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두 배우가 ‘천문’으로 20년 만에 만났다. 27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12월 개봉 예정인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날 허진호 감독, 주연배우 최민식, 한석규가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과 장영실(최민식)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봄날은 간다’ ‘덕혜옹주’ 등을 연출하고 ‘천문’으로 돌아온 허진호 감독, ‘쉬리’ 이후 20년 만에 ‘천문’에서 만난 최민식과 한석규 조합이 영화의 기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최민식과 한석규 모두 “엊그제 본 것 같다” “든든하고 편안하다” 등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드러냈다. 특히 한석규는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 이어 또 한번 세종대왕 역을 맡았다. 한석규는 “대단한 위인을 또 다시 연기한다는 게 감회가 새롭고 뜻깊은 일이었다”고 전했다.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사적인 관계가 궁금했다는 최민식은 “그 어느 책, 그 누구에게도 세종과 장영실의 이야길를 전해 들은 바가 없었다. 어떤 책을 봤는데 세종 등에 난 욕창을 장영실이 입으로 빨았다고 하더라. 두 사람의 관계가 범상치 않다고 느껴졌다. 신하가 임금 옥체에 손을 댈 수 있었겠는가. 두 사람이 사적으로 어떤 사이였을지 추측하는 게 흥미로웠다”며 이번 영화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허진호 감독은 ‘덕혜옹주’에 이어 또 한번 사극에 도전했다. 그는 장영실과 세종의 천문사업에 눈길이 갔다며 “천문사업은 별자리로 위도와 경도를 재서 우리 시간의 기준이 언제인지, 중국 남경이라는 기준시보다 얼마나 다른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이 사업이 조선 농업에 있어서 중요한 일이었다. 사업을 할만큼 두 사람이 가까웠지만 어느 순간 역사 기록에서 장영실이 사라졌다. 그 점이 정말 궁금했다”고 말했다.

배우들과 감독이 꼽은 이번 영화 하이라이트는 ‘안여 사건’ 장면이다. 최민식은 “실제로 ‘안여 사건’은 세종이 안여를 타기 전에 빠진 바퀴 못을 발견한 것이었다. 영화에선 상상력이 가미돼 세종이 안여를 타다가 떨어지는 것으로 했다. 관객분들이 묘사된 것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시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허진호 감독은 ‘안여 사건’ 장면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가 “세종이 장영실을 내쳤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안여 사건’은 이번 영화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이슈다. 실제로 촬영할 때 안여를 엄청 크게 만들었다”고 하자 한석규는 “비를 뿌리고 넘어져야했지만 그게 힘들진 않았다. 다양한 각도에서 안여 사건 장면을 잡아내야하는 스태프들이 고생했다. 그런데 허 감독님이 제가 다친 장면은 안 쓰신 거 같더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최민식, 한석규는 마치 장영실과 세종의 관계 같았다. 20년 만에 한 작품에서 만났고 대학시절부터 함께 공연하며 같은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최민식은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석규와 대사를 주고 받으면 옛날 공연했던 때가 생각났다. 정말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영화계로 저를 이끌어준 사람이 석규다. 덕분에 ‘넘버 3’에 출연하게 됐다. 정말 고마웠다”고 했고 한석규는 “형님이 고맙다는 말을 하셨는데 솔직히 친한 사람이라도 ‘고맙다’고 하기 어렵다. 민식 형님은 한마디로 진짜 ‘굿맨’이다”며 최민식을 치켜세웠다.

믿고 보는 배우 최민식, 한석규의 진한 우정이 명품 연기로 나타났을까. ‘천문’은 우리가 몰랐던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이야기 이외에도 최민식, 한석규는 물론 신구, 허준호 등 명품 배우진들의 탄탄한 연기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연 ‘천문’이 대형 영화가 쏟아지는 12월, 연말 극장가를 접수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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