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방송된 JTBC ‘신년토론’에서는 손석희 앵커의 진행으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진중권 평론가(전 동양대 교수), 이창현 국민대 교수,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도가 참석한 가운데 ‘한국 언론, 어디에 서 있나’ 토론회를 진행했다.

앞서 진 평론가가 유 이사장을 저격하는 페이스북 글을 계속 올려 두 사람의 대면에 긴장감이 형성됐다. 예상대로 진 평론가는 유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 대해 편파적이고 불공정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면전에서 “망상”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해가면서 비판을 이어갔다. 조국 전 장관과 가족의 범죄혐의,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위조 논란을 다룬 MBC ‘PD수첩’ 및 한학수 PD,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알릴레오’에 출연해 경향신문 보도를 다룬 기자 등에 대한 전방위 공세를 퍼부었다. “야바위식”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서울대 선후배 사이이며 과거 정의당 당원으로 팟캐스트를 함께 진행하고, 대표적인 진보논객으로 활동했던 두 사람의 골이 이토록 깊어진 이유야 여럿 있겠지만 다수의 시청자가 보고 있는 토론 프로그램에서 함께 출연한 패널에 대한 이런 방식의 문제제기와 비판은 부적절해 보였다. 주제에 입각한 논리를 전개하는 과정에서의 반박과 재반박 차원이 아닌 것으로 느껴지는 대목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알릴레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PD수첩’과 같은 진보 성향 프로그램을 비판하면서 보수 성향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아예 보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용기(?)가 놀라웠다. 조국 일가의 도덕성은 질타하면서 먼지털기식 수사·피의사실 공표·정치적 기소·인권침해 논란의 중심에 선 검찰의 문제점에 대해선 별다른 비판 없이 ‘편파적’이라며 상대에게 공세를 펴는 점이 '판타지'를 보는 듯했다.

정제되지 않은 비속어 사용, 불필요한 개인의 소회 토로, 지식 풍부한 상대에게 “이거 아세요?”란 비아냥성 질문, 상대 패널이 말하고 있을 때의 태도 등에 대한 시청자 지적이 SNS와 방송사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했다.

‘기레기’ 멸칭을 들을 만큼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권위를 잃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영향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위기의 레거시 미디어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토론의 장을 ‘난상’으로 만들어버릴 소지가 있기에 유 이사장과 사이에 쌓인 감정과 이견은 방송 출연 전 적절히 정리하고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다행히 이런 상황을 익히 예상한 듯 유시민 이사장은 일일이 대응을 삼간 채 최대한 주제에 걸맞은 논의로 나아가려고 애쓰는 흔적이 역력했다. 정준희 교수는 언론학자다운 전문적 지식과 예리한 논리, 거침 없는 언변으로 차세대 논객 탄생을 알렸다. 이창현 교수는 균형감 있는 인식뿐만 아니라 자칫 일탈할 수도 있는 토론을 정확한 좌표로 되돌리는 노련함으로 손석희 앵커의 짐을 덜어줬다. 

지상파·종편의 토론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성과 패널의 자질 문제에 대한 지적은 늘 있어왔지만 이날 방송은 유시민, 진중권이라는 인물이 지닌 시대·진영적 함의 탓에 아쉬움과 각성이 더욱 컸다.

사진=JTBC '신년토론'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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