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 해도 한 달밖엔 남지 않았다. 치열한 고민과 성취의 환희가 엇갈리며 순간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간다. 쉼 없이 달려 온 에너지를 쏟아낸 지금, 재충전이 필요하다. 때론 화려하게 또 때론 수수하게 다가오는 그 섬 제주에서 한해를 마무리하는 쉼표 하나 찍고 가자.

“폭삭 속아수다”(수고했습니다 라는 의미의 제주어)라는 섬의 속삭임과 함께 비우고 다시 채울 용기를 얻자. 제주관광공사가 추천하는 10곳의 연말 여행지를 소개한다.

 

■ 일몰축제, 해넘이명소

사진=제주관광공사

다사다난했던 한해의 쓴맛을 넘겨버리고 맑은 얼굴로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면? 일몰 명소가 제격이다. 제주 서쪽 대정읍 동일리에선 주민들이 함께하는 해넘이 축제가 마련된다. 주민과 따뜻한 음식을 나누는 소소하면서도 정감 있는 이곳에선 해질녘 달집 태우기가 장관이다. 강정포구에선 수평선으로 내려앉는 해를 배웅하고 표선 소금막해변에서는 겨울철 한라산으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볼 수 있다.

좀 더 높이 생태여행의 명소 한라생태숲 전망대에서 관탈섬과 보길도를 내려다보며 산 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도 독특한 경험이요 수월봉 팔각정에 올라 360도 뷰와 함께 얻는 차귀도 바다 일몰도 좋다. 여기에 100년 역사 등대가 자리한 사라봉 일몰까지 제주 곳곳 일렁이는 해넘이를 배경으로 올 한 해 수고한 나를 토닥이며 차분하게 새해를 맞이할 준비에 나서자.

 

■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제주윈터페스티벌

제주 겨울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은 제주 윈터페스티벌이 12월 21일부터 한라산 어리목 일대에서 열린다. 제주의 겨울을 담아갈 포토존과 눈썰매, 컬링 등 동계 액티비티, 대형 윷놀이 투호 등 전통문화체험까지. 연인 혹은 가족들과 함께 제주의 겨울을 맘껏 즐기자.

사진=제주관광공사

성탄절을 앞둔 4주 전부터 세계 각지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제주에선 크리스마스 박물관이 행사를 준비했다. 성탄까지 매일 오후 열리는 제주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다양한 크리스마스 소품과 아티스트들의 작품, 셰프들의 크리스마스 디저트와 요리를 선보이고, 아이들을 위한 체험활동으로 즐거움을 키운다.

 

■ 제주 신화전설 탐방로

제주 신화전설 탐방로 ‘신나락 만나락’은 제주도를 본뜬 모양에 총 5개 코스와 14개 조형물 쉼터로 조성됐다. 화산송이 길과 곶자왈, 그리고 돌담길과 정낭으로 제주적인 정취를 유지한 공간에 제주의 대표신화들을 조형물과 안내문으로 전한다.

30분이 소요되는 가족길을 걸어도, 1시간이 걸리는 둘레길을 걸어도 자연 속에 녹아있는 제주인의 삶을 느끼기에는 무리가 없다. 제주의 탄생부터 신들의 사랑과 아픔, 삼각관계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까지 섬에서 오래도록 흘러온 이야기 속으로 한걸음씩 걸어 들어가며 제주신화역사공원에 신화전설탐방로가 있다는 사실도 기억하게 될 것이다.

 

■ 예술의 향취 속으로...디지털 아트 뮤지엄

사진=제주관광공사

제주 서부 애월에 디지털 아트 뮤지엄이 문을 열었다. 첫 전시는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한 러시아 예술 ‘알리사, 리턴 투 원더랜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재해석해 몸을 움직여 미션을 수행하는 이 작품은 몸을 뜻하는 피지컬과 디지털이 합쳐진 국내 최초의 피지털 예술이다. 미끄럼을 타고 트램펄린에 올라 뛰는 것도 작품의 일부란다.

디지털 영상 속 클림트와 훈데르트 바서의 작품 속으로 인도하던 빛의 벙커가 새 옷을 입었다. 이제는 빈센트 반 고흐의 세계라니, 모두가 사랑하는 그의 작품 속으로 선뜻 들어가고 싶어진다. 신상 테마파크에서도 우리가 사랑하는 예술가 고흐를 만날 수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반가운 그의 얼굴이 보이고 전용 앱을 깔면 멈춰있던 그의 작품이 움직이며 나에게 말을 건다. 미로체험과 파충류관은 덤!

 

■ 궁대오름(궁대악)

동서로 낮게 누운 활모양 산체로 궁대오름이라 불리는 이곳은 정상높이 239m, 가장 긴 탐방로가 2.5km의 작고 완만한 오름이다. 잘 가꾸어진 탐방로 덕분에 편백나무와 삼나무, 상수리나무로 우거진 숲을 쉽게 오를 수 있고 제주 동부의 오름과 풍력발전기의 풍경도 조망 가능하다. 탐방 코스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30분이 소요되는 전망대 탐방로와 1시간짜리 자연생태공원 순환탐방로, 80분이 소요되는 궁대오름 둘레길까지 형편에 따라 골라 걷자.

미리 신청하면 전문가의 오름 해설도 준비된다. 오름 주변에 조성된 자연생태공원에서는 노루를 비롯해 사고로 구조되어온 야생동물들을 살피며 전문가의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연중 만들기 체험, 계절별 생태학습 프로그램까지 마련된 자연의 놀이터에서 온 가족의 휴식이 기다린다.

 

■ 수상한 집

사진=제주관광공사

이름부터 수상한 이 집은 4.3과 조작간첩 등 국가폭력의 피해자인 강광보씨의 시간과 공간에서 출발한다. 오래 전, 간첩 혐의로 아들이 감옥에 갇히자 그의 노부모는 아들이 돌아왔을 때 뉘일 자리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손수 집을 지었다. 이후 돌아온 아들은 부모와 함께 이곳에 살며 진실을 위해 싸웠고 이제 국가폭력 피해자를 위해 공간을 내놓았다.

오래된 작은 집을 현대식 3층 건물이 둘러싼 이 독특하고 수상한 형태는 더 이상의 피해는 없어야겠다는 마음들이 모인 후원과 펀딩으로 만들어졌다. 옛 집은 세계최초 조작간첩 피해자 기념관으로, 나머지 공간은 게스트하우스나 강의실, 카페로 활용되고 있다. 아픈 역사의 일부분을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는 공간에서 지금도 우리 곁을 살아가는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이야기에 한걸음 다가가자.

 

■ 팜파스 그라스 배경으로 인증샷 찰칵

사진=제주관광공사

서양억새인 팜파스 그라스는 사람보다 큰 키에 부드럽고 풍성한 꽃대로 낭만을 자아낸다. 숲과 하늘로 둘러싸인 이 비밀스런 농장에는 마치 깃털처럼, 목화솜처럼 풍성한 팜파스그라스가 피어 꽃이 귀한 계절 얼어가는 마음을 간지럽힌다. 단, 개인 사유지에서 판매용으로 재배중이기에 입장료가 있다는 점을 미리 알고가자.

농장 근처 영주산에 올라 팜파스 그라스를 내려다보는 알뜰족의 비법도 있다. 그런가하면 철 맞춰 독특한 식생으로 꾸며지는 정원카페에서는 핑크뮬리에 이어 코키아가 빛을 발한다. 기온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신기한 이 식물이 그 순간 어떤 모습일지라도 실망하지 말자. 눈앞에 아른거리는 포근한 질감과 색감 이상, 그 작은 생명 그 자체로 지친 이들에게 위로가 될 테니까.

 

■ 간식도 제주스타일

어디에도 없는 제주만의 간식을 원한다면? 여기 한라산의 사계절을 담아낸 수제 베이커리가 입소문을 타는 중이다. 산의 능선과 백록담까지, 빵이 아니라 예술작품에 가까운 디테일에 누가 봐도 제주라는 독특함이 디저트는 물론 선물용으로 인기다. 빵과 함께, 다양한 색감의 한라산 초콜릿과 제주도 초콜릿도 다른 어디서 볼 수 없는 맛과 모양으로 유혹한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주 명물 흑돼지와 당근도 제주다운 간식으로 변신했다. 오동통한 얼굴의 흑돼지 마카롱, 짧고 굵은 주황빛 당근마카롱으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귀여워서 어떻게 먹나 해놓고 달콤함에 나도 모르게 한 입 더! 제주에만 있는 독특한 아이스크림은 어떤가. 귤빛 바탕에 잎색 글자, 탐나바와 탐나쮸. 제주 감귤 100%의 진한 새콤달콤함을 아무데서나 파는 게 아니라니 발견하는 재미까지. 탐이 난다 탐이 나!

 

■ 서귀포 펍크롤

이집 저집 돌아다니면서 술을 마신다는 뜻의 ‘펍크롤’은 하와이, 홍콩, 런던 등 해외 여행지에서는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제 제주의 여행 트렌드도 글로벌해진다. 세계적인 여행 플랫폼이 제주에서의 밤문화로 손꼽은 서귀포 펍크롤은 도심과 자연이 어우러진 서귀포 시내를 느리게 걸으며 술도 마시고 제주의 정취도 마시는 방법이다.

사진=제주관광공사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저녁 집결지에 모여 함께 도보로 이동하며 매번 다른 레퍼토리와 흥겨운 음악,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 맥주부터 칵테일까지 펍마다 개성 있는 술맛과 서귀포의 아름다움에 취할지도 모른다. 특히 저녁 5시부터 시작되는 토요일 펍크롤에서 노을을 만나면 쉼이 더해진다. 주의사항은 딱 하나, 과음 금지다.

 

■ 옥돔과 꿩 요리

겨울이 제철인 생선 가운데 옥돔도 손꼽힌다. 비린내가 없고 담백하며 독특한 풍미의 이 흰살생선은 제주의 잔치나 제사상에 빠지지 않을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아온 제주의 특산품. 다른 생선처럼 구이로 즐기는 건 기본, 국으로도 인기다. 옥돔 살을 넣은 미역국도 좋지만 특히 겨울철 보약이라 불리는 무와 함께 끓인 옥돔뭇국은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지금도 제주의 산간이나 들판에서 종종 꿩을 마주칠 수 있는데 그 꿩으로 만든 음식들도 제주인의 소울 푸드로 자리 잡았다. 좁쌀감주에 꿩고기를 넣고 졸인 꿩엿은 옛 제주인들의 민간요법이자 겨울 보양식이다. 저지방 고단백의 꿩고기를 얇게 저며 육수에 익혀먹는 샤브샤브, 꿩고기를 넣은 만두, 살코기를 양념해 구워먹는 꿩구이 모두 제주의 겨울건강식이자 제주를 찾는 이들이 한번쯤 즐길만한 특별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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