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환영이 기쁘고 믿겨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팬들이 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기 보다는 오히려 제가 너무 고맙다. 제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걸로 팬들과 대한민국을 감히 감싸고 싶다."

'슈가맨'이 소환해 대한민국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90년대 스타 양준일. 2019년이 딱 하루밖에 남지 않은 12월 31일. '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천재'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는 그가 본격 꽃길의 첫 발을 내딛는다. 올해의 마지막 날 30년만에 팬들을 만나기에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31일 서울 광진구 능동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양준일의 팬미팅을 앞두고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자신의 인기가 실감이 나지 않아 아직까지도 적응 중이라는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 현장을 찾은 취재진의 열기에 놀라 "정말 저를 보러 온게 맞아요?"라고 물었다.

양준일은 1991년 데뷔해 '가나다라마바사' '댄스 위드 미 아가씨' '리베카' 등의 히트곡을 남겼다. 최근 90년대 음악방송을 들려주는 유튜브 '온라인 탑골공원'에서 '탑골 GD'로 불리고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이하 '슈가맨')에 출연하며 최근 다시 주목받았다.

Q. 한국에 다시 돌아왔다. '슈가맨' 이후 어떻게 지냈나.

A. 미국에 돌아갈 때는 다시는 한국에 안 돌아오겠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에 있으면서도 다가가기 힘든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가고 싶었다.

그래서 '슈가맨'에 나오는 것도 망설였다. '슈가맨' 출연 후에도 바로 돌아가서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그리고 음식점에 전화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떤 분이 양준일이 일하는 가게냐고 바꿔달라고 했다. 그분이 한국에서 전화한 거였다. 지금 대한민국이 난리가 났는데 거기서 서빙하고 있으면 어떡하냐고 전화 받은 사람에게 짜증을 내셨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전화를 바꿔서 받았다. 실질적으로 와닿지 않았다. 

Q. 국내에서는 '양준일 신드롬'이다. 인기를 실감했나.

A. 비행기 타고 들어오면서 스튜어디스들이 다 알아보더라. 아이랑 마지막에 내렸는데 청소하는 분들까지도 저를 알아보더라. 이게 무슨 일이지 싶었다. 저도 설마. 그분들도 어? 하는 반응을 보였다. 매일 적응하고 있다. 적응이 좀 됐나하면 이렇게 많은 취재진이 저를 보러 왔다는 것 자체가 또 한번 쇼크다.

Q. K팝 스타가 됐다. 20대의 양준일에서 30년이 지난 50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A. '슈가맨' 출연하고 나서도 여러분이 실망하면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고, '슈가맨'에서 다시 무대 설 수 있으면 그걸 받아들이고라는 마음이었다.

사실 모든 게 내 계획대로 안 된다. 20대도 내 계획대로 안 되고 있고, 50대도 내 계획대로 안 되고 있다.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K팝 스타가 되는 것은 내가 원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그게 너무 신기하다. 지금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다. 과거에 내려놓는 것이 너무 힘들었기에 지금은 원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물음을 갖는다. 이게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계속 원하면 되는 일인가 싶다.

Q. '슈가맨'에서 언급했던 (여권에 도장을 받지 못했다) 상황을 다시 설명해 줄 수 있나.

A. 여권에 도장은 잘 받았었다. 그분은 제가 직접 얼굴을 보거나 한 것은 아니다. 저를 데리고 간 분이 내 비자를 가지고 들어갔다. 기다렸는데 도장을 안 찍어준다고 하더라. 이유를 물으니 '너 같은 사람이 있는게 싫대'라고 했다더라. 저같은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외국 사람이 한국에 들어와서 일을 하면 한국 사람의 일을 뺏어가는 것이 싫다'는 것이라더라. 대한민국에도 일할 사람이 충분히 있는데 대한민국에 들어와서 일자리를 뺏어가냐고 했다고 하더라. 다른 사무실에서 도장을 받을 수 있냐고 물었더니 제 여권으로는 거기밖에 안 된다고 했다. 그분이 곧 은퇴를 한다고 했다. 상부에 압력을 넣어도 안 될 것이라고 하더라. 그때 부산에서 공연하는 사실을 알까 싶어 그냥 진행하려고 했다. 근데 어떻게 알고서는 감독관이 나와서 무대에 서면 대한민국에서 살 수 없다고 했다.

Q. '슈가맨'에서 밝힌 것처럼 대한민국에서 도장을 찍어 주지 않아 결국엔 미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대한민국에 대한 인식이 좀 달라졌나.

A. 활동하면서 힘든 일들이 있었었지만 힘든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슈가맨'에서 미국에 살면서도 (많은 도움을 준)써니 누나 이야기를 했었다. 제 인생에 따뜻하게 대해준 분들이 있었다. 노사연 누나, 민혜경 누나도 잘 해주셨다. 헤어샾 대표님도 그렇다. 저를 연예인으로서가 아니라 굉장히 따뜻하게 챙겨주셨다. 미국에서 받을 수 없었던 따뜻함이 띄엄띄엄 필요할 적에 있었다.

'슈가맨'에서 내 이야기를 할 때 슬프지 않는 이유가 더 좋은 추억들이 있고, 그런 따뜻함을 소중하게 하고 싶어서다. 대한민국에서 저를 따뜻하게 받아줬던 분들을 따뜻하게 기억한다.

Q. '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천재', '탑골GD'라는 수식어가 있다. '탑골GD'의 경우는 일부 안티 팬들도 있는데 안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제가 앞서 간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근데 대한민국과 안 맞다는 것은 알았다. 내가 하는 것을 바꿀 수가 없었다. 많은 분들이 마이클 잭슨을 흉내낸다고 평을 한다. 근데 제가 조지 마이클을 흉내내도 마이클 잭슨의 느낌이 나올 것이다. 저의 생김이나 필 같은 것들이 비슷한 필이다. 

저는 '탑골'이 뭔지도 모른다. 근데 지디가 안 좋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있다. 만약 누가 저를 마이클 잭슨이랑 비교하면 마이클 잭슨에 욕 먹이는 것 일수도 있다. 지디의 팬들이 싫어한다면 나는 이해한다. 싫어하게 되는 건 저를 개인적으로 한번 만나보면 마음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노래하는 모습이나 무대는 한 면만 보는 것이다. 다른 양준일의 모습이 있다. 나의 한 면을 싫어하는 것은 괜찮다. 나도 내 싫은 면이 있을 수 있다. 그 사람도 그건 한 면일 뿐이다. 그런 것들은 신경은 안쓰려고 한다.

Q. 50대임에도 20대의 몸매가 여전하다. 특별히 관리하고 있나. 패션 센스도 남다르다.

A. 먹는 것을 조절한다. 서빙 일을 할때 하루 14시간 정도 일한다. 바쁜 날은 하루에 16KM를 걷더라. 그걸 하면서 중간에 점심에 뭘 먹으면 졸리더라. 그래서 하루를 마무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굉장히 적게 먹는다. 달걀 몇개 가져가서 먹으면서 일을 했다. 그러면서 살이 찌지 않은 것 같다. 원래 살이 안 찌는 체질이기도 하다. V2때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 프로틴을 한번에 3000Kcal 먹으면서 키웠다. 패션은 타고난 면도 좀 있고, 내 몸을 잘 아는 것 같다. 옷 같은 것도 내가 뭘 원하는지는 눈에 들어온다.

Q. '가수 양준일'을 무대로 소환해준 팬들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나.

A. 책을 준비하고 있다. 제 생각을 조금 더 글로 표현하고 나눌 수 있으면 해서 준비 중이다. 또 저도 너무 놀라운게 중고 시장에서 제 옛날 LP가 고가로 팔린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찍어낸다는 얘기를 들었다. 예전 곡들을 모아서 재편곡 재녹음해서 팬들이 원하는 앨범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Q. 재편곡이나 재녹음도 좋지만, 새 앨범을 발매할 계획은 없나.

A. V2 앨범을 만들면서 내가 썼던 상황들을 다시 표현하고 싶다. 지금은 새로운 가사를 쓰고 싶지 않다. '슈가맨'에서도 말했지만 그 가사들과 원래 노래를 충분히 표현하고 싶다. 그 다음에 신곡을 하고 싶다.

그때 내가 2집까지 하고 3집을 낼 때는 너무 힘들었다. 모든 것을 바꾸고 싶은 갈망이 굉장히 컸다. 근데 그게 잘됐던 안됐던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때 썼던 가사를 다시 보면 이게 마지막 앨범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때 작곡가와 작업을 하면서 작곡가 노래를 듣고 그날 밤에 내가 바로 작사했다. V2 앨범 하면서는 그 상황과 아픔이 있었기에 내가 표현했던 것들을 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그걸 다시 잘 표현하고 싶다.

Q.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앞으로 계획을 전한다면.

A. 연예 활동을 안하더라도 대한민국에 들어와서 살고 싶다. 지금은 여러분들이 저를 원하신다면 원하는만큼 활동하고 싶다.

사진=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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