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합쳐서 200살입니다"

마흔파이브 다섯 남자의 첫 인사였다. 이미 KBS '개그콘서트'를 통해 얼굴도 목소리도 익숙하지만 다섯 남자는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중년 개그맨이 아닌 '신인그룹' 마흔파이브로 첫 인사를 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첫 번째 싱글 '두번째 스무살'을 발매 타이틀곡 '스물 마흔살'을 공개했다. 마흔파이브는 KBS 공채 22기 개그맨 21명 중 81년생인 다섯명 허경환, 박영진, 김원효, 박성광, 김지호가 의기투합해 만든 그룹이다. '개가수'(개그맨+가수)가 대세라 결성됐다고 오해할 수 있으나 이들의 시작은 1년 전부터다. 

"개그맨들은 코너를 많이 한다. '마흔파이브'라는 음악 코너를 만들려고 하다가 진정성을 담아 크게 발전하자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40먹어서 하면 어떨까 생각만 했었다. 다들 나이 먹으면서 초조해한다. 나는 남들한테 뺏길까봐 나이를 빨리 먹고싶었다. 그래서 마흔이 되기를 기다렸다. 다들 흔쾌히 오케이해서 1년 전에 결성했다."(김원효)

사실 개그맨들끼리 '공연하자'라고 약속은 하지만 실제 지켜지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그룹이 하고 싶었던 김원효는 '지르고 보자'는 심정으로 상표권 등록도 결성 전 이미 마쳤다. 리더는 허경환이고 막내는 김지호다. 리더 선출방법을 묻자 "비주얼도 필요하고, 생일이 가장 빨라"란다. 막내 김지호는 "리더가 맛있는거 많이 사준다"고 했다.

앞서 마흔파이브는 SBS '미운 우리 새끼'에 홍진영과 함께 출연한 바. 당시 홍진영은 '밴드'를 결성했다는 멤버들의 말에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스물 마흔살'은 홍진영이 프로듀싱한 곡으로 멤버들은 본격 밴드에 앞서 가창력을 선보였다.

리드보컬은 김원효가 됐고, 박영진은 도입을 맡았다. "노래를 할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복면가왕' 테스트에서도 가장 혹평을 받았었다. 도입을 맡게 돼 부담됐었는데 홍진영 프로듀서가 긍정적으로 평해줘서 극복했다고 생각한다."(박영진)

'스물 마흔살'은 "눈치만 보다 이렇게 흘러왔네" "지금 우린 필요한 건 도움되는 돈 되는 친구야" "마흔대로 살지말고 마음대로 사는 거야 괜찮을거야" "우리는 아직 스물 마흔살" 등 공감가는 가사로 마흔을 맞이하는 이들은 물론, 현실과 타협하느라 꿈을 펼치지 못하고 억눌렸던 사람들에 '용기'를 전한다.

▲마흔파이브 허경환

이제 내년이면 '진짜 마흔'이 되는 다섯 멤버. 이들의 30대는 어땠을까. 만약 되돌아 간다면 30대 중 몇 살로 돌아가고 싶을까.

"32살 정도로 돌아가고 싶더라. 20대는 '개콘'에서 반복되는 생활을 했다. 그때부터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트이는 시기였는데도 아쉬움은 많다. 조금 더 재미난 것을 많이 해보고싶다. 39살에 정말 큰 일을 이루는 것 같다."(허경환)

"30대를 잘 살아왔다 못 살아왔다가 아니라 지금의 40대를 즐기고 싶다. 30대는 제대로 즐겼나 싶다."(박성광) "30대 재밌었는데 남의 눈을 의식하면서 살아왔다. 나를 좀더 드러내는 40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밌고 젋기도 하고 하고싶은 나이기도 하지만 오로지 나를 드러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박영진)

▲마흔파이브 박영진

"프로젝트를 해본 적이 없다. 40을 맞으면서 친구들과 프로젝트를 하다보니 시간이 흐른 후 가장 기억에 남을 거 같다. 30대는 바쁘게만 보냈다. 40을 맞이하는 순간이 더 뜻깊다."(김지호) "다들 돌리고 싶겠지만 30대가 없었으면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없었을 것 같다. 새로운 게 다가오는 게 기대가 된다. 새롭고 기분좋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김원효)

마흔파이브는 올해 첫 앨범을 냈지만, 사실 내년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신인 가수로서 음악방송에 출연하는 등 가수로 데뷔하는 기분은 어떨까. 또 일각에서는 '개가수'라는 대세를 따라 돈벌려고 한다는 시선도 있다.

김원효는 "단순히 일반 사람들이 생각할 때는 돈 벌려고 하냐 할 수 있다. 따라하냐 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개그를 해오면서 '내것'이 없었다. 유행어가 있어도 그 코너는 우리 것이 아니라 방송국의 것이다. 개그 공연이라던지 무슨 '쇼'는 다들 본인 것이다. 내꺼를 만들고 싶었다. 우리만의 브랜드 콘텐츠를 위해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영진은 "가요계에 획을 긋겠다는 것이 아니라 '컨텐츠'를 만들려고 한다. 시작을 노래로 하긴 했지만 대중 연예인으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 지 않는다는 것은 태만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원효는 "개그맨이 뭘 한다고 하면 왜 이 장르야 라는 말을 한다. 신나게 놀수 있는게 많은데 라는 것은 예상하는 것이다. 그래서 안 한다. 주변에서도 가볍게 생각했다가 노래 들어보고는 '노래 좋다'고 다시 연락이 온다. 저희는 최대한 장난스럽게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진정성을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메이크스타, 라라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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