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영화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면 하나조차 제대로 못 잡는 경우가 많다. 영화 ‘히트맨’은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 국정원을 탈출한 전설의 암살요원 준(권상우)이 그리지 말아야 할 1급 기밀을 술김에 그려 버리면서 국정원과 테러리스트의 더블 타깃이 돼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액션 영화다. 코미디와 액션, 영화와 만화가 뒤섞인 장르가 과연 하나라도 제대로 잡을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정준호는 ‘히트맨’ 기자간담회에서 “코미디는 배우들의 호흡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영화는 배우들의 액션 호흡만큼이나 찰진 웃음을 유발하는 합이 유려하다. 실제로 여러 장면에서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사용되기도 했다는데, 그래서인지 억지로 웃음을 전하려는 느낌이 아닌 자연스러운 말과 행동으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느낌이 든다.

권상우와 정준호는 이미 액션과 코미디를 다 잡은 배우들로 정평이 나있다. 여기에 황우슬혜는 과거 ‘미쓰 홍당무’에서 보여줬던 연기를 생각나게 하며 웃음을 보탠다. 이이경은 각종 예능에서 갈고닦은 실력 덕분인지 자연스럽게 코믹 연기를 소화해내고, 준과 미나의 딸 가영 역을 맡은 이지원도 랩 실력만큼 출중한 연기로 쟁쟁한 선배들 틈에서 제 몫을 해낸다. 여기에 이준혁, 허성태, 조운 등도 개성 있는 매력으로 영화를 더욱 촘촘히 메운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애초에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과연 웹툰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영화에서 돋보이게 할 것인가 궁금했다. 다행히 서로 성기거나 어색하지 않다. 웹툰을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풀어내 만화와 영화를 오가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녹여내 지루할 틈없이 구성했다.

또한 코미디와 액션의 조화도 절묘하다. 액션씬에서는 억지로 웃기려 시도하지 않는다. 어색한 몸개그를 남발하기보다 배우들의 찰진 대사와 연기력에 웃음을 맡겼다. 대신 액션이 필요한 순간에는 응축시킨 힘을 폭발시키듯 쾌감을 선사한다. 그렇다고 분절된 듯 액션과 코믹의 씬을 나누지도 않는다. 둘 사이를 기막힌 타이밍으로 오가며 절묘하게 맞물린다.

웹툰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정부 기관에 사로잡혀 특수요원이 된 준은 꿈을 찾아 도망친다. 하지만 마침내 이룬 웹툰 작가라는 꿈은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며 공사장에서 굴욕을 참아가며 일하는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꿈과 현실 사이의 고민을 함께 나누게 한다. 여기에 가족이 없는 이들이 진짜 가족을 찾는 모습은 꿈을 찾는 것만큼이나 소중함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하지만 여타 다른 한국 코미디 영화처럼 결코 신파로 빠지지는 않는다. 적절한 순간 코믹액션 장르임을 보여주며 끝까지 유쾌함을 전한다.

설 연휴에 맞춰 개봉하는 ‘히트맨’은 배우들의 찰진 입담과 화려한 액션, 영화와 만화를 오가는 시도까지 성공적으로 꿰어냈다. 가족들과 유쾌한 명절을 보내고 싶다면 ‘히트맨’을 선택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단 너무 리얼한 욕설이 다수 등장한다는 점은 아이들과 관람시 유의해야겠다. 러닝타임 1시간50분, 15세 관람가, 1월22일 개봉.

사진=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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