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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용, 베토벤으로 여는 겨울왕국 "내 삶의 센터는 클래식"

파격과 도전을 멈추지 않아온 젊은 피아니스트 지용이 12월 1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 ‘The Age of Maturity(성숙기)’를 마련한다.

클래식부터 팝·일렉트로니카 그리고 컨템포러리·비주얼 아트와 콜라보를 종횡무진 시도하는 아티스트, 2030세대의 강력한 팬덤을 거느린 패셔니스타란 호칭이 한편으론 자연스럽다. 그런 그가 이번에 선택한 마스터피스들은 요즘 심취해 있다는 베토벤 소나타 ‘템페스트’와 ‘에로이카 변주곡’ 그리고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이다.

내년이면 30대로 접어드는 지용의 ‘성숙기’에 대한 호기심을 안은 채 짧은 머리의 그와 향 좋은 커피를 마주하고 앉았다.

“올해로 한국활동 10년째예요. 솔리스트로 활약한 동시에 실내악 앙상블 디토 멤버로 5년을 연주했어요.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 음악가로서 한 단계 레벨업된 느낌이에요. 최근 1~2년 새 별반 느끼지 못했던 음악적인 부분도 많이 느꼈고요. 이제까지 해왔던 걸 정리해보고 다음 단계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모색하는 시기라 ‘성숙기’란 타이틀을 정했어요.”

너무 자신을 위해 사는 게 싫어졌다. 과거엔 연습하고 연주할 때 나의 것을 담고 싶었던 욕심에 작곡가나 악보를 깊이 파고만 들었는데 그러다 보니 자아가 사라지는 것만 같은 아이러니에 직면하게 됐다. 요즘엔 이미 자신의 퍼스낼리티는 알고 있으므로 음악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는데 관심을 더 많이 쏟는다. 영감을 더욱 얻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시도해보고 싶었던 거를 많이 했어요. 클래식을 별반 듣지 않던 사람들이 내 공연에 오기도 했죠. 제일 뿌듯한 기억은 제가 뭘 하든 옆에서 응원해준 점이었어요. 더불어 뭔가 시도를 할 수 있게 공간과 기회를 줬고, 관객들이 그걸 지지해준 게 감사하고 좋았어요.”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 미술작가 김태중 등과의 협업. 클래식 음악과는 안 어울릴 법한 마이애미 아트바젤과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 베토벤 ‘월광’ 3악장이 흐른 안드로이드 광고출연 등 늘 화제의 중심에 섰다.

“타 장르에 대한 관심이 기본적으로 많았어요. 누구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갈 때 많은 경험을 하듯이 저도 이런저런 관심과 경험을 통해 자신에 대해 많이 알아갈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저의 경우 한국에서 유년기부터 피아노를 치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갔는데 레슨 받고, 시험 보고, 콩쿠르 나가서 경쟁하는 삶이 매력적으로 보이질 않았어요. 음악이 먼저여야 하는데 부차적인 게 우선시되는 게 싫었던 거죠. 또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다른 것도 좋아하니까 이걸 하나로 뭉쳐서 나의 아이덴티티를 찾을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시도를 해왔던 거 같아요.”

그의 말 대로 대부분의 유명 연주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 유수의 콩쿠르 입상’ 레테르가 그에겐 없다. 확고한 신념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과 10세에 뉴욕필 협연 등 어렸을 적부터 연주기회가 끊이질 않아서 굳이 콩쿠르 출전에 대한 동기부여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도 있다. 콩쿠르 경력이 없고, 클래식 외길인생이 아니라 할지라도 클래식에 대한 그의 열정만큼은 그 어떤 거장들 못지않게 뜨겁고 진지하다.

“제 삶에서 음악은 항상 센터에 있어요. 아무리 다른 ‘짓’을 해도 음악으로 통하고요. 그래서 별반 외로움이나 두려움, 고민이 없어요. 음악가의 삶을 사는 게 나와 맞고, 그 삶은 끝이 없고, 항상 서칭해야 하고 열정, 경쟁, 지식이 많아야 하죠. 이 모든 걸 퓨어(Pure)하게 만들어야 최상의 음악이 나오고요. 그런 면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많은 걸 배우고, 일상의 마인드와 애티튜드를 취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사람들을 바꾸고 컨트롤할 순 없지만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고, 다양한 일을 함께 하면서 영감이나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건 음악 때문이겠죠.”

드라마틱했던 20대를 흘려보내고 조금은 원숙해진 30대의 길목에 선 그에게 그토록 예찬하는 클래식의 매력을 물었다.

“클래식 음악은 레이어(층)가 많아요. 연습할 때 써야 할 육체적인 거라든가 마음, 영혼과 같은 액티비티는 클래식이 독보적이라고 봐요. 또 소울이 훨씬 많이 들어간 음악이라 ‘영혼의 양식’이죠. 상상력이 풍부해지고요. 핵심은 오랜 세월을 관통하며 빛을 내온 휴머니티죠. 테크놀로지가 아무리 발달해도 휴머니티의 정수는 클래식으로부터 출발한다고 여겨요. 바흐나 베토벤이 없었다면 어떻게 팝 음악이 존재했겠어요.”

감동적인 연주를 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이를 완성했을 때 청중들은 절로 느낀다고 확신한다. 그런 연주를 위해 부단히 노력할 뿐이다. 그러므로 자라나는 세대에게 그 자체로 깊이를 간직한 클래식 음악이 가르쳐주는 게 분명히 있다고 강조한다.

12월의 첫 장을 열 리사이틀 프로그램에 대해 물었다. 그의 사고, 변화가 명징하게 드러나는 좌표일 테니.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음악’은 여태까지의 내 삶을 페인팅으로 서머리할 수 있는 곡일 거 같아서 정했어요. 그리고 요즘 베토벤에 심취해 있어요. 바로 전에 바흐에 꽂혀 지냈죠. 음 하나하나가 인간을 깊이 있게 파고든 점에 경탄했어요.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 작곡가죠. 옛날엔 악보대로만 연주했는데 바흐를 통해 비로소 음악의 의미를 찾게 됐어요."

바흐를 공부하며 음악의 엠퍼시(공감)을 이해한 뒤라서일까 베토벤은 그냥 모든 게 그의 음악에 담겨 있단다. 죽을 때까지 베토벤에 빠져 있을 거 같다는 그는 수많은 명곡 중 2편을 골라 들었다.

“자신과의 싸움을 지독하게 치러낸 작곡가의 ‘템페스트’는 저와 퍼스널한 연결고리가 있어서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는 곡이에요. 파워와 아픔이 담긴 작품이라 어떤 면으로 보면 제 과거 이야기죠. ‘에로이카’는 구조와 형태에 있어 완성형 곡이기도 하지만 요즘 제가 사회를 바라보며 느끼는 점, 어떻게 세상을 더 살기 좋게 만들까 하는 요소가 가득한 곡이고요. 음악에서 희망을 많이 느끼는 요즘의 제 삶이나 다름없는 작품이죠.”

리사이틀을 마치고 그의 터전인 미국 보스턴으로 돌아가 작은 음악회를 하는 것으로 올 한해를 마무리한다. 내년 4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올 베토벤’ 프로그램 연주회, 5월 유럽투어, 7월 미국투어가 예정돼 있다. 마지막으로 새해 희망을 묻자 “내 삶이 조금 더 오거나이즈드 됐으면 좋겠다”며 쿨하게 웃는다.

사진= 한제훈(라운드테이블)

용원중 기자  goolis@slist.kr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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