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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독립공연 미다스의 손’ 조용신 스테이지업 예술감독

‘스테이지업(STAGE UP)’은 대중문화 분야의 인재를 발굴·육성하고 콘텐츠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올해로 8년째를 맞이한 '크리에이티브 마인즈'가 이름을 바꾸고 지원내용을 대폭 강화한 프로젝트다. 국내 공연계의 신인 창작자 및 콘텐츠 인큐베이팅을 주도하고 있는 CJ문화재단 조용신 ‘스테이지업’ 예술감독을 대학로에서 만났다.

 

 

- ‘공연 제작 전반 지원’이란 대목이 무엇보다 눈에 들어온다. 젊은 창작자들의 작품이 실제 무대 위에 올려져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했다는 점 때문이다.

▲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는 연극·뮤지컬계 신인창작자 지원 프로그램용이었다. 실력 있는 창작자를 지원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게 해 시장 안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공연화가 돼야만 자생이 가능하다. 공연 수익의 일부를 로열티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사랑을 받으려면 완성도가 있어야 한다. 작가·작곡가가 협업해 좋은 대본과 음악을 관객에게 쇼케이스 형태로 선보이는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그동안 ‘마인즈’에서도 신진 창작자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역할을 해오지 않았나?

▲ 아지트 광흥창 극장에서 선정된 작품을 지난 6년 동안 정기적으로 프로덕션을 꾸려서 연출가·음악가· 배우들이 참여한 가운데 ‘리딩 워크숍’ 형태로 진행해왔다. 작품의 전체적 분위기는 갖췄으나 연습실 공연과 본 공연의 중간쯤 되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지원 형태를 한 차원 높이기 위해 180석 규모의 아지트 대학로를 오픈했다. 물론 아지트 광흥창은 여전히 존재한다. 아지트 대학로에선 리딩 워크숍 작품 중 매년 최소 한 작품을 선별해 본 공연으로 올리게 된다. 지원의 폭이 무대까지 확장됐기에 이름이 ‘스테이지업’이다.

 

- 두산아트랩 등 여러 기업·단체에서 ‘아트 인큐베이팅’에 나서고 있거나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뮤지컬보다는 연극이 주를 이뤘다.

▲ 그동안 뮤지컬이 연극보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 인큐베이팅·창작자 발굴 지원 프로그램이 여의치 않았다. 뮤지컬계는 프로듀서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상업적인 작품들과 비영리 작품들로 양극화돼 있다. 반면 연극은 비영리 프로덕션이 수적으로 우세하다. 뮤지컬의 경우 프로듀서의 직관이나 기획에 의해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상업작품 대부분은 프로듀서가 추진력을 가지고 캐스팅을 해서 빨리 올릴 수 있으나 결과가 안 좋은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반대로 비영리 분야 작품들은 창작자가 작품을 만든 뒤 프로듀서가 나중에 붙는 시스템이다. 개발 단계를 많이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의 조언과 검증을 통해 완성도는 높이고 대중성 면에선 실패 확률이 적어진다. 연극의 비영리적인 개발 프로세스를 뮤지컬에서도 도입을 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 영화산업도 마찬가지지만 ‘극장’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듯 보인다.

▲ 극장 보유 유무가 지원 사업에 있어 많은 차이를 유발한다. ‘스테이지업’도 이젠 극장 프로그래밍의 일환 성격을 띌 예정이다. 2차 창작자(연출·음악가)를 가세시켜 제작자에 의해 공연이 올려지고 본공연, 재공연, 시즌 공연 식의 선순환 구조를 유통까지 포함시켜서 하는 프로그램이 된 것이다.

 

- 비영리 프로덕션 뮤지컬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액터 뮤지션 장르를 국내에 소개한 뮤지컬 ‘모비딕’ 연출자이므로 당연히 그럴 거란 짐작을 하게 된다.

▲ 2011년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의 첫 지원작으로 무대에 올려졌고, 이를 계기로 예술감독을 하게 됐다. 어려운 길이었는데 쉬운 길로 갈 수는 없었다. 다양성에 대한 욕구가 컸기에 상업적인 장르, 스타 배우 캐스팅, 제작비 등 흥행이 쉽게 될 수 있는 코드를 외면하고 도전했다. 비영리 프로덕션을 활성화시키면 창작자뿐만 아니라 연출·스태프·디자이너·무대감독·배우·밴드 등이 다함께 지원을 받게 된다.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가 생겨 문화 생태계를 건전하게 붐업 시킬 수가 있다. 비영리 사이드가 없다면 작품 수도 적어지고, 무엇보다 다양성이 확 떨어진다. 비영리 창작시장이 업계에서 점차 중요한 시장이 될 거고. 그 인력이 성장해서 프로페셔널이 되면 우리 문화는 더욱 풍성해질 거다.

 

- 스테이지업과 아지트 대학로를 통해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일단 확대보다는 집중이 더 필요한 시기다. 뮤지컬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할 만한 소재들이 한정적으로 여겨져 왔는데 소재와 스타일을 확장하고자 한다. 지금 공연 중인 ‘판’도 1년이 개발 과정을 거치며 대극장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마당극·연희극 형태를 소극장에서 구현한 작품이다. 국악과 한국음악, 서양음악이 적절하게 믹스됐다. 뮤지컬 자체가 통합 장르이므로 전통 연회라든가 서커스, 피지컬 시어터 요소를 접목해보고 싶기도 하다. 쉽게 할 수 없었던 시도를 좀 더 자유롭게 해보고 싶다. 영화로 만들어진 시나리오를 뮤지컬로 공동 개발하는 등 여러 가지 재미난 조합을 시도할 수 있을 것 같다.

 

 

- 지난해 김준수가 주연해 히트한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의 작가로도 참여했다.

▲ ‘도리안 그레이’도 원래 비영리 섹션에서 개발했던 작품이었다. 워크숍 공연까진 했으나 본 공연이 어려워 2년이나 묵혔었다. 창작뮤지컬로 만들기에 쉬운 소재는 아니었고, 캐스팅 역시 난해했기 때문이다. 씨제스컬처에서 대극장 프로덕션으로 만들기로 결정하며 작품이 회생될 수 있었다. 대극장 프로덕션은 관객의 지지가 절대적이다. 대중성과 상업성이 결합된 매력이 없으면 관객이 몰리질 않는다. 김준수 팬덤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런 요소가 있으면 대극장 프로덕션이 가능하고, 없으면 극장을 작게 가야 한다. 성공한 대극장 작품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웰메이드이고, 보면서 오감이 만족스럽고, 감동과 웃음이 있고, 짱짱한 배우를 만날 수 있다. 관람 여건도 편하다.

 

- 뮤지컬에 뛰어든 계기가 궁금하다.

▲ 대학(연세대 전기공학과)에 다닐 당시엔 뮤지컬이 활성화된 상황이 아니었다. 영미권 팝송을 매우 좋아해 ‘덕질’을 했다. AKFN을 많이 봤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토미’ 등 록 뮤지컬 음반에 좋아하는 팝송이 수록돼 즐겨 듣다가 뮤지컬을 몇 편 보면서 흥미를 갖게 됐다. 케이블 음악채널 KMTV 입사 후 음반사들을 컨택하며 비즈니스를 하다가 사표를 내고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다. 스테이지 테크놀로지를 공부하면서 많은 뮤지컬들을 접하게 됐다. 한 작품이 십 수년에 걸쳐 공연되는 걸 보면서 프로세스에 관심이 생겼다. 뮤지컬의 역사부터 공부하는 과정에서 ‘장기공연에 최적화된 상품’임을 깨달았다. 변하지 않는 건 대본과 음악이구나, 잘 써서 오래오래 수익을 창출하는 유일무이한 공연예술상품이 뮤지컬이구나. 새로운 직업으로서 매력을 느꼈다.

 

- 공연제작사 설앤컴퍼니 제작감독으로 공연계에 발을 디딘 것으로 알고 있다.

▲ 뮤지컬의 메가 뉴욕엔 뮤지컬 관련 자료가 넘쳐나서 역사, 레퍼토리, 작곡가, 작가, 음반들을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당시 한국에서 라이선스 뮤지컬 공연이 많이 이뤄지면서 2003년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가 ‘미녀와 야수’ 한국 공연 때문에 뉴욕에 오셨을 때 만나게 됐고 제작감독으로 일하자고 제의를 해 이듬해 귀국하게 됐다. 첫 작품이 ‘미녀와 야수’였다. 이후 대형 프로덕션에 주로 참여했는데 2007~8년 무렵 창작뮤지컬 지원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했다. 그때부터 창작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됐고 창작자가 되고 싶었다. 해본 적도 없고 나이도 들어서 무조건 낮은 자세로 임했다.

 

 

- 연극 ‘지구를 지켜라’ 각색 등 작가, 뮤지컬 평론가, 연출가, 예술감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 내가 전문적인 공연 대본을 쓰는 작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연습 과정에서 많은 비판과 도움을 받았고 수정이 많았다. 작가로서의 길을 계속 걸어야할 지에 대해션 계속 고민 중이다. 적성면에선 콘텐츠 기획 쪽이 맞는다. 예술감독도 사람에 대한 지원 및 기획 업무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 스테이지업의 당면한 일정을 소개한다면?

▲ 지원사업은 1년 내내 하고 있다. 선정을 하면 워크숍 공연을 하고 그 중 한 작품을 기획제작 공연으로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내년 공연은 기존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창작자를 대상으로 별도 공모하기로 했다. 그동안 지원받은 창작자(작가·작곡가)가 35편, 70명에 이른다. 이들을 대상으로 ‘크마 공모’를 진행한다. 알아서 짝을 짓든 다른 데서 파트너를 데려오든 이들의 신작 중 별도 심사를 통해 내년에 기획공연으로 올린다. 일반 공모 역시 오픈했는데 1년~1년6개월의 개발 기간이 필요해 공연화되는 시기는 내년 혹은 내후년이 될 것 같다.

 

사진= 지선미(라운드테이블)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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