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Q. 긴 항해를 거쳐 런던에 내리는 첫 장면부터 스위니토드와 안소니는 자주 함께 등장한다. 선배인 조승우, 홍광호, 박은태와 함께 연기하는 즐거움도 클 것 같다.

형들이랑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경험이 많고 지금 정상에 계신 분들이다. 같이 연기할 수 있어 설레고 좋다. 연습할 때부터 어떻게 노래하고 연기할까 궁금하고 보고 싶었다. 같이 대사를 주고 받을 수 있어서 행복하고. 연습이 힘들었던 건 사실이지만 행복을 더 많이 느꼈다. 세 분이 하는 걸 보고 '저렇게 해야 하는구나' '저렇게 해야 잘 보이겠구나' 보고 느끼고 있다.

형들이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신다. '너무 잘하고 있다' '누가 봐도 안소니다'라는 칭찬을 들었다. 또 연기적으로도 장면에서 더하거나 빼보면 좋을 것 같은 점들을 집어주신다. 세 형이 가진 에너지가 다 달라서 공연마다 다 다르게 연기하게 된다.

 

Q. 어떤 점이 다르게 느껴지나.

은태 형의 토드는 드러나는 감정이 세다. 복수에 대한 에너지가 강하게 표현된다. 또 나와 연기할 때 나이스하지 않고 거친 편이다. 그렇지만 안소니는 토드가 원래 그런 사람이란 걸 알고, 안 그런 면도 있다는 걸 안다. 이런 바탕으로 연기한다.

그리고 승우 형, 광호 형은 더 나이스한 토드다. 토드와 안소니의 전사엔 안소니가 바다에서 토드를 구해줬다는 이야기가 깔려 있다. 그래서인지 승우 형은 복수를 하다가도 저를 향한 눈빛이 '참 젊은 친구가 있구나'라는 느낌이고 그날그날 연기가 달라지신다. 광호형은 그 중간쯤으로 절제하는 스타일이다.

 

Q. 원 캐스트로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대장정을 달려가야 한다.

보통 트리플 캐스팅으로 총 30회 정도 공연하는데 이번엔 150회를 혼자 한다. 원캐로서 많은 걸 배우고 있고 더 집중하려고 한다. 무대 위에서 약속된 연기를 하는 건데 최대한 집중해서 150분 안에 열정을 태우려고 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같이 하는 친구가 있었다면 배우로서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을 거란 거? 그리고 무엇보다 본 공연을 못 보는 게 아쉽다. 배우들은 무대에서 가장 멋지지 않나. 그 모습을 단 한 번도 볼 수 없어 너무 아쉽다.(웃음) 연기, 조명, 분장, 의상 등 스탭과 배우들이 노력한 결과물을 보지 못하게 됐다.

Q. 원 캐스트라 체력 관리도 중요하겠다.

물론 잘하고 싶은데 솔직히 잘 못하는 거 같다. 일단 잠을 늦게 잔다. 새벽 5~6시에 잔다. 11시에 공연이 끝나고 집에 가면 12시다. 밤에 너무 배가 고프니까 뭘 먹고 씻다 보면 새벽 2시쯤 된다. 그때 자야 하는데 하루가 아쉽게 느껴진다.

인간 임준혁으로서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본다든지 뭐라도 하려고 한다. 그러면 4~5시가 된다. 그때 잠들면 금방 해가 뜨고 밝아져서 빨리 잠들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좀 있다. 그래서 아침에도 캄캄한 겨울을 좋아한다. 여름은 일찍 밝아지니까.

그래도 변명을 좀 하자면 관리를 안 하는 건 아니다. 공연 전에 40분 정도 PT체조나 스쿼트를 하면서 몸을 푼다. 코 세척도 일주일에 2~3번씩 하고. 또 술, 담배를 안 하고 저만의 룰을 세우고 깨지 않으려 한다. 새벽 5시에 자는 것도 나름 룰이다.(웃음)

 

Q. 평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 있나.

맛있는 거 먹는 걸 좋아한다. 요즘이 딱 방어철이다. 어제도 밤 11시에 끝나고 가락시장에서 대방어 4만5000원 어치 방어를 사다 먹었다. 음식에 사치를 부리는 편이다. 가끔씩 오마카세 같은 거 먹으러 간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인상을 쓰는 습관이 있는데 팬들은 안다.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가끔 먹방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감사함이다. 힘들다고 말하긴 하지만 내가 이 일을 하면서 감사한 일이 얼마나 많은지 찾으려고 노력한다. 큰 위로가 된다.

Q. 내년 1월 27일에 공연을 마치더라. 뭘 가장 하고 싶은가.

여행을 가고 싶다. 가까운 곳으로 1박2일이라도 여행을 가면 모든 걸 잊을 수 있다.

그런데 웃기지만 가끔 쉬다가도 '내가 편하게 쉴 자격이 있나', '쉬어도 되는 사람인가' 싶을 때가 있다. 고민이 많다. 첫 작품 '몬테크리스토'부터 뮤지컬 계에서 활동한 지는 3년이 됐고 그 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

난 진짜 감사할 점이 많고 복 받은 사람이기도 하다. 오디션에 잘 붙어왔다. 누군가는 덥석 붙는 나를 안 좋게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항상 스스로 채찍질 하는 편이다. 삶에 굴곡이 있었고, 견디고 버텨오면서 항상 불안해하고 고민한다. 비정규직 배우라고 생각한다.

 

Q. 영화 버전 ‘스위니 토드’의 제이미 캠벨 바우어, 한국 뮤지컬 버전의 임태경, 윤소호 등이 안소니를 거쳐갔다. 아직 공연 중이지만 임준혁에게 '스위니 토드'는 어떻게 남을까.

누구나 그렇겠지만 어떤 작품이든지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감사하게 여태껏 소극장, 중극장, 대극장을 모두 왔다갔다 하고 있다. 각 극장에서 어떻게 하든 저란 사람은 같다. 이번 작품에선 함께하는 선배님들이 유명하다 보니 주위에서 연락이 많이 오더라. 이걸 했으니까 잘돼가고 있다고 생각해준다.

그렇지만 나는 같은 사람이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 '스위니 토드'도 똑같은 작품이다. 무엇을 하든 배우로서 발전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모든 작품이 똑같이 소중하고 제가 맡은 역할을 배우고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위니 토드'는 그런 의미에서 많은 걸 느끼게 해주고 배울 수 있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다.

Q. 배우로 살아가면서 품은 목표가 있을까.

내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 발전시키고 싶은 부분도 많다. 장점은 외모적으로 개성이 뚜렷한 얼굴이 아니라 변신할 수 있다는 거. 또 웃을 때와 안 웃을 때의 갭이 커서 소화할 수 있는 배역이 많을 거 같다. 지금까지도 맡아왔던 여러 배역이 다 달랐다. 단점은... 많다.(웃음)

배우로서 목표는 어떤 작품 속에서 어떤 역할을 연기하든 항상 그 작품을 사랑하고 앞에 놓인 걸 감사하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는 거다. 그런 내 에너지가 관객에게 잘 전달되는 배우이고 싶다. 감정의 희노애락이 관객과 잘 교류됐으면 좋겠고 오래오래 배우라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편하게 다가가고 싶다.

 

극 중 무모하리만치 열정적인 안소니와 달리 임준혁은 경력이 길지 않은 만큼 고민도 많고 이야기가 잘 전달되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며 세심하게 극을 완성하고 있었다. 무대 위와 아래가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임준혁은 더욱 안소니와 혼연일체가 될 수 있었다. 앞으로 그는 또 어떤 고민을 거쳐 수많은 얼굴들을 연기하게 될까.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김수(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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