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를 끝으로 2019 연예대상이 막을 내렸다. 올해 연예대상은 수상자에 대해 대체적으로 큰 이견이 없었지만, 구색 갖추기에 대한 질타성 발언이 나오며 ‘장외’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우선 시청률로 살펴보면 ‘MBC 방송연예대상’이 11.0%-14.7%로 가장 높은 수치를 자랑했다. 이어 ‘SBS 연예대상’(8.4%-12.7%), ‘KBS 연예대상’(7.6%-7.7%) 순으로 나타났다. (닐슨코리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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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방송연예대상’은 유재석, 박나래의 양자구도가 두드러졌다. 연예대상 3수생 박나래는 지난해 강력한 대상후보로 거론됐으나 ‘전참시’ 이영자에게 트로피를 내어줬다. 하지만 전현무의 부재 등으로 연초 위기론이 불거진 ‘나 혼자 산다’를 1년간 안정적으로 이끌며 이날 연예대상의 주인공으로 자리하게 됐다.

물론 일부에서는 유재석의 수상 불발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놀면뭐하니?-뽕포유 프로젝트’를 통해 부캐(부캐릭터) 유산슬로 큰 사랑을 받은 유재석의 연말 활약이 두드러졌기 때문. 하지만 유재석은 유산슬로 이날 신인상을 깜짝 수상하며 유쾌한 연예대상 분위기를 이끌었다.

‘SBS 연예대상’은 사실상 독보적인 대상후보였던 백종원이 공로상을 받는데 그쳤다. 10주년을 목전에 둔 ‘런닝맨’을 유재석이 그간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백종원이 ‘골목식당’ ‘맛남의 광장’ 등 연이어 흥행작을 탄생시키며 대상 후보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본인이 수상을 재차 거부하자 SBS 측에서 공로상으로 ‘우회로’를 선택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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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똥은 엉뚱하게도 유재석에게로 튀었다. 대상후보에 백종원의 이름을 올렸지만 유재석에게 트로피가 돌아갔기 때문. 수상을 거부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상을 안길 수는 없지만, 애당초 대상을 줄 여건이 되지 않은 백종원을 후보에 올리며 시청자들을 '희망고문'한 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왔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들이 단체로 대상을 받은 ‘KBS 연예대상’은 대체적으로 평이했다. 단체 수상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일부 존재하기는 하지만 74주 연속 동시간대 1위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바탕에 아빠들의 노력이 숨어 있었기에 큰 이견은 없었다.

이번 3사 연예대상은 예능인들의 발언이 유독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제2의 전성기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은 김숙은 MBC방송연예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후 “제가 딱 작년에 집에서 'MBC 연예대상'을 보고 있었다. 송은이 씨가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얘기했었다. 이십몇 년 만에 시상식에 처음 왔다고. 왜 구질구질하게 저런 이야기를 하나 했는데, 제가 25년 만에 처음으로 시상식에 왔다. 송은이 언니의 마음을 이제 알겠다”라고 전했다. 그간 연예대상이 여성 예능인에게 얼마나 박했는지를 돌아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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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의 사이다 발언도 빼놓을 수 없다. ‘SBS연예대상’ 시상식에서 김구라는 자신이 대상 후보로 지목된 데 대해 “대상 후보라는 자체가 스스로 납득이 안 된다. 시청자들이 납득이 될까 의문이다. 방송사에서 구색을 맞추려고 6명을 넣은 거 같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이상 대상후보 8명 뽑아놓고 아무런 콘텐츠 없이 개인기로 1~2시간 때우는 거 안 된다. 아시겠냐. 정확하게 방송 3사 본부장이 만나자. 광고 때문에 그러는 거 안다. 바뀔 때 됐다. 이 얘기 하고 빠지겠다”라고 전했다.

발언에 대한 후폭풍은 이튿날 ‘MBC 방송연예대상’에서도 계속됐다. 하지만 말 그대로 ‘논란’이 아닌 ‘공감’의 취지에서 예능인들이 동조했다. 이영자, 유재석, 김구라, 김성주, 전현무, 박나래 대상 후보자 6인이 무대에 올랐다. 대상 공약을 부탁하자 김구라는 “받을 사람만 하면 되는 거냐, 그야말로 구색이다”라고 운을 뗐다. 강력한 후보인 유재석, 박나래가 공약 발언을 아끼는 것을 제외하면 이영자, 전현무, 김성주는 “저도 구색인 거 같다”라고 김구라 쪽에 몰려서며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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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대상은 1년간 수고한 예능인, 그리고 카메라 뒤에서 힘쓰는 스태프들을 격려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본연의 취지가 있다. 하지만 각 방송사들의 구색 갖추기를 위해 연말 귀중한 시간에 예능인들을 한데 모아놓고 ‘시간 때우기’를 한다는 비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진정으로 시청자들과 함께 즐기기 위한 시상식이라면 일요일 심야 시간대에 새벽 1시를 넘겨서까지 진행되는 것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또 매해 반복되는 나눠주기식 수상도 문제다. 통합 시상식에 대한 요구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방송사들이 광고는 물론이고, 각각의 권위를 명분으로 합의점을 찾지 않으면서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연예대상으로 인한 피로감을 안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어떤식으로 진행되든 시상식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해왔으니까, 해야 하니까 하는 비합리적인 시상식 진행 방식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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