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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정소민, '딸의 이름으로' 살기

드라마 '장난스런 키스'에서 사랑에 빠진 여고생 오하니로, '마음의 소리'에선 청순한 사차원 애봉이로 사랑스러움을 뽐냈던 정소민(28)이 이번에는 껍데기만 여고생인 중년 과장으로 분했다.

'아빠는 딸'(4월12일 개봉)은 잔소리쟁이 만년 과장 아빠와 세상 다 싫지만 선배만은 좋은 여고생 딸 이야기다. 만나기만 하면 어색한 침묵이 흐르기 일쑤인 부녀는 어느 날 사고로 몸이 바뀐다. 바뀐 몸으로 일주일을 보내며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엿보게 되고, 몰랐던 점들을 알아간다. 정소민은 원상태(윤제문)의 딸 원도연 역을 맡아 괄괄한 반전 매력을 펼친다. 지난 6일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발랄한 이미지와 달리 진중하고 섬세했다.

 

 

"밝다, 어둡다 이렇게 딱 나눌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두운 캐릭터도 꽤 했다. '빨간 선생님'이라는 단막극에서도 어두운 면이 두드러진 캐릭터를 했는데 대중은 밝고 유쾌한 걸 기억하는 것 같다. 난 '빨간 선생님' 순덕이와 '마음의 소리' 애봉이의 중간이다. 되게 진지하고 생각도 많다. 그런데 주위에서는 내가 진지한 게 웃기단다. 스스로 똑 부러진 성격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도 그렇게 생각들을 안 하더라."

중년과 남성이라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설정을 연기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으리라. 정소민은 고민을 많이 했다며 고충을 털어놓는 한편 "이런 기회가 왔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다. 내가 언제 이런 아저씨 연기를 해 보겠나"고 말했다. 의연하고 겸손한 모습이 제법 든든하게 느껴졌다.

"이 캐릭터는 나보다 나이도 스무 살이 더 많고, 남자인데다 가장이다. 어려웠다. 겪어보지 못한 이야기니까 내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더라. 모든 게 고민이었다. 인간인 것 빼고는 모든 게 다른 건 처음이었다."

'아빠는 딸'은 친해지기 힘든 사춘기 딸과 가장인 아빠가 서로 소통하는 과정을 그린다. 아버지가 있는 딸, 딸이 있는 아빠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갈등과 오해를 다루고 있다. 정소민은 영화 속 그가 연기한 원도연과 실제로도 비슷한 면이 많다며 배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나 역시 아빠가 어렵고 무서웠다. 내가 살갑게 굴거나 '딸 노릇'을 하는 편도 아니었고, 아버지가 엄하기도 하셨다. 도연이처럼 소리를 지르거나 반항하지는 못했지만 비슷한 지점들이 많았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아빠와의 관계가 좀 변했다. 최근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랑 단둘이 영화를 봤다. 그날 몸이 아팠는데도 나갔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소소하지만 큰 사건이었다."

중년 남성을 연기하기 위해 정소민은 함께 호흡을 맞춘 윤제문의 연기를  "눈에 불을 켜고 관찰했다"고 고백했다. '츄리닝'을 입고 쩍벌을 한 채 라면을 흡입하던 원도연이 떠올랐다. 코미디 영화로서 '아빠는 딸'에 제일 기대할 부분은 단연 윤제문·정소민 두 배우의 케미다. 두 배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능청스러운 감각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중책을 맡았다. 정소민은 선배 윤제문에 대해 "워낙 말씀이 없어서 처음엔 다가가기 어려웠다"며 말을 이었다.

"신기했던 게, 평소엔 엄청 과묵하신데 촬영 들어가는 순간엔 돌변하시더라. 예상도 못 하고 있다가 빵 터졌던 적이 되게 많다. 애드리브로 생긴 장면도 많다. 실수였는데 통과되기도 하고. 상태가 지호(이유진) 손을 잡고 가는 장면이 있다. 원래 손만 잡고 가는 건데 갑자기 뛰시더라. 너무 웃겨서 스태프들이랑 빵 터졌다."

 

 

카메오로 출연한 개그맨 박명수의 연기도 영화의 별미로 꼽힌다. 촬영 에피소드는 지난 2015년 MBC 예능 '무한도전'을 통해 전파를 탄 바 있다.

"매번 다른 대사를 하시더라. 배우들한테는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는 약속된 걸 하고, 거기서 바뀐다 하더라도 맥락 안에서만 바뀐다. 그런데 전혀 상상치 못한 내용이 계속 나오니까 선배님이랑 내가 어느 순간부터 긴장하게 되더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생방송' 같았다. 그런 게 오히려 짜인 것보다 더 생동감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영화를 통해 정소민은 중년 남성 연기뿐만 아니라 기타 연주와 노래에도 도전했다. 강산에의 '삐딱하게'를 불러 여고생 안의 중년 남성을 표현했다. 노래를 고를 때 이것저것 제안을 많이 했다는 정소민은 실제 강산에나 김광진 등 중견 가수들의 노래를 즐겨 듣는다고 말해 의외의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노래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보기에 너무 어색했다. 기타는 옛날에 고등학교 때 한 번 시도했다가 손이 너무 아파서 포기했었다. 영화하면서 다시 배우기 시작했는데 어느 지점을 지나니까 너무 재밌더라. 촬영 끝나고도 계속 배워야겠다 싶었다."

 

 

최근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도 정소민은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연기하고 있다. 그가 분한 변미영은 '아빠는 딸'의 도연과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내세울 건 없지만 착한 품성 하나로 사랑받는 딸이다. 정소민은 두 작품 모두 제목에 아빠가 들어가서 신기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아버지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완전 반대인 캐릭터다. '아빠는 딸' 도연이는 외동딸이고, '아버지가 이상해'의 미영이는 대가족에서 자라나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피규어나 인형, 레고 같은 장난감을 좋아한다는 정소민은 스스로 철이 덜 든 애 같다고 평했다. 그러나 '애 같다'는 말과는 달리 그의 목소리는 진중했고,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그가 평소에 고민이 많고 사색적인 사람임을 짐작게 했다. 이제 연기 7년차. 경력보다 훨씬 성숙한 이 배우를 사랑스럽게만 해석한다면 많은 부분을 놓치는 일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롤모델은 굳이 만들지 말자고 생각했다. 한 사람을 정하고 따라가기보다는 더 다양하고 많은 배우들의 장점을 보려고 한다. 그러면 폭이 넓어지는 거니까. 예전에는 어떻게 되고 싶다, 하고 싶다 하는 포부가 많았다. 요즘은 뭐가 돼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나한테 주어진 직책을 성실히 수행해야지'하는 그런 기분이다."

사진 권대홍(라운드 테이블)

 

 

에디터 진선  sun27d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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