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포털 검색어에도 뜨고, 주변에서도 그 인물이 아니냐고 소속사나 매니저를 통해서 연락이 많이 와서 당황했다. 물론 저는 아니지만 괜한 오해를 불러 일으켜서 드리는 말씀이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사진=MBC

19일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진행된 MBC ‘놀면뭐하니?-뽕포유 프로젝트’(연출 김태호) 트로트 신인 가수 유산슬 기자간담회에서 방송인 유재석이 직접 전한 말이다. 자리의 성격과 어긋나기는 하지만, 가세연(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방송에서 직접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등떠밀려 논란의 중심에 선 유재석이 직접 말문을 연 것.

가수 김건모의 성폭행 및 성추행 의혹을 제기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유튜브 채널 가세연이 연일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18일 라이브 방송은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언급되며 논란의 불쏘시개가 됐다. 김건모 의혹 제기 당시만 하더라도 동조하던 대중은 무책임만 이들의 태도에 싸늘한 시선을 던졌다.

‘연예부장’이라고 불리는 김용호 전 기자는 1분 가량 길이의 녹취록에서 언급되는 인물이 “김건모와 굉장히 친하고 유명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또 “여러 연예인에 대한 제보를 받았지만, 김건모와 관계가 깊어 먼저 폭로하게 됐다”라며 2시간 분량의 녹취록을 1분짜리로 편집했다고 부연했다. 녹취록 공개를 앞두고 강용석 변호사는 녹취록에서 언급되는 연예인이 누군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굉장히 모범적인 이미지의 연예인이라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사진=유튜브채널 가세연

우선 단서하나가 던져진 상태에서 녹취록에는 유흥업소에서 유사 성행위를 한 연예인에 대한 한 여성의 묘사가 전해졌다. 또 말미에 “그때 당시 ‘무한도전’ 나온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녹취록이 끊어진다. 김용호 전 기자는 웃음을 터트리며 “이거 좀 더 앞에서 끊었어야 하는데”라고 말한다. 가세연 출연진들은 '무한도전'과 무관하다는 듯 손사레를 쳤지만, 서로 간에 눈웃음을 주고 받는 모습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가세연 폭로전에 대한 비난의 본질은 신빙성이 아니다. 분명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이 사태를 다루는 가세연 구성원들의 태도가 문제다. 대단한 정치뉴스처럼 숙연하지는 않더라도 코웃음을 칠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사안이라면 ‘고발’이라는 단어까지 붙여가며 대중을 자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김용호 전 기자는 “대한민국 연예계는 굉장히 폐쇄적이고 연예기자들까지 한통속이다. 김건모 건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베테랑 기자들인데 오히려 침묵하고 있다. 이건 일종의 경고메시지”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누굴 향한 경고 메시지인지는 모르겠으나 불똥은 유재석에게로 튀었다. ‘모범적인 연예인’ ‘무한도전’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만으로 의심을 받은 것. 자연스레 가세연 폭로는 폭발력을 가진 이슈가 됐고, 데뷔 이후 30년동안 이렇다 할 논란 한번없이 지내온 유재석이 직접 해명까지 내놨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가세연이 유재석이 받은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사안에 대한 ‘진짜 당사자’를 밝힐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번 폭로가 성폭력과는 결이 다르기 때문. 녹취록 속 행위가 일어난 장소가 유흥업소라는 데 도덕적인 문제가 있지만, 개인의 변태적인 성취향에 문제제기를 한 것에 불과하다. 2시간 짜리 녹취록을 1분으로 편집하며 ‘무한도전’이 언급되는 10초를 잘라내지 않은 의도도 충분히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강용석 변호사는 김건모 성폭행 피해 주장 여성의 법률대리인으로 나선 상태다.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고, 법리다툼은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최초 폭로를 차치하더라도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변호인이 목격자, 추가 피해자 등을 유튜브라는 장외로 소환해 계속 여론전을 벌이는 것이 옳은 일인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가세연의 무차별 폭로전에 논란만 남고 책임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미디어에 숱하게 노출돼온 변호사, 그리고 전직 기자 2명이 모여 해당 방송을 하면서 무고한 피해자가 생기는걸 몰랐다고 한다면 그 이야기를 누가 믿을까.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부분이었고 ‘알고도 저지른’ 사건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아니면 말고”라는 식으로 시작한 폭로전이 아니라면 가세연은 이 이후의 사태에서 발생할 선의의 희생자에 대한 책임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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