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됐다. 새해에는 보통 계획들로 바빠지곤한다. 아침에는 학원에 갔다가 회사가고 끝나면 운동을 가는 철인 레이스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런 사람에게도 설은 온다. 강제로 운동도 학원도 회사도 못 나가는 시기다. 그럴땐 얼씨구나 하고 아예 여행을 떠나보는건 어떨까? 1월. 당신을 위한 제주도 관광지를 소개한다.

설날맞이 도내 행사들

설만이라도 온가족이 옛 풍습과 추억에 젖어보자. 제기차기와 널뛰기 등 전통놀이는 기본, 보기보다 쉽지 않은 놀이에 몸 따로 마음 따로 노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을 참지 못 할 것이다. 전통 복장과 음식 나눔, 복조리 만들기, 민속놀이 경연대회 등 곳곳에 마련된 행사들로 명절의 되새길수도 있다. 목관아와 민속자연사박물관은 설날당일과 다음날, 제주민속촌은 연휴내내, 설 전날과 다음날 문을 여는 국립제주박물관 등 기관별, 관광지별로 마련된 행사내용과 시간이 다르므로 일정을 확인하고 계획을 짜는 것이 좋다. 무엇을 하던 우리라는 이름으로 함께하기에 더 큰 행복이 채워질 것이다.

동백꽃길

사랑스러운 애기동백과 탐스러운 토종동백이 개화시기를 달리하며 제주 겨울을 밝힌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너머 슬픈 사연이 있다. 토종동백은 4・3의 희생을 닮은 것. 남원읍 의귀마을 4.3길, 동백나무 구간에서 그날의 아픈 기억을 더듬으며 슬픈 역사를 복귀해보는건 어떨까?

이웃한 신흥리는 300년 역사의 동백마을로 수키로의 동백가로수가 인상적이다. 마을 방문자센터에서는 식용동백기름을 활용한 식사체험, 동백오일 비누체험이 가능하다. 물론 사전 문의 및 예약 필수다. 

웰니스여행

여행의 재미를 반드시 밖에서만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자. 포근한 공간, 편안한 시간 안에서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새로운 계획을 하는 것도 여행의 묘미다. 분명 기다릴 때는 들뜨고 즐겁던 여행길이 조금씩 지쳐갈 때 쯤 나에게 안기는 호사 안겨주어도 좋다. 내가 고른 노래에 디제이의 감성이 얹어지면 LP판의 지직거림도 정겹게 들릴 것이다. 아로마 향 머금은 수증기가 발끝부터 온기를 끌어올리는 족욕도 좋고, 온천과 온수풀에 몸을 담그면 걱정은 훨훨 날아가고, 다가올 일은 술술 풀릴 것 같은 기분에 마음도 따끈따끈해질거다.

겨울산 수놓은 눈꽃트레킹

겨울 한라산은 겨울왕국이다. 날이 찰수록 시야는 선명하고 정복욕이 솟아오른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있을까? 보온병에 뜨거운 커피, 달달한 초코바만 챙기면 든든하다. 풍부한 경험으로 등반에 자신 있다면 백록담코스를, 조심스럽다면 사라오름이나 윗세오름을 골라도 좋다. 초보자는 무리하기보다 어리목에서 30분 거리 어승생악부터 도전해보자. 몸이 마음처럼 따르지 않는다면 차로 오르는 1100고지 휴게소에서의 눈꽃감상도 좋다. 하지만 환한 즐거움 이면에는 언제나 위험도 있는 법이다. 보온성 뛰어난 옷차림, 선글라스와 아이젠 등 기본 장비는 필수다. 현지상황과 통제정보는 cctv,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미리 확인하자.

제주도립미술관 특별전

개관 10주년을 맞은 제주도립미술관이 특별전을 열고 있다. '프렌치모던: 모네에서 마티스까지, 1850-1950'는 모네, 르누아르, 밀레, 샤갈, 마티스 등 모더니즘 대표작가 45명의 작품 중 미국 브루클린 미술관의 소장 작품을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자리다. 대중적 현대미술의 출발로 여겨지는 모더니즘의 전개와 미술사 혁명기를 살펴볼 수 있다. 

또한 함께 진행되는 '디지털로 만나는 유럽 모더니즘의 화가들'에서는 VR, 미디어아트, 스마트TV, 포토존을 통해 IT기술과 접목한 거장들의 작품을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고 모더니즘 미술을 다룬 책코너도 함께 마련돼 걸작과 거장을 내 곁에 두는 느낌을 즐길 수 있다. 

성불오름

구좌읍 송당리에 자리한 이 오름 이름의 유래는 정확하지 않다. 고려시대 이곳에 성불암이라는 암자가 있었다고도 하고, 성불천이라는 샘물도 있었단다. 누군가는 산체가, 누군가는 바위가 멀리서 보면 기도하는 모습을 닮았다고도 하니 알 수 있는 길이 없지만 무엇보다 정확한 것은 직접 올라 얻는 느낌 아닐까. 번영로에서 접근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인근의 관광기념품 판매소를 통하면 입구를 찾기 더 쉽다.

오름 입구에서 안내도를 확인 후 등반을 시작하자. 계속되는 오르막 때문에 슬슬 몸이 지쳐갈 때 쯤 갑자기 바뀌는 식생이 주의를 환기시키며 마치 다른 세상에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고 한다. 흐린 날 안개가 내려앉으면 그야말로 신선의 세계로 들어가는 감상에 젖을 수 있고 맑은 날 정상에서 따라비 오름과 한라산, 보름왓과 영주산, 그리고 멀리 성산일출봉까지 전망할 수 있다고 한다.

사계리

용머리해안과 산방산을 품은 마을이다. 화산이 만들고 세월이 깎아낸 그 웅장하고 독특한 매력은 이미 명성이 자자하고 사계바다의 형제섬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장면 역시 명장면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정도로 사계리를 설명할 수 있을까. 물 빠진 해안, 세월을 증명하듯 푸릇한 이끼와 파도가 다듬어낸 돌의 형상은 더 없이 신비롭다. 그 신비로움에 끌린 사람들을 위해 늘어선 곳곳의 멋스런 카페들은 오래된 건물을 활용하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등 저마다 특색을 담았다. 한옥과자점도 이색적이다. 마을을 살짝 벗어난 주슴질 탐방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걷기 좋은 예쁜 길로 뜨는 중이다.

레드향, 한라봉 따기 체험

지금 제주는 만감류의 진한 향기로 가득할 때다. 감귤류 가운데서도 맛과 향이 풍부한 고급품종 한라봉과 레드향 체험은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있다. 어린아이 얼굴만 한 큼직한 과실을 직접 따는 재미에 보람도 크다. 품종마다 수확시기가 조금씩 다른데 레드향은 12월부터 시작해 1월 중순까지 바로 이어서 한라봉 수확이 시작된다. 하우스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추위에도 OK. 눈이 오나 비가 오나 OK. 업체에 따라 지역에 따라 수확시기, 운영방식 등이 다를 수 있으므로 사전 문의를 통해 확인 후 찾는 것이 좋다. 

정갈한 맛에 제주 정취 한 스푼

새해, 새 출발의 기분으로 자신에게 맛있는 한 상 선물하는 건 어떨까. 놋그릇 위에 정갈하게 올라앉은 제주식 돔베고기와 고등어김치찜. 손끝여문 주인장이 만들어내는 병어조림과 육전정식. 제주의 재료로 만든 서구식 요리의 비주얼에 눈 먼저 호강하는 퓨전요리점도 있다. 잘 다듬어진 제주의 옛 가옥에서, 딱 SNS감성을 자극하는 공간까지. 소중한 사람,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투자하기에 아깝지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제주의 고마운 밥집들이다.

사진=제주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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