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사실 이 작품을 하면서 아쉬운 면이 더 많기는 한데 그래도 ‘이게 진짜 연기를 하는 건가’라고 처음 맛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정확하게 잘해낸 건 아니지만 저는 최선의 노력을 다 했고, 연기를 하는게 이런거구나 조금 더 알게된 느낌? 그런점에 있어서는 성장을 한 거 같아요”

지금까지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선배들과 밀접한 관계성을 맺고 있는 역할을 하기도 처음이었다. 장나라, 이상윤, 이청아는 물론이고 박성근, 배해선 등 좋은 선배들과의 연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작품이었다. 특히 극중 대립관계에 있었지만 장나라를 친언니처럼 믿고 따르게 됐다고.

“언니가 저를 너무 예뻐해줘서 저도 언니한테 많이 기댔어요. 그리고 정말 친언니가 생긴것처럼 따라다녔고, 언니랑 대본이 나오면 서로 마음아파하면서 이야기도 많이 할 수 있었어요. 언니는 성준이 너 주고 싶다 하고, 저는 ‘아니야, 언니 주고싶어요’하면서 촬영을 했어요. 그래서 더 똘똘 뭉쳤던 거 같아요. 언니 덕분에 제가 잘 끝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나정선, 박성준과의 관계만큼이나 눈길을 끈 건 벼락부자(배해선), 이현아(이청아)와의 워맨스였다. VIP 전담팀에 낙하산으로 입성해 스스로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었다고 생각하던 온유리에게 벼락부자와의 만남은 각별하고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다.

“선배님이 혼자서 한 신을 다 하신 거 같은 느낌이였어요. 초반에 VIP 라운지에서 커피를 마시는 장면은 촬영 초반이라서 저도 어색한 시기였거든요. 근데 선배님이 너무 잘 끌고 가주시는 거에요. 제가 대사가 거의 없었는데 어떻게 리액션을 해야하는지 하나하나 조언을 해주셨어요. 어떤 리액션을 해야하는지 많이 맞춰주시고, 그래서 다시 만났을 때도 굉장히 좋았어요. 서로 달라진 상황이 보여지니까 (앞선 장면과) 차별화가 되게 좋더라고요”

차가워보이지만 사람에 대한 깊은 배려심을 보여준 이현아와 워맨스를 더 보여주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았다. 특히나 이현아는 초반 온유리가 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현장업무에 동행하거나, ‘이 세게’에 어울리는 패션 등의 현실적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사실 유리한테 전담팀의 모든 사람들은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는데, 특히나 현아는 사수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온유리한테 기회를 주고, 한마디씩 알려주고 화장실에서 뒷담화하는 사원들에게 저를 변호해주잖아요. 그런 모습에서 이 사람은 나를 알아주나? 하고 좀 기댈 수 있었던 선배였어요. 근데 나중에 유리와 정선이의 관계가 밝혀지고 나서 현아한테만 ‘저를 좀 가르쳐주면 안될까요’ 물었을때의 반응이 아프더라고요. 그 장면이 좀 씁쓸했어요”

‘VIP’ 초반 검은색 정장에 굽낮은 구두만 줄곧 신던 온유리는 조금씩 변화를 거쳐, 마침내 화려한 재벌의 모습으로 표현됐다. 온유리의 내면만큼이나 외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표예진은 많은 정성을 들였다고 전했다.

“외적인 거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외적인 부분이 생각보다 연기를 채워주는데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변화가 있는 걸  알기 때문에 초반에 정말 거의 꾸미지 않으려고 4~5벌을 계속 돌려 입었어요. 가방, 치마는 하나밖에 없었고 사복을 입을 때도 삼선슬리퍼, 무릎나온 체육복같은 걸 입었어요. 후반부로 갈 수록 유리에게 당당함이나 자격이 생긴거 같은 내면을 보여주려고 힐도 높은걸 신고, 몸에 딱 붙는 원피스같은걸 입었어요. 그러면서도 재벌의 딸같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려고 스타일리스트 실장님이랑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변화가 크니까 시청자 분들도 확 바뀌었다는 걸 느끼셨던 거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 표예진은 ‘말하지 않고 표현하는’ 연기를 배웠다. 내면에는 폭풍이 몰아치지만 표출하는 방식이 말이 아니다 보니, 보다 다양한 연기의 결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유리가 말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서 대사가 없지만 표정으로 보여줘야 하는 부분들이 되게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리액션을 어떻게 해야할지가 어렵더라고요. 현장에서 선배들을 보면서 느낀 건 디테일하게 생각하고 표현해야 겠구나 였어요. 생각만큼 잘 안나오지는 않더라고요. 방송을 보면 아쉬운 장면이 많아요. 잘 듣고, 느끼는 대로 하려고 노력했는데 대사가 없다는게 정말 어렵구나. 그런 점에서 시행착오가 많았던 작품인 거 같아요”

주요 서사를 이끄는 캐릭터로서의 부담감, 그리고 새로운 배역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던 ‘VIP’. 비록 온유리가 밉상 캐릭터였을 지언정, 배우로서는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VIP’가 표예진에게 주는 의미를 물었다.

“이 작품은 아마 저한테는 지금 제 인생의 VIP같은 작품이고, 한동안은 못 보낼 거 같아요. 그만큼 소중했고 행복한 작품이었어요. 시청자 분들은 마음고생을 하면서 보셨겠지만 끝까지 많이 봐주시고 애청해주셔서 감사해요. VIP에 좋은 메시지들이 많은데, 다시 한번 보시면 또 다른 이야기들이 많이 보일 거 같아요. 그리고 기억하고 또 많이 이야기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일단은 죄송합니다. 하지만 불쌍하게 외로웠던 유리도 조금은 이해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사진=팬스타즈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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