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데뷔 20년차에 접어든 배우 고수(39)가 신작 ‘석조저택 살인사건’(감독 정식, 김휘)으로 팬들 곁으로 돌아온다. 영화는 빌 S. 밸린저의 소설 ‘이와 손톱’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해방 후 경성, 사라진 시체를 둘러싼 정체불명의 살인사건에 최고의 재력가 남도진(김주혁)과 정체불명의 운전수가 얽히며 벌어지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고수는 극 중 초라한 행색 뒤에 미스터리한 과거를 감춘 남자 최승만 역을 맡았다. 언제나 조각 같은 외모로 주목받아온 그이기에 이번 역할은 다소 의외의 선택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도 연기를 고민 한다”고 말하는 고수의 눈빛은 ‘스타’가 아니라 ‘배우’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 올 초 ‘루시드 드림’ 흥행 성적이 좋지 못해서 신작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을 보고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재밌게 봤다. 말해 뭐하겠는가.(웃음)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부터 재밌었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참 힘든 서스펜스 장르인데, 구조나 구성, 심리변화까지 참 단단한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겁도 없이 하겠다고 나섰다. 개인적으로는 재밌었는데 관객 분들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다. 소품 하나, 장면 하나 놓치지 않고 꼼꼼히 보셔야 더 재밌는 영화라는 것만 말씀드리고 싶다.

 

- 영화가 폭이 굉장히 넓다. 서스펜스는 물론, 멜로 감성도 섞여있고 액션까지 있다. 연기 몰입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별 고민이 없었다. ‘재밌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막상 하면서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나도 하게 됐다. 영화를 보셔야 아는 내용이겠지만, 로맨스가 깨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하연(임화영)이가 나를 사랑했을까?’하면서 궁금해졌다.(웃음) 영화에서 서스펜스가 물론 가장 중요하지만 이런 멜로 감성도 섞여있어서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 같다.

  

- 캐릭터를 소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

최승만이라는 캐릭터는 극적 변화를 많이 겪는다. 그러다보니 캐릭터와 인물 사이의 긴장감을 계속 가지고 가야하는 게 참 힘들었다. 이 캐릭터가 원래 마술사다. 그러다보니 보다 더 잘 연기하기 위해서 탭댄스도 배우고, 마술도 정말 많이 연습해야했다. (김)주혁이 형은 피아노도 직접 치고 그랬다. 그런데 꽤 많이 편집돼 조금 아쉽긴 하다.

 

- 최근 몇 년간 시대극을 굉장히 많이 했다. 조선시대, 일제 강점기 등등 여러 시대를 오가는데, 유독 40년대 해방기의 묘한 분위기와 꼭 어울린다. 직접 그 시대를 연기한 소감도 남다를 것 같다.

이상하게 나도 그 시대가 끌린다. 전생에 그 시대를 살았나?(웃음) 배우에게는 그 시절이 묘한 매력이 있다. 일제시대 분위기, 미국 문물, 조선 느낌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보니 묘한 세계관과 가치관이 널뛰는 시대였다. 또 그때를 생각해보면 예술가도 많고, 문인들도 많았다. 자유로운 멋쟁이들의 감각이 내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서 참 좋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연기를 통해 또 경험 해보고 싶은 시대다.

  

-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승만과 도진의 1대1 대결이 극을 강렬하게 꾸민다. 라이벌 관계인만큼 호흡이나 친밀도가 굉장히 중요했을 것 같다.

사실 촬영할 때도 다들 스케줄이 따로 있어서 많이 만나고 친해지기가 쉽지는 않다. 현장에서 만나서 최선을 다하고 연기로 통하는 게 중요하다. 주혁이 형과는 처음 만나서 한 작품이었다. 형님 특유의 중후한 멋으로 남도진을 잘 표현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그런데 극 속 ‘멋짐’이 진짜 모습인지, 현장에서 까불한 모습이 진짜인지 잘 모르겠다.(웃음) 까볼수록 더 좋은 남자다. ‘까더남’이라고 해야할까?(웃음)

 

- ‘고비드’라는 별명처럼, 과거엔 사실 잘생김으로 더 큰 주목을 받는 스타였다. 그런데 이제는 스타보단 진정 배우라는 느낌이 물씬 든다. 이렇게 되기까지 스스로도 여러 노력을 했을 것 같다.

사실 어렸을 때는 잘 모르고 그냥 재미로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이 생긴다. 연기라는 게 사실 굉장히 어렵고, 혼자만 잘해서는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이기적이면 절대 안 된다. 물론 아직 정확하게 ‘목표’가 뭔지는 모르겠다. 아직도 찾아가는 중이다. 일단은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배우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유지하고 싶다. 이젠 20대가 아니라 40대 배우가 됐다. ‘지금 내게 맞는 모습은 뭘까’ 고민하고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찾아보려 한다.

  

- 그런 고민들이 ‘석조저택 살인사건’에 잘 묻어나는 것 같다. 조심스럽지만 흥행 성적은 어떻게 될 것 같은가.(웃음)

정말 잘 모르겠다.(웃음) 요즘 주위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걱정을 참 많이 하신다. 그만큼 예측이 힘들다. 그런데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최근 한국영화에선 보기 힘들었던 서스펜스물이다. 영화를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또 신선한 영화를 바라는 분들이라면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참 의미있게도 5월9일, 대선날 개봉이다.(웃음) 오전에 투표 다들 하시고, 부모님 손 꼭 붙들고 극장에서 저희 영화를 찾아주셨으면 한다. 극장은 늘 우리 곁에 있다.(웃음)

 

- 마지막으로, 완연한 봄을 맞아 앞으로의 청사진을 들어볼 수 있을까.

다들 같은 마음가짐일 것 같다. 요즘은 모두 정체돼 있는 것 같다. 따스한 봄햇살 맞으면서 새로운 에너지로 더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계속 시나리오를 볼 계획이다. 얼마 전 ‘남한산성’ 촬영이 끝났는데, 새로운 작품으로도 꾸준히 관객분들을 찾아올 것이다. 좀 더 배우로서 정진하는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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