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석규는 세종 역할만 두번째다. 8년 전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 이어 2019년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감독 허진호/이하 '천문')에서 다시 한번 세종을 연기했다.

'천문'은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과 장영실(최민식)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민본을 꿈꿨던 세종과 천재 과학자 장영실이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모습에 초점을 뒀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한석규와 영화의 뒷 이야기를 나눴다. 허진호 감독은 한석규와 최민식, 두 사람을 불러두고 두 사람이 역할을 고를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전해진 바. 결과적으로 세종을 두 번째 연기하게 된 한석규는 '어머니'를 생각했단다.

"어떤 위대한 사람이 훌륭한 일을 해낼 때 그 원동력에 대해 생각해봤다. 세종도 왜 끊임없는 창작활동을 할까. 그 원동력이 뭘까 생각했다. 어머니인 것 같았다. 세종의 어머니는 아버지와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다. 정략결혼이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남편이 왕이 되도록 도운 입장이다. 근데 결국은 비극이다. 이도는 어려서부터 이런 모습을 보고 자라왔을 것이다.

그래서 어릴 때 이도는 왕은 꿈도 꾸지 않았을 것 같았다. 근데 왕을 해야하니 스스로 다짐했을 것이다. 왕이 돼서 절대 아버지처럼 되지 말자고. 한 사람이라도 내가 도와주고 살려줘야지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세종을 하고 싶었다.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후 불교 경전을 한글로 냈던 이유 역시 어머니일 것 같았다."

그러면서 한석규는 자신이 세종을 할 수 있게 해준 최민식은 '굿맨'이라고 칭했다.

"민식이 형은 좋은 사람이다. 장영실과 세종의 관계를 생각해보니 그 사회에는 신분제도가 있었다. 장영실이 천민으로서 바라보는 시선이 상상이 안 간다. 그의 입장에서는 아버지는 오랑캐였었고 어머니는 관노다. 그 시대에는 백정도 사람이 아니지 않았나. 하지만 상대는 세종이다. 세종은 왕이고 하늘이다. 서로 끝과 끝의 신분이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 서로 좋아하게 된 것은 내 상상력으로는, 그냥 민식이형이면 된다. 형과 함께하면 상상력이 더 풍부해진다. 대사를 봤을 때 되게 멋있게 표현했다고 생각이 든다. 세종하고 장영실도 그랬을 것 같다. 서로 아끼고 좋아했을 것이다. "

같은 대학교 동문으로서 37년째 돈독한 우정을 자랑하는 두 사람에게 '천문' 촬영장은 '변화'를 느낄 수 있게 된 곳이란다. 대학교 때 두 사람은 종이와 펜만으로 갖은 '상상놀이'를 했다. 한석규는 당시에 대해 "지금 당장 1000만원이 생겼다고 하고 꿈을 쓴다. 담배를 10보루 킵하자고 한다. 그 돈을 다 쓰는 상상을 했다. 이걸 '쉬리' 촬영장에서도 했다. 당연히 드라마 '서울의 달' 때도 했다"며 웃었다.

"이번에 진짜 좋았다. 좋은 관계에 좋은 인물이다. 전 처럼 그런 것(상상놀이)은 안 했다(웃음). 척하면 척이었다. 연기는 액션에 대한 리액션이다. 반응하고 싶어서 연기를 하는 것이다. 연기를 왜 좋아할까 나에게 반응하게 만들기 때문에 하게 된다. 그런 반응은 연기를 계속하고 싶게 만든다. 내가 살아있는거구나 느껴진다. 그러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아간다."

한석규에게 선배 최민식은 어떤 사람일까. 대학교 때부터 지금까지도 함께 하기 때문에 추억이 많고 이야기가 잘 통하는 두 사람. 영향은 물론 '매'도 맞아봤단다. 후배 한석규는 선배 최민식을 '멋있고, 잘 하는 배우'로 기억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연기하고 싶어서 동아리에 들어갔다. 근데 민식이 형은 내 눈에도 잘했다. 그냥 이 형은 잘하는 사람이었다. 형은 대학 졸업하자마자 신구 선생님이랑 같은 작품에서 에쿠스 알런 역을 했다. 그런 막중한 역할은 젊은 배우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역할이다. 근데 최민식이라는 배우는 했다. 그런 형이 나 1학년 때 어느 날 영화를 같이 보러 가자고 하더라. 형은 이미 본 영화인데 재개봉에 나를 데려가 두번째 봤다더라. 안성기 선배님의 영화도 같이 보고 토론도 했다. 그때 같은 음악도 많이 들었다. 팝송이나 전인권 노래 같은 것들. 지금도 그 시절 팝송을 기억하고 좋아한다."

한석규는 "민식이 형이랑 나는 이야기가 잘 통한다. 서로서로를 좋아한다. '연기'라는 공통분모도 있지만 서로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잘 들어준다기보다도 결국 공통점은 사람인 것 같다. 형이 연기를 '죽어야 끝나는 공부'라고 표현한 것은 결코 그냥 내뱉은 말은 아닐 것이다. 얼마나 고심 끝에 나온 말인지 알 수 있다. 난 그걸 연민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사람에 대한 연민 때문에 연기를 하게 되는 것 같다"고 그 표현을 이해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석규는 "연기라는 답은 사람을 그리고 싶어서, 그 사람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서, 결국 나에 대해서 더 알고 싶고 궁금해서 하게 되는 것 같다. 민식이 형도 같다고 본다. 형이랑은 동반자의 느낌이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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