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어귀마다 자리하고 있는 독특한 호프집이 있다. 평균 6000~7000원대의 수제맥주만 취급하는 이곳은 상호부터 레트로 모드라 단박에 시선을 붙든다. 국내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1위 ‘생활맥주’를 전개하는 데일리비어 임상진(48) 대표. 5살 반려견과 함께 사는 싱글남이다. 세밑 여의도 사옥에서 만난 임 대표의 곁엔 하얀색 진돗개 마크가 수호천사처럼 사무실과 회의실을 종종거리며 따라 다녔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외국계 IT기업 프로그래머이자 영업대표로 재직하다 퇴사했다. 그때 나이 서른 네살. 외식사업에 뛰어들어 참치집, 치킨가게를 운영했다. 천직이라 여길 정도로 신명 나게 장사에 탐닉했다.

특히 치킨은 맥주와 불가분의 관계라 ‘맥덕’인 그는 운명적으로 맥주를 파고 들었다. 2014년 5월 여의도 KBS별관 앞 건물 1층에 생활맥주 1호점을 오픈했다. 시간이 발효시킨 그의 사업은 현재 직영점 21개 포함 220여 개의 프랜차이즈를 거느리는 성공을 안겨줬다.

“당시에는 크래프트비어의 접근성이 떨어졌어요. 고퀄리티 맥주를 즐기려면 이태원 경리단길에나 나가야 했을 정도였죠. 일상생활에서 밀접하게 서비스 해보자가 목표였어요. 주택가 상권에서 슬리퍼를 신고 가서도 편하게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매장을 만들자며 오픈한 게 생활맥주였죠.”

비즈니스 모델은 양조장 플랫폼이었다. 각 지역 양조장에서 오리지널 맥주를 공급받아 상권 특성에 맞는 맥주와 가격을 점주로 하여금 선택하게 했다. 따라서 매장마다 맥주 라인업과 가격이 다 다르다. 수제맥주를 다루는 곳인 만큼 병맥주, 소주는 판매하지 않은 채 생맥주만 취급한다. 저가형이 아니라 제 가격을 받는다. 임 대표는 이 모델이 성공적이라고 판단한다. 한잔을 먹더라도 제대로 먹는 것을 선택할 만큼 소비자 수준이 높아진 데다 다양성을 즐기는 성향을 저격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인력으로 운용될 수 있는 효율성 높은 매장을 만들고자 했다. 이곳에서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주방 업무도 맡아서 한다. 음식의 표준화가 이뤄져서다. 또한 주류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보기 드물게 시그니처 메뉴인 치킨(앵그리버드)을 중심으로 한 배달서비스 인기가 많다. 초저녁부터 잘 되는 이유가 맛있는 치킨 덕분이다. 효자 종목 중 하나다.

집 근처에서 꽤 괜찮은 수제맥주를 맛볼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이를 위해 전국 20여 개 수제맥주 양조장(브루어리)으로부터 맥주를 공급받아 다양한 풍미를 자랑한다. 수제맥주는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많은 가맹점이 균일한 퀄리티의 맥주맛을 유지하기 위해 관리에도 깨나 공을 들인다.

씨서론(맥주감별사)과 비어서버들이 가맹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위생점검, 맥주관리, 컨설팅을 도맡는 운영점 수퍼바이저들은 맥주 관리 및 전문성에 있어서 국내 최고 집단이라고 자부한다. 가맹점주 및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교육도 수시로 이뤄진다.

독특한 인테리어와 매장에 흐르는 음악 모두 임 대표의 손길을 거쳤다. 워낙 인테리어 디자인을 즐겨했던 그는 지금까지도 전체 매장 디자인에 참여하고 있다.

“프랜차이즈점이라고 해서 디자인 모델을 만들어놓은 뒤 찍어내듯 똑같이 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왔어요. 5년 전부터 빈티지, 레트로 콘셉트 안에서 지역과 건물의 특성을 살려 다양성을 꾀하고 있죠. 고객에게 늘 새로운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시도죠. 스타벅스 경우도 한국에 천 몇백개 매장이 있는데 디자인이 다 틀리잖아요. 저희는 직영점에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하는 편이죠.”

하루의 대부분을 사업에 쏟아 붓는다. 아직 싱글인 이유이기도 하다. 혼삶이지만 여유롭고 윤택해 보이는 모습은 충만감에서 나온다.

“결혼했다면 과연 이 사업을 할 수 있었을까란 생각이 들어요. 직장 퇴사 이후 선택했던 업종이 밤시간이 거의 없었으니까 온전한 결혼생활이 가능했을까 싶어요. 사업과 결혼을 병행하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일에 모든 에너지를 다 쏟는 스타일이거든요. 혼자 사는 게 지금은 너무 좋아요. 먹고 싶을 때 먹고, 쉬고 싶을 때 쉬고 백프로 나의 의지대로 살 수 있다는 게 행복하죠. 어찌 보면 이기적인 생각일 수 있겠지만 자신에게만 모든 걸 투자할 수 있다는 건 싱글라이프의 최대 장점인 듯 싶어요.”

그의 곁에는 든든한 가족이 있다. 반려견 마크다. 평생 어렸을 때부터 개를 키워왔다는 임 대표는 마크와는 5년째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이제까지 모두 유기견을 거둬 키웠어요. 인연이 끝날 때 즈음 되면 새로운 강아지가 생기고 그런 식이었죠. 유기견이었던 마크도 처음 집 앞에서 만났어요. 일단 보호하다가 분양을 하려고 했는데 그새 정이 들어서 헤어지지 못하게 됐죠. 지금은 용산의 아파트에서 여의도 회사까지 매일 함께 출근해요. 회사 마스코트로서 사진촬영도 하고, 손님도 맞이하고...마크를 모델로 한 수제맥주도 론칭했으니 자기 밥벌이는 충분히 하고 있죠.(웃음) 겁이 많은 녀석이라 직원들과 회의할 때조차 회의실에 꼭 들어와 함께하죠.”

아카페적인 완전한 사랑을 마크로부터 느낀다. 아무런 조건 없는 사랑의 실체를 확인하곤 한다. “이 친구가 내게 주는 사랑과 행복의 가치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하는 임 대표는 “마크를 키운다기보다 마크로부터 무한대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도전과 결정의 연속인 사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힘이 되는 에너지원이다.

새해를 맞는 비즈니스맨의 소망은 역시나 사업 관련으로 빼곡하다. 본사가 다양한 상권과 영업을 통해 얻은 노하우, 영업 트렌드를 가맹점에게 공유하고 전수해주는 게 프랜차이즈의 본질이라고 여기는 그는 전체 매장의 30%까지 직영점을 냄으로써 실험적 시도, 수익의 안정화를 꾀할 계획이다.

수제맥주 역사가 짧은 국내 시장에서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려는 노력 꾸준히 해온 그는 올해에 더욱 왕성한 마케팅을 꿈꾼다. 맥주를 이용한 요가 프로그램이라든가 다양한 행사에 많이 참여하는 게 대표적이다. 특히 올해 맥주 과세체계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개편됨으로써 가격저항이 줄어들고, 1인 소비문화 확산으로 인해 수제맥주 시장 저변이 확대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지역의 군소 양조장들과 상생 및 플랫폼 역할이 당면 과제라 자제하고 있으나 언젠가 국내 대표 맥주 브랜드로 발돋움하는 게 최종 목표다.

인터뷰를 갈무리하며 툭 던진 말, “계속 건강 잘 지키면서 혼자 잘 살아야죠”. 혼족 사업가의 다짐이자 오더다.

사진=지선미(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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