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천국제영화제에서 19초 만에 매진된 화제의 음악영화가 드디어 정식 개봉한다. '마차 타고 고래고래'는 '고래고래'라는 제목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고등학교 시절 밴드부 멤버였던 네 친구가 어른이 돼 밴드 '1번 국도'를 재결성한 뒤 당시 꿈꿨던 뮤페(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국토 대장정을 떠나는 이야기다.

 

 

가장 주목할 포인트는 음악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음악은 '음악영화'에 생명을 불어넣는 동맥이며 흥행을 판가름하는 키 포인트다. 귀를 사로잡으면 마음을 사로잡는다. 뮤지컬 장르에서 음악의 성공은 영화의 성공으로 연결되며, 아무리 이야기가 좋아도 음악이 귀에 들어오지 않으면 영화만의 색채가 죽는다.

다행히 '마차타고 고래고래'는 경쾌한 멜로디와 숙련된 보컬로 듣는 영화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다. '더는 사랑 노래 못쓰겠다' '너 떠나버린 그 집 앞' '내 목소리를 기억해줘' 등 11개 넘버로 영화를 가득 채운 주인공은 기타리스트 영민 역을 맡은 록밴드 몽니의 메인보컬 김신의다.

그는 배우뿐 아니라 음악감독까지 맡아 '제2의 비긴 어게인'을 노린다. 작사와 작곡은 물론 편집, 연주, 프로듀싱, 레코딩까지 전담해 몽니만의 풍부한 음악적 감수성을 영화에 가득 담았다.

 

 

밴드 사운드가 너무 부각된 나머지 이야기가 짓눌린다는 인상도 적은 편이다. 그러나 아쉬움은 남는다. 인물의 이야기가 장면보다는 대사로 처리되는 부분이 많아 다소 설명적으로 흘러간다. 인물들 각각의 개성은 살아있으나 '1번 국도'라는 한 팀으로 묶여 유기적으로 호흡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속도감 있는 전개는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물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납득하기 어렵게 하기도 한다. 특히 후반부에 연이어 터지는 드라마틱한 장면들은 놀라움보다는 당혹감을 남긴다.

그럼에도 이런 부분들이 영화의 전체 맥락을 해치지는 않는다. 이 영화는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를 정확히 알고 있으며 다른 것에 흔들리지 않은 채 그 하나를 위해 달리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호연과 가창력으로 극을 이끈 '1번 국도' 팀이다. 

 

 

배우 조한선은 '1번 국도'의 드러머이자 스타를 꿈꾸는 무명배우 호빈을 맡아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익살 연기를 펼친다. 김신의, 한지상, 김재범는 뮤지컬 '고래고래'의 오리지널 캐스트이자 뮤지컬계에선 이미 스타라 영화에서도 그 실력을 유감 없이 발휘한다. 여기에 여배우 박효주가 까칠한 PD 혜경을 맡아 은근한 로맨스를 더하고, 조진웅의 깜짝 출연이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전남 목포에서 시작해 경기도 가평의 자라섬까지 이어지는 국토 대장정의 풍경도 볼거리다. 무안의 폐교, 영산강 일대, 담양의 대나무 숲 야영지와 전주 한옥마을, 영화 '박하사탕'의 촬영지로 유명한 충주의 삼탄 유원지 등이 버스킹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탁 트이는 산과 들, 강의 풍경은 그 자체로 청춘이며 일상에 지친 관객에게 대리 힐링을 선사한다. 5월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시간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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