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불륜 미화요? 그건 아닌 거 같아요. 성준이가 이렇게나 욕을 먹는 걸요(웃음). 사실 성준이가 미움을 받은만큼 연기를 하면서 힘들었어요. 미움 받는 것 자체가 힘든 게 아니라 그가 처한 상황이 답답했어요. 유리한테 가기 전까지는 정선이에게 만회해보려고 노력하잖아요. 그래도 뭐 하나 생기면 다시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되고. 절대 바람피면 안된다는걸 배웠어요. 바람피면 끝이다, 미래는 없다는 가르침을 받았어요. 그런면에서는 미화보다는 가르침을 주지 않았을까요”

박성준(이상윤)과 나정선(장나라), 그리고 온유리(표예진)의 삼각관계가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 되다보니 이상윤은 적잖게 ‘욕받이’가 돼야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보다 힘든건 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성준의 상황이었다고. 실제 대본에도 대사보다는 ‘…’ 처리된 부분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처음에 10부까지 대본을 받았어요. 내색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여겼는데, 생각보다 더 감춰야 하는 인물이더라고요. 그래서 더 어려웠어요. 유리랑 있을 때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데 의지와 다르게 나오는 부분이 많고, 정선이랑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는 사이가 아니잖아요. 하면서도 많이 억눌렀죠. 정선은 감정을 토로하는데 성준은 반응 없이 ‘…’이에요. 사실 드러내지 않으면 보는 사람을 모르잖아요”

극중 VIP 전담팀 구성원들 대부분이 하나씩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박성준과 온유리는 그 무게가 남달랐다. 불안정한 성장과정도 닮아있었고, 무엇보다 가족 안에 존재하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모습이 닮아 있었다. 때문에 성준의 감정선이 정선보다는 유리와 많이 닿아있을 수 밖에 없었다.

“유산이 된 상태에서 정선이 너무 가시를 세워서 대한다고 느꼈거든요. 물론 정선에게 신체적인 부담이 더 있지만, 기대했던 아이를 잃는 건 성준도 똑같잖아요. 성준은 안아주려고 하는데 정선이는 계속 불만을 뱉어내고, 그 와중에 또 친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거 같아요. 유리가 그런 유사한 감정으로 포장마차에서 이야기를 하면서 성준이도 위로를 받고 싶었던 거 같아요. 사실 대본을 봐도 정선의 감정이 이렇게 센데, 우리가 어떻게 해도 시청자 분들이 곱게 보시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했어요. 표예진앃나테도 ‘너무 잘했는데 시청자 분들은 너를 가증스럽게 볼거야 했어요’ 했어요. 역시나 그렇더라고요”

드라마에서는 내내 날을 세우지만 실제 장나라와의 촬영 현장은 화기애애했다고. 이상윤은 특히 장나라의 배려심을 꼽았다.

“호흡도 잘 맞고, 상대에 대한 배려도 많은 친구라 편했어요. 서로 주고받는 연기면 같이 도움을 주면서 할 수 있겠는데 성준이는 늘 가만히 있으니까 연기하면서도 미안하더라고요. 보통 저같은 경우는 대사를 외우고 신을 준비할때, 상대방의 반응으로 외우는게 편하거든요. 근데 저는 계속 가만히 있으니까 장나라씨 입장에서는 그걸 가지고 혼자 다음으로 넘어가야 하잖아요. 그게 아마 되게 힘들었을 거에요”

예능과 드라마 병행이 어렵지는 않았냐는 말에 이상윤은 표준계약서를 이행한 덕에 체력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 점은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이정림 PD도 언급했던 부분. 이상윤은 오히려 이런 촬영현장이 처음이라 익숙지 않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바삐 돌아가던 환경에 익숙해져 있던 게 있다보니, 촬영 외적인 시간이 주어지는게 초반에는 좀 힘들기도 했어요. 감정이 지금 막 몰입이 됐는데 한 3일 쉰대요. 쉬는 3일동안 가지고 있으면 지치더라고요. 환경이 이렇게 바뀌어가니까 배우들도 이 패턴이 익숙해져야죠. 멈췄다가도 빨리 몰입해서 들어갈 수 있게끔 노력해야 겠다 이야기를 했거든요. 장점도 많더라고요. 일단 스태프들이나 이런 사람들이 체력이 충전이 된 상태에서 오니까 촬영장 분위기도 훨씬 밝았어요.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되고,모든게 빠르게 돌아가니까 예민해지는 부분도 적었던 거 같아요”

끝으로 이상윤에게 배우로서 2020년의 바람을 물었다. 특히나 주연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으니 이번 해는 이상윤에게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한 해가 될 듯 싶었다.

“연기의 폭이 좀 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영화나 드라마 촬영방식이 똑같은거 같은데 또 다른 부분도 있더라고요. 제가 그런걸 좀  빨리 캐치하지 못한 거 같아요. 후시 녹음하러 가서 아쉬움도 많이 남았거든요. ‘VIP’에서 연기적으로 질타도 많이 먹는걸 알고 있어요. 이번에 연극하면서 좀 더 민낯을 본 느낌이더라고요. 크게 부딪쳐서 깨나가야할 거 같아요”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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