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30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해온 지 17년 만에 마침내 현실화된 셈이다.

이날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의 공수처 설치법 수정안이 재석 176명, 찬성 159명, 반대 14명, 기권 3명으로 가결된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끈 인물은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었다. 여당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기권표를 던졌다. 나머지 2명은 바른미래당 김동철·이상돈 의원이었고, 반대 14명은 권은희 의원 등 바른미래당 소속이었다.

검사 출신인 금 의원은 과거 여러 차례 기소권과 수사권을 동시에 갖는 공수처법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4월 금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공수처 설치가 검찰개혁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고 만일 설치에 성공한다면 오히려 개혁과는 반대 방향으로 갈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는 김오수 차관을 상대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우리 검찰개혁 방안 역시 특수부 폐지 같이 검찰이 직접수사권을 내려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건데 공수처는 왜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가져야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검찰 조직의 내부고발자로 투쟁해온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금태섭 의원을 콕 집어 거명했다. 임 부장검사는 ”수사의 성역과 같았던 검찰을 수사할 견제기관을 제발 만들어주십시오. 검찰은 자정능력을 이미 잃었습니다. 검찰의 이중잣대를 처벌해주십시오. 그래야 검찰 수사가 공정해집니다“라고 공수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조응천 의원님과 금태섭 의원님이 공수처 법안에 대해 이런저런 이론이 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두 분 의원님은 '검찰 선배'로 검찰의 오늘에 책임이 없지 않습니다. 선배님들을 뽑아준 주권자 국민을 위해, 검찰에 남아 힘겹게 버티고 있는 저를 비롯한 후배들을 위해 대승적 견지에서 법안에 찬성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라고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1호 공약이기도 했던 공수처법 표결에 기권한 금 의원에 대한 여당 지지자들의 항의와 비난은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고 있다. 금 의원 페이스북에는 “금태섭 아웃” “기권이라니 자한당이나 바미당 가세요” “금 의원은 민주당 정책에 동의하지 않으므로 민주당 자격이 없다. 공천기획단부터 내보내고 출당시켜라” “소신발언, 당내 소수의견이라고 쉴드치겠지” “인사청문회 조국에겐 쓴소리, 국정감사 윤석열에겐 정중 끝판왕, 그때부터 알아봤다” 등의 비난 댓글이 이어졌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금태섭 아웃' '금태섭 의원 공천 배제하십시오' '금태섭 의원 출당시키세요' 같은 제목의 글이 쇄도했다.

홍익표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공수처법 가결에 대해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 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론인데 기권(표가) 나온 건 유감"이라며 "그에 대해선 당 지도부에서 검토 후 판단할 것"이라고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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