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노규태가 어떤 사람인지는 기본적으로 작가님이 처음부터 끝까지는 구상하고 계셨어요. 저는 5~6부까지 나온 대본을 받았을때 초반 규태의 행동이나 대사가 자칫 불편한 캐릭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근데 작가님이 규태는 좋은 사람이라고 하셨어요. 그럼 이 친구를 어떻게 하면 불편하지 않은 사람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 외로움이라는 정서를 떠올렸어요. 동백이나 향미를 대상으로 사랑에 빠지는 게 아니라 톡 건들기만해도 빨려들어가는 거죠. 제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할때 5살 짜리 꼬마 아이가 껌을 훔치는데 허벅지 사이에 껴서 나가더라고요. 그 아이를 보면서 규태를 떠올린 거 같아요. 속이 다 보여서 ‘아휴’하게 되는 아이랑 규태가 연결이 되더라고요. 2% 부족한, 속이 다 보이는 외로움으로 규태에 접근했어요”

초반의 규태는 말 그대로 까멜리아의 진상 손님. 건물주라고 큰 소리를 치면서도 8000원짜리 땅콩 한 접시 서비스를 못받아서 부러 분통을 터트리는 인물이다. 이 부분에서 동백(공효진)의 손목을 잡거나, 갑질을 하는 대목은 자칫 오해가 될까 고민도 많았다고. 그러나 초반의 이런 행동은 중반으로 접어들며 규태라는 하나의 캐릭터로 이해됐다. 무엇보다 ‘동백꽃 필 무렵’ 말미에는 자영과의 로맨스가 꽃을 피웠다.

“염혜란씨와는 10년 전쯤에 연극 무대에서 만났어요. ‘너무 잘한다, 매력있는 배우다’ 혼자 간직하고 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 부부로 만나서 마음이 열린 상태로 연기할 수 있었어요. 거짓말탐지길 고백하는 신은 정말 참신한 거 같아요. 그런 장치를 통해서 규태의 마음을 전달하게 기획해준 작가님이 천재인 거 같아요. 원래 대사가 아내를 사랑하냐고 물으면 ‘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였거든요. 그 두 마디가 함축적이고 풍성해서 고민하다가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당신만을 사랑합니다’로 조금 더 추가를 했어요. 멜빵 키스는 현장에서 임상춘 작가님에 대한, 용식에 대한 존경심으로 후드키스를 따라하면 어떨까 해서 오마주했어요”

전매특허 노규태의 사자성어 이야기 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특히 자영과 함께 대화를 하는 신에서는 노규태의 끊임없는 말실수가 그려져 웃음을 자아냈다. 그냥 말장난같아 보이는 이런 장면을 위해서 오정세는 자료조사까지 착실하게 해나갔다.

“주변에서 많이 도움받으려고 했죠. 자료조사도 많이 했어요. 무턱대고 많이 쓰면 그러니까 자료는 많이 가지고 있되 들어갈 타이밍을 자꾸 본 거 같아요. 티는 안나는데 그걸 캐치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못쓴 게 너무 많아서 아쉽기는 해요. 그렇다고 웃기니까 억지로 넣는건 아닌거 같아요”

노규태의 서사를 떠나서도 오정세는 이번 드라마를 시청자의 입장에서 재밌게 바라봤다고. 대본이 넘어오는 순간 보통 자신이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일’로 생각하지만, 이번에는 오정세는 물론이고 주변 스태프들까지 대본이 나오기만을 목빠지게 기다렸다.

“저도 시청자 입장에서 응원하고 재밌게 봤던 작품이에요. 그래서 대본 나올때 재미있고, 한번 더 보고, 방송으로 보고 세 번의 감동과 행복감을 느낀 작품이에요. 작가님이 누굴 가르치지도 않고, 말하지도 않지만 모두에게 와닿는 게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까불이가 마지막에 ‘나같은 놈 잡았어? 근데 나같은 놈 더 많아’하는게 이 세상에 괴물들이 참 많지라고 생각할 거리를 주잖아요. 또 용식이가 ‘선한 사람들이 더 많아’하면 훅 오고요. 정숙(이정은)이수술을 위해 이송되는 장면은 저한테 되게 커다란 파도처럼 몰려왔던 거 같아요”

사실 오정세는 어떤 역할을 맡아도 찰떡같이 소화하는 덕에 다작을 소화하고 있다. 여기에 캐릭터성이 강한 작품도 많다보니 이미지 소모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특히 지난해 ‘극한직업’ 테드창에 이어 ‘동백꽃 필 무렵’ 노규태까지 모두 강하게 뇌리에 박혔기 때문. 주변의 기대가 쌓여가는 만큼 부담도 생기겠다는 말에 오정세는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되는게 조만간 실망하는 작품들이 올 거에요”라고 답했다.

“기대를 하면 저도 스트레스 받아서 못할 거 같아요. 제가 배우로서 롤모델은 없지만, 어떤 작품의 어떤 캐릭터에 대한 롤모델은 있어요. 아주 대배우이시지만 한 작품에서는 연기를 이상하게 해서 비난을 받은 경우가 있거든요. 그 작품 속의 배역도 제 롤모델이에요. 그분이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자의든 타의든 잘 이겨냈고, 대배우가 됐거든요. 저도 언젠가 식상해, 똑같네 하는 소리를 듣는 날이 올텐데 그걸 잘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딛고 일어나서 한발짝씩 나아가야 할 거 같아요. 피해가고 싶지도 않은 거 같아요. 부담은 있지만 크지는 않아요”

오정세는 오는 12월 13일부터 방송되는 SBS ‘스토브리그’로 다시 시청자들을 찾아온다. 까멜리아 건물주가 무려 프로야구 구단주로 변신하며 ‘신분상승’의 꿈을 이룬 것. 노규태와의 작별을 앞두고 그에게 땅콩이 주는 의미를 물었다.

“별 것도 아닌것에 칭찬받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람인데 그걸 못해주는 캐릭터를 잘 설명해주는 매개체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별 것도 아닌데 난 그걸 엄청나게 받고 싶어하고 땅콩이라서가 아니라 한 사람, 물건, 식물한테 훅가는 사람이잖아요”

 

사진=프레인T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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