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이순신, ‘봉오동 전투’ 홍범도, 최민식은 사극에서 위엄있는 위인들을 연기해 극강의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그가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선 다양한 매력을 가진 장영실로 분했다. 순수함과 귀여움, 또한 인간미까지 넘치는 장영실 캐릭터는 최민식의 연기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장영실이 됐다. 배우 생활 30년이 넘었지만 최민식은 여전히 관객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천문’은 이전의 사극과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그 흔한 정치적 대립 이야기가 펼쳐지긴 하지만 세종(한석규)과 장영실의 관계에 포커스를 뒀다. 브로맨스를 넘어선 ‘군신 로맨스’, 그 당시엔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군주와 신하의 깊은 관계 등이 ‘천문’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 포인트다. 최민식 역시 ‘천문’에 이런 매력들을 몸소 체험했다.

”세종대왕과 장영실 이야기는 대중에게 익숙한 소재죠. 하지만 ‘천문’ 시나리오를 보고 제가, 그리고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부분들이 보이더군요. 그들의 업적 이야기가 아닌 두 사람의 만남, 관계를 깊게 파고 들어서 ‘이거 진짜 해볼만 하겠다’고 생각했죠. 저희가 다큐멘터리를 찍는 게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것이니 이해 가능한 부분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재해석하기로 했어요. 거기에 (한)석규가 참여하니 ‘천문’을 안할 이유가 없었죠.“

”민속촌이나 한국의 집을 가면 민속놀이를 할 수 있잖아요. 그 시절의 세종과 장영실이 민속놀이를 하며 관계를 이어오지 않았을까 상상을 했죠. 영화 속 근정전 앞에 누워 서로 별을 바라보면서 ‘저 별은 내 별, 이 별은 네 별’하는 장면이 어떻게 보면 친한 애들끼리 노는 것 같았죠. 그런 아이같은 순수함이 두 사람의 감정이라고 생각했어요. 두 사람의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와 정치적 사건들의 긴장감이 잘 버무러지면 근래에 흔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사극이 나올 것이라 믿었죠.“

최민식은 ‘천문’으로 ‘쉬리’ 이후 20년 만에 한석규를 만났다. 대학 동창이며 대학시절 수많은 연극 작품을 함께한 동지이자 친구인 이들이 ‘천문’에서 다시 재회한다는 소식에 예비 관객들의 관심은 커졌다. 최민식도 한석규를 다시 만나는 것에 기대하고 있었다. 그 기대는 최민식에게 행복으로 다가왔다.

”허진호 감독이 저와 석규한테 동시에 시나리오를 주면서 누가 세종 역을 하고 누가 장영실을 맡을지 알아서 정하라고 하는 거예요.(웃음) 솔직히 살다살다 별 일을 다 겪는다고 생각했죠. 저도 세종 캐릭터가 탐나긴 했지만 석규가 한다고 해서...제가 ‘뿌리깊은 나무’에서 한번 했는데 또 해도 괜찮겠냐고 하니 다른 이미지의 세종도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나름 저도 한번은 왕 역할을 해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장영실로 정해진 다음 이 캐릭터를 가만히 보니 제가 꾸며갈 것들이 많았어요. 재미있을 것 같았죠. 뭘 하든 석규와 같이 하니까 상관없었어요. 아마 ‘천문’이 아니었어도 석규와 작품 할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참여했을 거예요.“

”석규는 저와 20세 때부터 봐왔어요. 벌써 같이 알아온 세월이 30년이 넘었죠. 대학 시절 같이 연극 작품도 많이 해서 열 마디 할 거 세 마디만 말해도 석규의 마음을 잘 알게 됐어요.. 그만큼 석규의 연기 스타일도 눈에 익게 됐고 ‘천문’으로 20년 만에 다시 만났어도 작품 이야기를 하다보면 공감이 갔어요. 석규의 세종을 보면 아이같이 순수하고 서정적인 군주, 정치인의 모습이 잘 드러나죠. 이 감정의 진폭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걸 보면서 어휴...역시 우리 전하! 참 많이 감탄했어요.“

‘천문’에서 장영실이란 인물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어떨 때는 학자 느낌도 나면서 천방지축 개구쟁이 같기도 하다. 세종 앞에선 어린 아이가 됐다가 불만이 쌓이면 거침없이 독설을 내뱉기도 한다. 장영실의 팔색조 매력이 최민식의 연기로 탄생했다. 그만큼 최민식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가 많다는 것이었다.

”영화에서 브로맨스 느낌이 많이 나죠? 세종과 장영실이 그만큼 깊은 관계였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원래 친할수록 많이 다투기도 하고 애정도 많이 표현하잖아요. 약간 오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그런 의도는 아니었습니다.(웃음) 저희가 의도한 건 친한 아이들이 같이 어울려서 노는 거였어요. 세종대왕이 아이처럼 웃고 즐거워하는 걸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잖아요.“

”세종만큼 장영실도 영화에서 귀여운 부분들이 많이 등장하죠. 귀여운 장면들이 되게 많았는데 편집 됐더라고요. 솔직히 좀 아쉽더라고요. 허진호 감독이 알아서 잘 조절한 거니 아무 말 하지 않았어요. 괜히 ‘허테일’이 아니잖아요. 한번은 데니스 홍 로봇 박사 강의를 봤는데 정말 아이같더라고요. 저한테는 로봇이 장난감처럼 느껴졌는데 데니스 홍 박사는 천진난만하게 열정적으로 로봇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때 ‘세종과 장영실도 마찬가지겠구나’ 생각했죠. 공통적인 무언가에 깊게 빠져든 사람들이 만나면 속을 다 털어놓을 수 있다는 걸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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