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2019년 대한민국 예능계에는 유재석과 강호동이라는 두 개의 태양이 존재했다. 전혀 다른 톤을 가지고 있지만 예능인으로서 두 사람이 방송계에 남긴 족적은 묘하게 닮아있다. 각각 ‘무한도전’ ‘1박2일’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고,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며 한때 ‘위기론’을 마주해야 했다. 하지만 저마다의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드림팀’을 다시 만나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 유재석, 국민MC의 끝없는 변주

유재석은 올 한해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을 연이어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과거 유재석이 ‘국민MC’로 진행자의 채색이 짙었다면, 휴지기에 들어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비롯한 ‘일로 만난 사이’는 그간 축적된 ‘예능인 유재석’의 이점이 빛을 발했다. 특히 시민들이 주가 되는 ‘유 퀴즈’의 경우 누구에게나 친근한 유재석이기에 가능한 거리토크로 매주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일로 만난 사이’에서는 극한의 노동을 하며 ‘인간 유재석’의 참면모와 일상이 드러나기도 했다.

사진=tvN

그리고 새로운 도전들의 방점을 찍게해준 사람이 바로 ‘무한도전’ 이후 재회한 ‘놀면뭐하니’ 김태호 PD였다. 유재석의 부캐릭터 유산슬은 세대를 아우르는 화제성으로 방송사 대통합을 이끌어냈다. 예능 1인자인 유재석이 트로트계 신인으로 좌천(?)되며 벌어지는 돌발 상황들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안겼고, 소비의 주류로 불리는 2030에게 멀게만 느껴지던 트로트계의 숨은 예능 캐릭터들을 발굴해내는데 성공했다.

유재석은 ‘유산슬 1집 굿바이 콘서트’ 간담회에서 “때로는 막상 도전을 도전으로만 받아들여주지는 않는다. 현업의 제작진도 그런 고민을 많이 하시는거 같다. 저랑 일하는 제작진들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고민하지만, 막상 기획안을 냈을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고 현실적인 고민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트렌드를 만들 능력도 안되지만 트렌드를 따라갈 생각은 더더욱없다”라는 소신을 밝혔다.

사진=MBC

다가오는 2020년 계획에 대해서는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해서 해나갈 생각이다. 도전을 하다 실패를 한다고 하더라도, 도전의 방향이나 위기가 있다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 해주셨으면 한다. 돌아보면 안좋은 소리도 있어야 잘되는거 같다”라고 전했다.

 

♦︎ 강호동, 유튜브 세대도 사로잡은 올라운드 활약

이번 연말 예능대상 시상식을 보며 가장 안타까운 건 강호동의 부재다. 하지만 결코 강호동의 2019년은 허투루 흘러가지는 않았다. 지상파 3사와 인연이 닿지 않았을 뿐, 강호동은 케이블 채널부터 종편까지 그 어떤 예능인보다 바쁜 한해를 보냈다. 그 결과 JTBC ‘아는형님’은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고, ‘강식당’은 연이은 히트를 치며 폭발적인 화제성을 기록했다.

사진=tvN

하지만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지점은 ‘큰웃음’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은 강호동의 모습이다. 물론 예능감을 보태 과장된 부분이 다소 있지만 ‘스타킹’ 피해자 시리즈가 있을 정도로 과거 강호동은 웃음에 대한 강박이 남달랐다. ‘1박2일’을 예로 들더라도 사운드 공백이 없을 정도로 계속해서 ‘액션’을 취하는 모습이 담긴다. 그러나 채널A ‘신입사원 탄생기-굿피플’ ‘아이콘택트’를 보면 웃음이나 감동을 짜내기 보다 한 발짝 물러서서 프로그램의 결을 정돈하는 강호동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프로그램 내부로 들어가면 강호동의 한층 부드러워진 모습이 두드러진다. ‘강식당3’에서 강호동은 ‘1박2일’을 보며 병상에서 일어났다는 20년지기 팬의 말에 조용히 눈물을 삼켰다. ‘아이콘택트’에서 역시 강호동은 사연자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 ‘라끼남’에서는 제작진이 처음 라면을 끓일 장소로 지리산 천왕봉을 언급하자 “내가 지금이 아니면 지리산 못갈 거 같아. 지금 딱 안 올라가면, 이번 생에 정상을 못 밟을 가능성이 높아”라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십오야

한 방송 관계자는 이같은 강호동의 변화와 활약상에 대해 “올 한해 시청률이나 화제성면에서 강호동은 압도적인 수치”라며 “연말 시상식은 사실 지나가는 한 때 아닌가. 사실상 연예대상을 받을 때의 인기와 체감이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강호동이 유튜브 세대에게도 통한다는 점은 비슷한 연배의 예능인들이 갖지 못한 가장 큰 장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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