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JTBC ‘슈가맨- 투 유 프로젝트’에 소환된 주다인(본명 김수민)은 전성기와 다름 없는 파워풀한 무대를 선보였다. 날카롭고 맑은 음색은 여전했으며 빼어난 가창력과 무대매너로 20년의 공백을 날려버렸다. 당시 그는 아일랜드 혼성 록그룹 크랜베리스의 돌로레스 오리어던을 연상케 하는 목소리와 국내 여가수에게서 볼 수 없던 창법으로 사랑받았다. 1990년대 중반 가요계를 사로잡았던 주주클럽의 여성 보컬리스트 주다인 컴백이 품은 네 가지 의미를 모았다.

 

1. 장르 다양화 일조한 모던록 밴드 

 

주주클럽이 데뷔하던 1996년은 국내 가요계에서 음악적 다양성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던 시기였다. HOT 젝스키스 R.ef 등 남성 댄스그룹과 신승훈 김건모 등 발라드 가수들이 가요계의 두 축을 이뤘다. 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들, 김목경 등 재즈와 블루스까지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포진해 음악 마니아층을 사로 잡았다.

음악의 춘추전국시대에 록이 빠질 수 없었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모던 록과 브릿팝이 강세를 띠면서 국내에도 달파란이 이끈 '삐삐밴드', 꽃미남 밴드 '걸'과 '모노' 등이 토양을 다졌다. 그러던 중 무표정한 형제와 상큼한 외모의 여성 보컬로 구성된 매력적인 혼성 3인조 밴드가 등장했다. 밴드 이름은 주주클럽, 데뷔곡은 ‘열여섯 스물’.

 

 2. 자유분방하고 파격적인 음악

 

‘열여섯 스물’은 열여섯 남자와 스무 살 여자의 미묘한 썸을 그린다. 연애하는 남자가 한 살만 어려도 연하남이라고 호들갑을 떨던 시절이었다. 이 곡은 미성년의 소년에게 스무 살의 누나가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 (더 커서 오면) 내가 널 붙잡을지도 몰라’라며 솜씨좋게 거절하는 내용을 담는다.

의미불명의 ‘때때때~’로 시작하는 ‘나는 나’는 한 단계 더 쿨한 월드로 진입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연애 경험을 숨기지 않고 과거를 다 밝히겠다는 내용이다. 왜냐면 나는 나니까. 이렇듯 파격적인 곡 분위기에 힘입어 주주클럽은 내리막길 없는 인기행로를 걸었다. 신경 안 쓰는 듯 보이지만 철저하게 대중의 요구에 부합하는 곡들로 사랑받으며 정규 5집까지 발매했다.

 

3. 90년대 가요계 장악한 음색깡패 

 

주승형 승환 형제는 음악적으로 꾸준한 시도를 했고, 홍일점 보컬 주다인은 선배들을 뒤따르며 음악적 역량을 키웠다. 22일 ‘슈가맨’에서 알려졌듯 주다인은 두 형제와 밴드를 결성하면서 본명을 감추고 흔쾌히 주씨로 이름을 바꿨다.

당시 주다인은 선배 격인 삐삐밴드의 여성보컬 이윤정, 97년 데뷔한 자우림의 김윤아와 종종 비교되곤 했다. 이윤정이 특이한 퍼포먼스와 비주얼에 강했다면, 주다인 김윤아의 강점은 파워풀한 가창력에 있었다. 밴드의 여성보컬이 가져야 할 미덕인 멤버와의 조화에서도 주다인 김윤아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주다인은 튀지 않으면서 존재감이 있었고, 주주클럽의 음악과 조화를 이룬 음색으로 팬층을 넓혔다. 솔로 디바들이 넘쳐나는 요즘 조화를 이룰 줄 아는 주다인의 '현명한' 보컬이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할 수 있는 이유다.

 

4. 20년을 건너 뛴 관록의 록 디바 컴백

 

주다인은 2002년 베스트앨범을 낸 뒤 14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데뷔 20년 만이기도 하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박제돼 있던 그의 보컬이 지금의 대중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대답을 주다인은 무대에서 보여줬다.

‘열여섯 스물’ ‘나는 나’ ‘센티멘탈' '수필러브’까지 네 곡을 단숨에 이어가는 동안 숨 한 번 고르지 않고 소화했다. 스튜디오에 와 있는 방청객 중 그를 모르는 절반 이상을 완벽한 무대 매너로 사로잡았다.

혈액암 투병, 투자와 사기까지 순탄치 않았던 개인사를 넘어오는 동안 사실상 컴백 무대가 됐던 이 날의 환호를 그는 오매불망 꿈꿨을 것이다. 강렬한 카리스마로 무대를 휘어잡았던 매력적인 록 디바를 두고 유희열은 10~40대 방청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집에 가는 동안 (주다인의 노래를) 본인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을 거예요.”

 

에디터 안은영 eve@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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