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꽃보다 청춘-아프리카 편’(이하 ‘꽃청춘’)에 이변이 이어지고 있다. 역대 꽃보다 시리즈 사상 최고의 시청률로 시작하더니 어젠 방송 5회 만에 반토막이 났다. 4회의 몇 에피소드가 시청자의 불편을 샀음에도 공식사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흥행불패의 나영석 사단에게 네 명의 청춘은 최고의 카드였기에 시청률 급락은 참패로 볼 수 있는 상황. 나영석이 오해한 청춘, 오독한 흥행공식을 짚었다.  

퇴색한 초심  

꽃보다 시리즈의 출연진들은 계획없이 즉흥적인 여행길에 올랐고, 일상의 굴레를 벗으며 현지와 동화하는 과정으로 감동을 줬다. 믿고 보는 기획시리즈가 된 것은 ‘낯선 곳의 여행자’라는 기본태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암묵적 합의는 출연진에게 자유와 견제를 동시에 줬고,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알아가게 했다.  

‘꽃청춘’의 행선지가 아프리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은 문명으로부터 가장 멀리 있는 곳에서 보여줄 네 명의 투박하고 생생한 모험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들은 낮에는 드라이브하고, 저녁이면 고기를 구워먹는다. ‘납치’를 해가며 모은 출연진들에게 고작 이 모습을 기대했다면 나영석은 분명 초심을 잃은 것이다. 

 

 

 

제작진의 만용  

기린과 코뿔소를 눈앞에서 본다는 것은 분명 흔한 일은 아니다. 이 멋진 아프리카는 제작진의 파노라마에 담기고 네 명의 혈기왕성한 배우들은 유스호스텔 수영장에서 팬티를 벗으며 논다. 류준열의 민망한 뒤태를 블러 처리해가면서까지 방송하는 것이 나영석이 생각하는 예능의 클래스일까. 

여행을 너무 좋아한다던 류준열을 비롯해 안재홍 박보검은 호텔 조식에 배스가운을 입고 가는 초유의 이벤트를 자행한다. 직원에게 제지당하자 황망히 일어서는 모습까지 카메라는 잡아냈다. 상식을 벗어난 행동도 ‘꽃청춘’이 하면 양해된다는 만용이 나영석의 두 번째 오해다. 

 

심심한 청춘 

가장 핫한 네 명의 배우들을 아프리카의 풍광과 버무리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류준열 박보검 안재홍 고경표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신드롬이 낳은 파워루키들이다. 시청자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청춘이 맞다. 거기에 ‘기획의 신’ 나영석의 멍석이다. 제대로 놀기면 하면 역대급이 나올 수 있는 구도였다. 

그러나 네 명은 극중 캐릭터를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채 나영석이 깔아놓은 멍석 위에서 제대로 놀아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반전과 모험의 맛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형식이 좋으면 내용은 자연히 채워질 거라는 계산, 나영석은 잘못 짚었다. 

 

어른의 책임감    

출연진들은 캐릭터와 실제 일상을 혼동하며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에피소드가 부실하고, 제작진은 힘겹다. 이 과정에서 나온 ‘좋은 그림’이 노팬티와 가운 조식이었을 것이다. 과한 편집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공식적인 사과를 할 수 없는 이유는 잘못으로 인정해버리면 ‘꽃청춘’에서 보여줄 예능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어리둥절한 청춘 네 명을 사막에 풀어놓고 그들이 어설프게 노는 모습을 팔짱끼고 바라보다가 욕심껏 편집해놓고는 ‘청춘’ ‘예능’을 운운하는 건 사단의 수장답지 못하다. 나영석은 알아서 잘 놀아줄 거라고 네 명의 청춘을 오해했고, 팬심으로 이해해줄 거라고 시청자를 오판했다.  

에디터 안은영 eve@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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