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 셰프들이 해외로 원정을 떠나 현지 유명 셰프들과 요리대결을 벌이는 JTBC ‘쿡가대표’(매주 수요일 밤 10시50분)는 국가 대항 스포츠 경기를 요리로 옮겨온 영리한 콘셉트로 인해 시청자 반응이 뜨겁다. 상당수 시청자는 “요리 프로를 보며 애국심을 느끼기는 처음”이란 말을 쏟아내고 있다.

 

 

 

 

‘쿡가대표’는 같은 방송사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냉장고를 부탁해’의 출연자인 최현석 샘킴 오세득 이연복 이원일 정호영이 일부 멤버를 교체하며 한국 대표 ‘선수’로 태극기를 가슴에 붙인 채 자존심을 건 대결에 임한다.

 

첫 원정지인 홍콩에서는 4대1로 참패했다. 스포츠 경기가 그렇듯 결과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문제는 내용이다. 한국의 셰프들은 주방에서 우왕좌왕했고, ‘냉부’에서 익히 봐온 김빠진 필살기들이 동원된 이들의 요리는 새롭거나 창의적이지 않았다. 플레이팅도 현격히 뒤떨어졌다.

 

 

 

반면 홍콩 셰프들은 식감을 자극하는 요리들을 정교하고도 민첩하게 요리했다. 한국 팀이 간신히 한 접시를 완성할 때 이들은 판정단(4~5명) 개개인을 위한 디시를 준비했다. 과정도, 결과도 홍콩의 완벽한 승리였다.

 

현재 ‘쿡가대표’는 두 번째 국가로 ‘영원한 맞수’로 불리는 일본과의 대결에 나서고 있다. 역사적인 첫 요리 한일전에서 한국 팀(최현석 오세득 정호영 이연복)은 소중한 2승을 먼저 거뒀다. 홍콩전에서 패배로 절치부심한 덕인지 한국 셰프군단은 ‘과거 현재 미래를 담은 요리’에서는 4대1, ‘봄의 꽃을 표현한 요리’에선 3대2로 승리했다.

 

유쾌한 승리에도 불구하고 주방에서 한국팀은 여전히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고, 아이템이 일본에 비해 다채롭지 않았다. 연두부 꽃 달걀찜은 채 익지 않는가 하면 모양마저 흐트러지는 실수도 나왔다. 자로 잰 듯 일사불란한 호흡으로 일관한 일본 출연진이 ‘셰프’ 같았다면 한국 출연진은 ‘요리 잘하는 연예인’ 같았다. 15분 시간 안에 판정단 수에 맞춰 요리를 준비한 일본 셰프들과 달리 이번에도 한국 셰프 군단은 한 접시만 준비했다.

 

 

 

 

홍콩편 판정단은 요리 블로거, 미슐렝 셰프, 요리평론가, 오너셰프 등이었고 일본편에서는 오사카 요리학교에 재학 중인 한·일 학생들이었던 점을 비교했을 때 홍콩 편의 심사가 더욱 전문적이었다. 행운이 따른 셈이다.

 

물론 이런 이유가 한국 셰프들의 실력이 홍콩, 일본 셰프들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절대적 평가 기준이 될 순 없다. 쿡방 열풍에 편승한 방송사들이 셰프들을 발굴해 ‘스타’로 키우고, 방송 출연 이후 인지도가 폭등한 이들이 부와 명예를 누리는 것을 탓하기도 힘들다.

 

다만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셰프테이너들이 자신의 ‘본업’이 무엇인지, 요리사로서 대중에게 행복을 주는 가장 가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올리브채널 ‘마스터셰프 코리아4’ 심사위원으로 출연 중인 김소희 셰프는 최근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선 그새 요리가 엄청 유행이 됐나 보지예? 요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요리사를 해보겠다고 하는 게 아니고, ‘요리사를 하다 보면 연예인처럼 살 수 있나 보다’ 그런 생각으로 나온 아그들이 천지더만요. 머스마들이 얼굴에 분칠하고 성형까지 해서 나오고 말이지예. 그런 애들은 딱 보면 알아요. 말 더 섞을 것도 없어. 난 그냥 바로 보냅니다.”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사진= JT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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