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2’가 5년 만에 돌아와 다시 한번 화력을 입증하고 있다. 11월 21일 개봉해 천만 돌파를 눈앞에 둔 ‘겨울왕국2’(3일 기준 878만)로 디즈니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사로잡고 있다. ‘겨울왕국2’를 만든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한국인 애니메이터가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로 이현민 슈퍼바이저다. 안나 캐릭터를 총괄담당한 그가 한국을 찾아 한국인의 자부심, ‘겨울왕국2’에 대한 이야기, 애니메이터로서의 생활 등을 모두 공개했다.

5년 전 개봉한 ‘겨울왕국’은 한국 박스오피스 유일한 천만 애니메이션으로 남아있다. 그 뒤를 이어 ‘겨울왕국2’가 애니 시리즈 최초 ‘쌍천만’에 도전한다. 이현민 슈퍼바이저에겐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참여한 영화로 자신의 나라에서 모든 이의 사랑을 받는 일. 이현민 슈퍼바이저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안나, 엘사, 올라프 등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아이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고 가족, 친구처럼 사랑해주는 모습이 정말 좋았어요. 애니메이터로서 정말 뿌듯했죠. 애니메이터들은 캐릭터가 인기를 받을수록 저희의 존재가 사라진다고 믿어요. 그때 성공했다고 생각하죠. ‘겨울왕국’ 2편을 만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반가워 해주셨어요.”

“제가 맡은 안나라는 캐릭터는 밝고 씩씩해요. 1편에 이어 그런 면을 잃지 않는 게 중요했죠. 이제 안나에게 사랑하는 언니 엘사, 올라프, 스벤 그리고 크리스토프라는 가족이 생겼잖아요. 안나는 많은 걸 가졌지만 동시에 그들을 잃을 수 있다는 걸 걱정하게 돼요. 그런 두려움을 이겨내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겨울왕국2’에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엘사가 움직임이 적고 내면의 불안함을 보여준다면 안나는 뭐든지 솔직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해 행동이 크죠. 안나의 모든 감정이 얼굴에 드러날 수 있도록 작업했어요.”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안나뿐만 아니라 ‘겨울왕국2’에 자신의 영혼을 넣었다. 다른 애니메이터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좀 더 좋은 영화를 선보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 최고의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게 그들이 목표이자 바람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실력, 기술이 향상될수록 ‘겨울왕국’의 수준도 업그레이드됐다.

“안나는 정말 솔직한 게 매력인 거 같아요. 가족뿐만 아니라 아렌델 왕국 사람들을 사랑으로 대하죠. 그런 면을 저도 본받고 싶어요. 애니메이터들은 항상 자기 내면과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한테 받은 영감으로 캐릭터를 만들어요. 제 언니가 활달하고 밝은 성격을 가졌는데, 그 부분을 안나에 담았죠. 그런데 다른 애니메이터들은 안나가 저 닮았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애니메이터들은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니 모든 것을 관찰하고 유심히 지켜봐야해요.”

“1편이 나오기 전부터 작업을 했으니 어느새 ‘겨울왕국’과 함께 한지 6년 넘는 시간이 지났네요. 그동안 기술도 발달해 조명, CG 등 모든 방면에서 애니메이션을 표현하는 데 섬세해졌어요. 무엇보다 1편에 참여한 애니메이터들이 그대로 2편으로 와서 팀워크가 발휘됐죠. 모두 한 작품 할 때마다 한 단계 올라가려고 노력해요. 그래픽 기술뿐만 아니라 저희 애니메이터들도 점점 진화하는 것 같아요.”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애니메이션을 사랑한 사람이었다. “꿈을 버리지 않았어요”라는 그의 말대로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대학교 1학기를 마치고 곧장 미국으로 향했다. 미술 전공으로 애니메이션을 배우면서 디즈니 인턴십 합격, 정식 직원까지 돼 자신이 바라던 꿈을 이뤄냈다. 영화 속 안나와 엘사의 기적같은 일들은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해외 업무가 많으셔서 자주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했죠. 네 살 때 홍콩에서 4년 동안 살기도 했고 말레이시아에서 잠깐 머물기도 했죠. 한국엔 1, 2년에 한번 오려고 해요. 아버지, 친척뿐만 아니라 남편 가족분들도 한국에 있으니까요. 저는 정말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특히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죠. 애니메이터에 대한 지식이 없었지만 항상 그 꿈을 잃지 않았죠. 대학교도 천문학과를 갔지만 부모님의 지원으로 미국 대학에서 미술을 배우게 됐어요. 나중엔 디즈니 인턴십 활동을 해 디즈니에서 애니메이터로 일할 수 있게 됐죠.”

“디즈니에서는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협력해요. 제가 안나 캐릭터 슈퍼바이저지만 의상, 목소리, 메이크업 등 다 자기 역할들이 따로 있어요. 이번에 참여한 애니메이터는 80~90명 정도예요. 저는 여러 명이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기 위해 캐릭터의 표정 등 통일성을 부여해요.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꿈의 직장이죠. 이곳에 있는 분들 모두 디즈니에 애정이 넘쳐요. 야근도 있지만 밤늦게 하고, 밤새고 그러진 않죠. 회사에서 빨리 집에 가라고.(웃음) 다들 자유로운 분위기 안에서 열심히 일해 성취감도 높아 좋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돼요.”

‘겨울왕국2’는 가족과 모성애, 그리고 자매의 사랑 등을 이야기한다. 이현민 슈퍼바이저에게도 이러한 것들은 중요했다. 할리우드에서 아시아 영화인으로 살아가는 삶, 어머니가 애니메이터의 모습을 보지 못한채 돌아가신 이야기 등.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힘든 나날 속에서도 ‘겨울왕국2’ 주인공들처럼 희망을 잃지 말라고 전한다. 무한한 능력을 발휘하는 엘사가 바로 여기, 이현민 슈퍼바이저의 모습으로 있었다.

“‘겨울왕국2’ 후반부에 엘사가 엄마 이두나 왕비와 ‘Show Yourself’라는 곡을 불러요. 그 장면은 엘사와 안나, 그리고 그들과 연결된 엄마의 관계를 보여주죠. 시퀀스와 노래가 만들어지고 저희 내부에서 미리 봤는데 다들 울더라고요. 저는 특히 그 장면이 감동적이었어요. 어머니의 무한 지원을 받고 애니메이터가 됐는데 어머니는 위암으로 돌아가셔서 미국 유학가는 것도 못 보셨어요. 제 입장이 엘사와 비슷하더라고요. 어머니는 곁에 없지만 저는 하고 싶은 일하면서 성장하고 있으니까요. 기자간담회에서 제니퍼 리 감독님이 제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셨을 때 정말 감사했어요.”

“제니퍼 리 감독님은 정말 멋있는 분이시죠. 애니메이터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할리우드에서 여성 감독으로서 확실한 힘을 보여주시잖아요. 예전보다 디즈니는 물론 할리우드에 인종, 성별 비중이 동등해졌어요. 제가 다닌 학교에는 여학생 비율이 더 높을 때도 있어요. 최근 다양한 플랫폼으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넓어지고 있잖아요.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것들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싶어요. 여성이든 남성이든 안나와 엘사처럼 자신이 사랑하고 믿는 것에 따라 열심히 살아가면 공평한 기회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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