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테 디 콰트로(고훈정 김현수 손태진 이벼리)가 리스너들을 목소리의 ‘겨울왕국’으로 초대했다.

국내 음악계에 본격적인 크로스오버 열풍 개척자 역할을 자임한 포르테 디 콰트로는 존재의 이유를 입증했던 1집 ‘포르테 디 콰트로’, 라흐마니노프·차이콥스키·말러 등 클래식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꾸민 2집 ‘클래시카’, 직접 프로듀싱에 참여한 2.5집 ‘컬러스’에 이어 1년여 만에 3집 ’아르모니아‘를 발표했다. 지난 9일 광주를 시작으로 전국투어에 매진하고 있는 네 보컬리스트를 찬바람 날리는 11월, 강남 논현로에서 만났다.

이탈리아어로 조화, 화음을 의미하는 앨범 명 ‘Harmonia’에서 짐작되듯 4중창 화음의 성찬이 인상적이다. 대규모 오케스트레이션이나 밴드 편성을 배제한 채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등 간소한 찬으로만 만들어낸 서정과 품격의 한상차림 느낌이다.

2017년 JTBC ‘팬텀싱어’ 시즌1 때부터 환상의 호흡을 보여줬던 서울대 음대 동문인 테너 김현수의 선 고운 목소리와 테크닉, 베이스 손태진의 따뜻하고 풍성한 저음은 더욱 깊어졌다. 테너와 베이스를 넘나들며 발군의 프로듀싱 능력을 발휘했던 뮤지컬배우 고훈정과 청정 파워보컬 연극배우 이벼리의 음악적 성숙은 목소리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전작들에서 대규모 편성으로 노래했는데 우리 목소리가 악기에 묻히는 느낌이랄까 선명하게 들리지 않는 게 아쉬웠어요. 여리든 강하든 우리 목소리가 드러나길 바랐는데 적절히 조화를 이뤘다는 생각이에요. 피아니스트 송영주 선생은 과거 음반 작업도 같이 했고 이번 앨범에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하셨어요. 레코딩 연주자 여덟 분(송영주 콰르텟과 스트링 콰르텟) 그대로 전국투어를 하자가 목표였는데 현재 함께 공연하고 있으니 소망을 달성한 셈이죠.”

신보 제작 단계에서 정한 포르테 디 콰트로의 좌표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곡을 꼽자면 모차르트의 미완성 레퀴엠 중 ‘라크리모사(눈물의 날)’와 브릿팝 밴드 콜드플레이의 ‘픽스 유’다. 애통함의 정점을 찍는 대규모 합창곡을 현악기와 보컬만으로 편곡해 원곡의 서정성과 고양되는 긴장감을 고스란히 살려낸 ‘라크리모사’는 포르테 디 콰트로의 클래식적 뿌리를 웅변한다.

멜랑콜리한 록 선율로 전 세계 청자를 사로잡은 콜드플레이의 명곡 ‘픽스 유’ 역시 피아노·기타·현악기만으로 록밴드 편성을 대체한 가운데 현대의 팝 음악에 클래식 가교를 놓는 팀의 정체성을 명징하게 드러낸다.

이외 세계 3대 카운터 테너 안드레아 숄의 ‘백합처럼 하얀’, ‘팬텀싱어’ 결선에서 열창했던 ‘베틀노래’, 창작곡 ‘컴포트’ ‘새벽의 끝에서’ ‘별의 노래’ 등 총 12곡이 반짝반짝 빛난다. 프렐류드-인터메초-코다와 같이 오페라 형식을 취한 앨범 구성도 이채롭다.

창작곡 3곡은 이미 정해놓은 상태에서 고민을 거듭하며 커버곡을 모은 뒤 너무 화려하다거나 하는 등 콘셉트와 맞지 않은 곡들을 빼나갔다. 커버곡들도 미니멀리즘에 초점을 맞췄다.

“빅 사이즈 합장곡 ‘라크리모사’의 경우 악기편성을 줄인 뒤 네 남자 목소리만으로도 임팩트를 살리려 했어요. 너무 빈 느낌 없이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왔죠. 이런 분위기도 괜찮구나 싶어 안도했어요. 1집 때 콜드플레이 ‘비바 라 비다’를 리메이크했을 땐 질렀는데 ‘픽스 유’는 정 반대로 내재시켰다고 할까. 아픔을 치유하는 힐링 메시지라 우리 앨범 결에 잘 들어맞았죠. 특히 원곡에서 기타 리프가 흐르며 사운드가 커지는데 콰르텟으로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이 컸어요. 현악기 특성을 살리면서 원곡의 맛을 유지하고 싶었는데 결과가 만족스러워요. 언젠가 콜드플레이가 꼭 우리 곡을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독학으로 성악을 연마해 화제를 뿌렸던 팀의 막내 이벼리는 현재 연극활동은 접은 채 노래 연습과 팀 활동에 ‘올인’하고 있다. 그는 “이번이 저희의 5번째 음반이에요. 3장의 정규앨범을 내면서 점점 더 음악적 다양성과 예술성이 강화되는 느낌”이라고 자평했다.

올해 뮤지컬 ‘킹아더’ ‘호프’에 출연하는 와중에도 팀을 이끌어온 리더 고훈정은 “4명의 목소리 힘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며 하모니에 집중하자는 콘셉트였는데 만족스럽다. 시도하는 것들이 매번 성장해나감을 느끼며 우리의 신념 역시 확고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손태진 김현수는 “아이돌은 24시간 함께 생활하고 활동하는데 우리는 각자 솔리스트로 활동하다가 뭉치기에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맨날 붙어 있는다고 해서 음악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최대한 ‘합’을 위해서 방향성을 잡아나가는 게 중요하다. 더욱이 앨범활동이 끝났어도 기획공연 등이 끊이질 않아 시너지 효과 면에서 긍정적이다. 무대가 선생이다”고 강조했다.

새해에는 시청자들이 기다려온 ‘팬텀싱어’ 시즌3가 방영된다. 원조 우승팀이기에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가 커 보인다. “신선한 팀들이 계속 나오면 크로스오버 음악에 대한 관심도 더 커질 테니 기대되죠. 과거 경연에 임할 때 ‘음악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졌으면 좋겠다’란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잊히질 않아요. 참가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태도일 거예요. 시즌2는 시즌1과 비슷한 포맷과 내용이라 다소 아쉬웠는데 시즌3에선 변화가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음악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경험자로서 예비 팬텀싱어들을 위한 팁도 잊지 않았다. 제한된 시간 내에 ‘합’을 맞추는 게 관건임을 뼛속 깊이 숙지해야 한다. 실력을 떠나 개인의 개성이 강하다 보면 팀원들과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인간적인 소통이 절대적이다. 한 마디로 앙상블 잘 맞추는 게 ‘실력’이란다. 자신이 맡은 음악적 파트에서 뭘 해야하는지를 잘 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빅밴드와 함께하는 연말 캐럴·재즈 콘서트(손태진), 새해에 출연하게 될 신작 뮤지컬(고훈정), 리트를 비롯한 세계 예술가곡 도전(김현수), 보컬 역량 업그레이드(이벼리) 등 저마다의 청사진을 품은 댄디한 네 훈남이 채워나갈 2020년이 기다려진다.

사진 허성범(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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