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4세. 스턴트맨 출신 배우 곽진석. 한겨울인데도 흰색 나시 티셔츠를 받쳐 입을 정도로 군살 없는 근육질 몸매다. 16일 개봉한 영화 ‘대호’(감독 박훈정)에서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를 모션액팅한 그를 싱글리스트가 만났다.

 

호랑이는 새끼를 키우기 위해 가족무리를 구성하는 때를 제외하곤 단독으로 생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남국의 섬 세부로 여행을 떠나기 전날인 14일 오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조우한 그에게서 호랑이 이미지가 포개졌다.

 

 

 

 

 

 

“싱글로서 충분히 즐겼어요. 툭하면 여행 다니고, 물로 가고 산으로 가고 그랬어요. 밤 문화를 즐기지 않아서 낮에 레포츠에 탐닉했고. 일보다는 노는 데 더 바빴던 것 같아요. 워낙 저 혼자 잘 놀고 하는 것도 많았기에 주변에선 제가 결혼한다고 하면 의아해할 거예요.”

 

씨~익 웃었다. 싱글일 때는 좋아하는 것들을 혼자 하니 더 심취하게 돼 맹렬히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와 비슷하게 레포츠를 즐기는 여자친구가 생기면서부터 “이런 여자라면 인생을 동반할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과거엔 상대가 없어서 ‘나 홀로’ 했던 것일 뿐이고, 지금은 같이 놀 상대가 생겨서 함께하는 거죠. 그때 느끼지 못했던 재미를 느끼는 중이고요. 이젠 싱글 생활을 탈출해 결혼해야겠단 확신이 드네요.”

 

 

 

 

 

그가 출연한 ‘대호’는 일제강점기인 1925년을 배경으로 일본군의 호랑이 말살정책으로 위기에 몰린 대호와 명포수 천만덕(최민식)의 운명적 관계를 다룬다.

 

대호의 모션액팅을 담당한 곽진석은 한겨울 산속에서 파란색 쫄쫄이를 입은 채 기마자세로 뛰고 구르며, 포효하며 호랑이를 연기했다. 촬영팀은 그의 동선에 맞춰 촬영·조명 세팅을 해나가고, 후반 CG작업을 거쳐 생생한 대호가 탄생됐다.

 

“배우이다 보니 가장 욕심이 났던 건 대호의 감정 연기였어요. 인간의 감정과 비슷할 거라 디자인을 하고 임했죠. 대호가 동굴 안에서 죽은 새끼들을 핥아준 뒤 출격할 때 감정이 고여야한다 생각했고, 일본군과 싸울 땐 감정이 폭발했어요.”

 

 

 

 

 

 

곽진석은 고교 졸업 후 미용사로 일했고, 군제대후 다시 미용사를 하면서 복싱을 배웠다. 프로 자격증을 취득하고 시합에도 나갔다. 워낙 운동을 좋아했기에 서울액션스쿨 모집 공고 보고 지원, 2004년부터 2008년 ‘놈놈놈’을 끝으로 퇴사했다.

 

이후 마임을 배우다 대학로 극단에 입단, 연극에 출연하면서 연기에 재미를 느꼈다. 2008년 ‘부당거래’에서 단역 경찰 역으로 스크린 데뷔했다. 이후 ‘간첩’ ‘남자가 사랑할 때’ ‘베를린’ ‘신세계’ ‘스물’ ‘아수라’ 등에 출연했다.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은데 이미지가 좁혀져 있어 슬펐어요. 한때는 일부러 액션하는 역을 피하기도 했죠. 지금은 그 안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액션 외에 다른 무기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죠.”

 

‘싱글라이프’ 졸업을 앞둔 곽진석은 “현장 관계자들에게 ‘저런 점 때문에 우리 영화에 캐스팅됐구나’란 믿음을 주고 싶다”고 소망했다. 서로의 존재 이유를 신뢰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올 테니.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사진 박미례 redfootba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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