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우리 프로그램 안에서 전현무씨는 무지의 힘이 있어요. 연세대 졸업하고, 아나운서 출신인 전현무씨가 머리가 나쁜 건 당연히 아니죠. 다만 책을 안 읽어 오는게 원칙이기 때문에 백지인 상태에서 녹화에 들어가요. 저희가 대본리딩도 못하게 해요. 진짜 이 책을 몰랐던 입장에서 접근하고 궁금증을 이야기해줬으면 해서요. 근데 정말 흡수력이 빠르고, 응용능력이 빨라요. 전현무씨는 저희끼리 잔두엽이 말해요”

보편적인 시청자의 시선으로 프로그램 내에 녹아있는 전현무는 때문에 유쾌한 웃음을 제공하기도 한다. 설민석이 가장 많은 질문을 던지는 대상이기도 하다. 여느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전현무 역시 스테디셀러를 꽃아만 두는 ‘현무 서가’를 보유자이기 때문에 곁가지의 이야기로 풍성함을 더한다.

반면 새롭게 합류한 윤소희의 경우는 방송 화면으로도 책을 얼마나 꼼꼼히 읽었는지가 보인다. 책 사이사이 포스트잇과 메모의 흔적이 역력히 남아있기 때문. 정민식 PD는 “저희가 책이 선정되면 구매해서 보내주거든요. 녹화때 오면 이만큼 두꺼워져 있어요. 이번주에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하는데, 윤소희씨가 카이스트에서 화학쪽을 전공해 전공했거든요. 옛 벽화가 보존될 수 있는 이유를 화학으로 설명해줘요. 진짜 반했어요. ‘이건 너만 할 수 있는 거야’ 했어요. 존경스럽더라고요. 저희는 전공 분야가 아니니까 그렇게 못해요”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편성이 마음대로 흘러가지는 않지만 퇴근 후 저녁식사를 하거나, 마친 오후 8시대에 교양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 피로도를 느끼게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조건 속에서도 ‘책 읽어드립니다’는 소소한 웃음도 있고, 알아가는 ‘재미’도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저는 책을 재미로 풀려고 하거든요. 후배들한테 말하는게 ‘예능하고 싶다’에요. 근데 예능이든 교양이든 무슨 상관이냐고 하더라고요. 재미있으면 된 거래요. 사실 시청자들에게 독서를 권장하려고 만든 프로그램은 아니에요. 본질은 책이지만 끝나고 나서 생각을 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하게 만들고 싶어요. 책은 보고나서 기억하면 안되고 말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야 책을 읽은 거고, 기억에 남고 생각할 수 있다고요”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지만 책, 즉 출판시장과 자연스레 연계가 될 수밖에 없으니 조심스러운 면도 있었다. 방송 후 해당 책의 판매고가 늘어나며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역주행’하다보니 잡음을 피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하기도 했다.

“책 선정에 도움을 주시는 분들도 비공개를 하고 있어요. 그분들께 청탁이 들어올 수도 있잖아요. 출판사 쪽에도 일부러 연락을 안해요. 책은 저희가 직접 사서 읽어요.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주시는 건 받아요. 그것까지 안받으면 오히려 갑질하는거 같잖아요. 대신 꼭 읽고 답을 드려요. 소개는 미지수지만 잘 읽었다고요. 시청자 분들은 한달치 책을 미리 공개해달라세요. 미리 읽고 프로그램을 보고 싶다고요. 시청자만 생각한다면 그게 맞을 수도 있지만, 이 프로그램 때문에 출판 생태계가 교란되면 안 되잖아요. 책이 소개되고 나면 띠지에 우리 프로그램 이름을 넣어도 되는지 문의 전화를 주세요. 책과 돈을 엮지 말자, 대신 우리 로고를 쓰신다면 무료로 해드리자 정했어요. 로고를 쓰는 대신 프로그램 시간 고지해주시면 서로 윈윈이잖아요. 하지만 돈으로는 엮이지 말자 하고 있어요”

1년에도 신간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 나오지만 ‘스테디셀러’라고 부를 수 있는 책들은 많지 않다. 때문에 프로그램의 한계가 올 수도 있지 않냐는 질문이 나왔다. 사유하고 철학할 수 있는 책들 위주로 선정을 하다보니 스테디셀러 중에서도 일부는 프로그램에 적절하지 않기 때문.

“어느 순간 스테디셀러가 고갈되거나, 우리 프로그램과 어울리는 책이 없다면 분명 변주를 해야겠죠. 시즌제로 가는 방법도 있을테고, 쭉가면서 ‘스테디셀러’는 다 했습니다 하고 새로운 책을 보여드릴 수도 있는 거고요. 방법의 차이인 거 같아요. 물론 시청자분들이 꾸준히 좋아해주신다는 전제가 있어야죠. 저희는 늘 하던대로 할 뿐인데, 다른 채널들의 편성이슈가 있어요. 다만 주변 환경이 바뀌다 보니 살짝 걱정이 되기는 해요”

또 강독이라는 방식이 독서에 대한 접근을 쉽게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읽기 전에 읽어버리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었다. 정민식 PD는 이에 “개인적으로는 반반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전했다.

“저희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가 열명이라면,‘다 봤다, 저 책을 보지 말아야지’하는 분이 다섯분일 거에요. ‘봤는데 조금 더 보고싶다’도 다섯분 정도일 거에요. 그런데 또 어떻게 생각하면 이 방송을 안 했으면 계속 안 보셨을 수도 있는 거죠. 반 밖에 안 읽네가 아니라, 독자 다섯명이 생긴 거잖아요. 방송이 나간 후에 출판사 분들이 가끔 연락이 오세요. 판매량이 늘었다고, 고맙다고 연락이 오시는데 그것만 봐도 독서 인구는 단 한명이라도 늘었다는 거잖아요”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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