력이다.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쉽게 지치고 장시간 공부하는 것이 어렵다.

 

현재의 취업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취업난은 당연한 일인 것 같다. 대학교에 진학하는 사람들은 늘어났고 그에 비해 기업에서 사람을 뽑는 수는 줄어들었으니까. 게다가 생활물가가 너무 올라서 일정 수준의 급여를 받지 못하면 생활하기 힘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좋은 일자리에 대한 수요는 늘어만 가고 경쟁이 심화되다보니 부담도 가중되는 것 같다.

3. 권태환(가명, 25세, 창업 희망)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군대를 다녀와 호주에 어학연수를 갔을 때 마음이 맞는 형을 만나 함께 스타트업을 차렸다. 그리 큰 규모의 회사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비전이 있다고 생각해 어느덧 2년이 돼 간다. 지금은 더 이상 휴학을 할 수 없어 복학 후 전공공부를 하고 있다.

 

목표로 하는 직장이 있는가.

특별히 목표로 하는 직장은 없다. 다만 내가 즐겁다고 느끼고 비전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싶다. 그게 창업이 될지 취업이 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할 것 같다.

 

취업을 위해 준비한 것은

딱히 취업을 위해 따로 준비한 것은 없다. 다만 직접 스타트업을 구상하고 경영해서 2년동안 유지했다는 것 만으로도 나만의 경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힘든 점은

국가에서 스타트업을 장려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부모님들은 창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계신다. 대학 졸업이 사실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집에서 반대하니 일단은 다니고 있다.

 

현재의 취업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본질적인 문제는 교육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들 같은 것을 배우고 대학에 들어갈 때가 돼서야 '전공'을 정한다. 그러나 막상 자신이 선택한 전공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기보다는 성적에 맞춰서 혹은 좋은 대학교의 이름을 받기 위해서 대학을 진학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다보니 취업할 때가 되면 남들이 준비한다는 것,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따라하려고 한다. 결국 같은 것을 배우고 같은 것을 준비한 사람들끼리의 경쟁이되니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진다. 함께 이길 수 없다. 그것이 반복돼 이제 청년들은 무기력에 빠졌다. 해야 할 것도 많고, 싸워야할 '적'도 많으니까.  

 
4. 이상훈(가명, 26세, 고시생)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할 때부터 조금씩 행정고시 공부를 했고, 1년 정도 전부터 신림에서 고시공부를 하고 있다. 주말에 여자 친구를 잠깐 만나는 것을 빼면 일상이 공부다. 하루종일 공부하는 것이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져서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지내고 있다.

 

목표로 하는 직장이 있는가.

 

행정고시를 패스하고 공무원이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굳이 희망하는 근무지를 꼽자면  고향에 있는 시청이다. 서울에서의 생활도 나쁘진 않았지만, 지내다보니 역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신림에 너무 오래있었나보다. 

 

취업을 위해 준비한 것은

 

행정고시에 응시하기 위한 공인영어성적, 한국사 등의 기본적인 자격증 정도만 가지고 있다. 자격증 말고 준비한 것이라면 시험과 관련된 공부를 꾸준히 했다는 것이다. 물론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하지만, 이번에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힘든 점은

 

고시생으로 생활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불안감이 커진다. 내가 열심히 공부한다고 무조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몇 년 체험하다보니 정신적으로 힘들다. 주변에서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이 먼저 합격해서 신림을 떠나는 걸 보는 것도 괴롭더라. 아무래도 리스크가 있다보니 계속 고시에 매달려도 될까 라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한다.

 

현재의 취업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취업난은 기성세대에게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대학을 졸업해야하고 그들(기성세대)이 규정한 ‘좋은 직장’을 가야하고, 그렇지 못하면 ‘패배’한 것처럼 몰아가는 인식이 가장 큰 문제다.

 

그들은 ‘요즘 애들은 쓸데없이 눈이 높다’고 말하지만 기성세대가 은연중에 드러내는 인식들을 생각해보면 ‘요즘 애들은 기성세대의 눈치를 본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좋은 직장'은 정해져있고 그곳에 가려는 사람들은 많다. 당연히 경쟁을 해야하고 이기려면 준비가, 시간이 필요하다.

또, 설사 그런 인식들을 뒤로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해 금방 그만두거나  힘들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현실이다.  취업한 청년이 사회에서 받는 대우와 보상은 사회의 인식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인턴에디터 송문선 azurebea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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