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염혜란이 맡은 홍자영은 똑부러지는 변호사로 카리스마까지 갖추고 있는 인물. 하지만 규태처럼 등짝스매싱을 날려주는 엄마도, 동백이처럼 폭격형 로맨스를 펼치는 남자도 없었다. 매일 밖으로 도는 규태로 인해 자영은 오히려 철저하게 외로워보였다.

“촬영하면서는 외롭다는 생각은 못했거든요. 지나고 보니까 그런 인물이구나 싶기는 한데, 울컥하는 장면은 있었어요. ‘남편도 바람 나고 술한잔 마실 친구가 없네’ 하면서 뒤돌아서는데 울컥 눈물이 나는거에요. 우는 장면이 아닌데. 홍자영 너무 안됐다 싶더라고요. 자영이는 규태밖에 없는 사람이에요. 옹산 모든 사람이 자영이한테 도움을 청하기는 하지만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은 없거든요. 그나마 같이 야식먹는 사람이 규태였는데 그마저도 안 됐으니까 그게 안타깝더라고요. 그래서 자영이 언니랑 술 한잔 먹고 싶다 이 댓글이 기억에 남아요”

동백이가 게장골목 드센 언니들한테 치이는 가련한 캔디형이라면, 자영은 자신 스스로에게 매사에 당당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래서 자영만 등장하면 ‘사이다 신’이 만들어졌다. 큰 소리 없이 묵직한 카리스마로 주변을 압도하는 자영의 포스에 웃음까지 더해진 ‘드리프트 신’은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다.

“저도 드리프트 장면 좋아해요. 멋진 여성이라는건 이런거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칼을 뽑는건 이런거지 했어요. 규태가 그 장면을 멋지게 만들어줬고, 감독님이 멋있게 연출해주셨어요. 이번 작품은 많은 사람들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자영이는 유독 대립하는 장면이 많았어요. 규태, 향미, 시어머니…. 그런데 뒤로 갈수록 소통을 시작해요. 감정을 감추고 연기를 해야하다가 과거신에서는 부드러운 여자를 연기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동백이랑 화해할 때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칫솔신같은 프러포즈가 또 어딨겠어요. 작가님한테는 100번이고 절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동백, 용식의 애타는 로맨스와는 결이 다르지만 자영과 규태의 러브라인 역시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았다. 뒤늦게 꽃을 피우기는 했지만 오랜시간 함께 살면서도 주변만 맴돌던 두 사람이 이혼 후에야 마침내 마음을 확인하며 진한 로맨스를 선사했다.

“규태와의 로맨스요? 120% 충족이 된 거 같아요. 맬빵 키스가 애드리브로 나온 장면이거든요. 자영이가 주체적인 여성이라도 확 덮치는 건 싫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맬빵을 당기기 시작한 거에요. 규태랑 제대로 된 키스를 하면 안될 거 같더라고요. 저희는 제대로 된 것도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그건 못 찍었네요(웃음). NG라기 보다 어떻게 해볼까 하면서 즐겁게 찍었던 거 같아요”

‘동백꽃 필 무렵’부터 tvN ‘오우거’까지. 이제 염혜란도 한 해를 차곡 차곡 정리해야 할 시간. 당장 염혜란의 다음은 내년쯤에나 볼 수 있을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간 촬영해둔 작품들의 개봉이 기다리고 있다고.

“차기작은 아직 계획은 없어요. 대신 그동안 찍어놓은 것들이 개봉을 할 거 같아요. 저는 내년에 일을 안하고 있어도 관객분들은 ‘너무 일 많이하는거 아니야?’ 싶어하실까봐 조금 더 오래 텀을 둬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저는 빨리 질리고 싶지 않거든요. 너무 자주 나오면 질려하시는 거 같더라고요. 천천히 가고싶은 마음도 들고. 주인공 아닌 조연 배우들은 겹치기 출연들이 필수불가결할 때가 있더라고요. 오롯이 그 작품만 할 수 있는 것들을 만나게되면 좋겠다 싶어요”

곧 시상식철이라는 말에 염혜란은 “시상식은 딱 두번 가봤거든요. 이때 외국나가있고 싶더라고요. 언제쯤 제가 즐길 수 있을까요, 외국 배우들처럼. 잘 즐기질 못해서 시상식이 부담스러워요”라고 고백했다. 대신 배우로서 자신의 목표에 대해 전했다.

“나문희 선생님처럼 80대에 주인공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로서의 연기력은 물론이고, 자연인으로도 잘 살아야 할 거 같아요. 중간에 나쁜 짓 안하고, 신뢰를 잃어버리지 않고요. 긴 호흡으로 가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사진=에이스팩토리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