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국제영화제 시상식 당시 ‘버드맨’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오스카 감독상을 받은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이 심사위원장 자격으로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발표했다. ‘기생충’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한국영화 100년은 정점을 찍었다. 전 국민이 ‘기생충’의 수상에 기뻐했지만 이 영화의 여정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기생충’은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까지 한국영화의 대표작으로 남을 예정이다.

사진=싱글리스트DB

2006년 봉준호 감독은 ‘괴물’로 칸 감독주간에 초청돼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처음 받았다. 그 후 13년이 지나 그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를 접수했다.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한국으로 가져온 그와 송강호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그 미소가 연말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칸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전세계에 공개된 ‘기생충’은 5월 30일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여졌다. 이미 황금종려상을 받은 후라 관객들의 기대는 클 수밖에 없었다.

‘기생충’은 보란 듯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최종스코어 1008만5277명을 달성했다. 이 영화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캐릭터들의 눈을 가린 포스터는 예능, SNS 등을 통해 패러디됐고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라는 명대사 또한 회자됐다. 어느새 ’기생충‘은 한국영화계를 넘어 대중문화의 한 축이 됐다.

EPA=연합뉴스

올해 영화 시상식의 주인공은 단연 ’기생충‘이었다. 2011년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가 청룡영화상 작품상, 감독상을 동시에 탄 이후 8년 만에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을 모두 거머쥐었다.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님, 최고의 스태프, 배우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면서 ”이 영광을 관객분들에게 바친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봉준호 역시 ”한국영화계에 기생하는 창작자가 되겠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국내 시상식을 모두 싹쓸이한 ’기생충‘은 전세계가 주목하는 마스터피스로 발전했다. LA 비평가협회상은 물론 각종 할리우드 비평가협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등을 받으며 강력한 오스카 컨텐더로 자리잡았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연출한 제임스 건 감독, ’This is America’로 그래미 어워드를 석권한 가수이자 배우인 도널드 글로버(차일디시 감비노) 등 할리우드 유명 인사들이 모두 ‘기생충’을 보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최우식, 박소담 등은 토론토국제영화제 초청을 받는 건 물론 할리우드 대표 연예 매체들과 인터뷰를 하며 영향력을 넓혀갔다. 박소담이 ‘기생충’에서 부른 일명 ‘제시카 송’은 미국 배급사 네온이 소개 영상으로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외 관객들은 ‘제시카 송’이 오스카 주제가상 후보에 올라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사진='기생충' 인스타그램 캡처('허슬러' 로렌 스카파리아 감독, '베이비 드라이버' 에드가 라이트 감독,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제임스 건 감독)

이것만으로도 ‘기생충’은 충분히 한국영화의 위상을 드높였다. ‘기생충’은 올해 미국에서 개봉한 외국어영화 중 수입 1위를 기록했으며 타임지가 성장한 올해의 영화 TOP10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 무엇보다 값진 건 골든글로브 시상식 한국영화 최초 노미네이트였다. ‘기생충’은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제2의 ‘로마’(알폰소 쿠아론 감독)라는 수식어까지 듣게 됐다. 이에 힘입어 미국배우조합상(SAG) 한국영화 최초로 다른 시상식 작품상에 해당되는 영화부문 캐스팅상 후보로 지명됐다.

백미는 오스카 국제영화상(전 외국어영화상) 예비후보에 오른 것이다. ‘기생충’은 ‘페인 앤 글로리’(스페인), ‘레미제라블’(프랑스) 등과 함께 한 자리를 차지했고 최종후보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극에서 최우식이 부른 ‘소주 한잔’도 주제가상 예비 후보로 올라 눈길을 끌었다. 만약 ‘기생충’이 오스카 국제영화상 최종 후보에 오르면 한국영화 최초의 기록을 또 하나 달성하게 된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예비후보에 오른 첫 한국영화였다면 ‘기생충’은 이를 뛰어넘게 되는 것이다.

”올해 오스카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만 봐도 주변 사운드가 영화의 분위기를 설정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 알 수 있었죠. ‘로마’처럼 ‘기생충’도 주변 소음이 중요하니 관객분들은 그 소리에 집중해보셨으면 좋겠어요“라는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기생충’은 ‘로마’의 행보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차이라면 ‘로마’가 오스카 작품상을 받지 못한 것이다.

사진=골든글로브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배우조합상 후보 발표 영상 캡처

이로인해 할리우드 내에서는 오스카 역사상 최초로 외국어영화가 작품상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를 하고 있다. ‘기생충’의 경쟁작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아이리시맨’, 노아 바움백 감독의 ‘결혼 이야기’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로 압축된다. 국제영화상 후보 지명과 수상은 따놓은당상이라는 해외 매체들의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우선 내년 1월 5일(현지시각) 열리는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가 중요하다. 또한 13일 발표되는 오스카 최종후보 명단에 ‘기생충’이 이름을 올릴지도 관심사다. 전세계를 장악한 ‘기생충’ 신드롬은 내년 초에도 계속 될 예정이다. 전세계 관객들이 ‘기생충’의 스토리, 연기에 공감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삶, 인간이 가진 내적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한국영화, 문화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걸 ‘기생충’은 보여줬다. 한국영화 100년사에 한 획을 그은 ‘기생충’의 신드롬이 어디까지, 언제까지 이어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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