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시청률이 이만큼 나오지 않아도 정서적인 행복감을 가지지 않을까 싶어요. 시청률이 잘 나오면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겠지만, 시청률에 크게 좌지우지 되지 않으려고 하거든요. 일희일비 하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수치에는 민감하지 않아요. ‘동백꽃 필 무렵’은 시나리오를 받았을때 행복감, 그리고 연기로 구현됐을 때의 행복감, 주변에서 반응에 대한 행복감이 커요”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 KBS 2TV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연출 차영훈/제작 팬엔터테인먼트)의 미워할 수 없는 허세남 노규태 역의 오정세를 만났다. 사실 오정세 필모그라피에 히트작이 한둘이 아니였지만 이번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의 벅찬 감정을 오정세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화가 정말 많이나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잖아요. 큰 감동을 받거나 했을때도 마찬가지고요. ‘동백꽃 필 무렵’ 대본을 처음보고 웃었어요. 이걸 어떻게 하지 하는 헛웃음이라고 해야할까요? 묘한 대본이었던 거 같아요.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는데 보는 사람들 감정을 억지로 끌고가려고 하지 않고 한두줄로 마음을 건드리더라고요. 저한테는 감사한 대본이었어요”

옹산이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몇달간 살아온 출연진들은 포상휴가에서 마지막회를 함께 시청했다고. 공효진은 자신의 SNS에 직접 이날 현장의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오정세 역시 마지막회를 보며 눈물이 터졌다고 전했다.

“다같이 강당에서 마지막회를 봤거든요. 눈물바다가 됐어요. 20회가 감동이라서 그런지, 마침표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눈물이 터지더라고요. 근데 그게 기분 좋은 눈물이었어요. 다들 울고 있는데 기분 좋은 모습이더라고요. 효진이는 울면서도 스태프 한명씩 챙기면서 고맙다고 안아주고 이런 모습들이 되게 좋았어요”

노규태는 차기 옹산군수라는 원대한 꿈을 따라주지 않는 지식, 그리고 자신의 보잘 것 없음을 치장하려는 허세로 가득찬 인물. 언뜻 밉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노규태의 짠내나는 일상은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캐릭터가 표현하는 엉성함 그 자체였지만 오정세는 ‘노규태메이드’에 적잖은 공을 들였다.

“규태를 만들어가면서 아쉬운 건 많았던 거 같은데, 작품적으로는 아쉬움이 없어요. 대본이 너무 재밌게 잘 써져 있어서 1차 목표가 90% 이상 대본대로 잘 구현하자 였거든요. 나머지는 내가 생각한 대사를 넣어도 되나를 많이 고민했어요. 나머지 5%는 현장에서 대본대로 하면 그 안에 갇혀있을 수 있으니 내가 생각한 걸 잘 구현하는 거였어요”

그리고 이런 고민의 결과는 드라마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됐다. 특히나 오정세가 살을 붙인 애드리브 때문에 현장에서는 너무 웃겨서 연기하기가 힘들었다는 동료들의 이야기도 전해졌다. 하지만 오정세는 대본에 충실하되, 캐릭터를 극대화 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2% 부족한 행동이나 액션이 있으면 노규태를 극대화 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것때문에 상대배우들은 웃음이 터졌었죠. 대본은 제가 손을 댈 수 없으니까 그럼 뭘할 수 있을까, 규태는 어떤 사람일까 고민했던 거 같아요. 흰바지 입을 때 원색 속옷을 입고, 방에는 외로움에 대한 서적이 있을 거 같고, 명품옷을 입지만 실밥이 풀어져 있을 거 같았어요. 캐릭터가 왜 이렇게 됐을까를 보여주는건 배우의 몫인 거 같아요. 추리닝 입었을때랑 풀메이크업 했을 때 행동이 다르잖아요. 배우도 어떤 옷을 입었냐 따라 다른데 제가 연기하기 위해서 디테일을 찾은 거 같아요”

향미(손담비)의 사체가 발견되며 까불이로 지목받은 규태가 경찰로 연행되는 신에서는 “드리프트는 빼박이지” 대사가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다. 자영이 나타나 자신을 변호 하겠다고 나서자 규태는 특유의 찌질하지만 귀여운 혀짧은 소리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밉지만 밉지 않은’ 규태의 매력이 극대화된 장면인 셈.

“작가님이 써주신 대서 나왔던 거 같아요. 드리프트는 왜 ‘타떠’도 정확하게 써져 있었거든요. 드리프트 신에서 원래 가내복으로 반바지에 가디건 착장을 준비했어요. 리허설때 추워서 파카를 입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의상준비 된 거죠’ 하시더라고요. 그게 더 편할 거 같길래 그대로 촬영을 했어요. 사실 그 파카가 영화 ‘타짜’의 단체복이었어요. 누구 눈에는 의상일 수 싶었죠. 스타일리스트는 이해 못하는 배치잖아요. ‘규태라면 그럴 수 있어’가 되더라고요”

오정세는 인터뷰 내내 임상춘 작가의 대본에 대한 무한신뢰를 드러냈다. 단순히 재미있다를 떠나 텍스트였던 캐릭터를 화면으로 옮기면서 본인이 몸소 경험했기 때문.

“촬영을 해가면서 캐릭터가 점점 쌓인 거 같아요. 주변에서 규태의 명대사는 뭐에요 했을때 기억이 안 나요. 다 너무 주옥같아요. 근데 ‘너 엄마 만들어서 미안해’라는 대사는 구구절절하지 않지만, 저 안에 뭔가 울리더라고요. 그 대사로 규태와 자영이의 관계가 많이 정립이 됐어요. 생각지도 않게 뭔가 확확 올 때가 있었어요. 향미 휴대전화 위치가 옹산호 한 가운데에서 떴을때 ‘얘 핸드폰이 여기 왜 있지’ 대사를 입밖으로 뱉으니까 되게 무섭고, 겁나고, 슬퍼지더라고요”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프레인T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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