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에서 못 본 신비로운 남자 어쩌다 죽음의 덫에 버려졌을까".

뮤지컬 '웃는 남자'는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윈플렌의 여정을 따라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조명한다.

'웃는 남자'는 2018년 한국 창작 뮤지컬계의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마지막 공연까지 총 24만명을 동원해 전례없는 흥행기록을 세웠다. 2020년 새롭게 돌아온 '웃는 남자'는 작품의 메시지를 더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장면 순서를 바꾸고 리프라이즈 곡을 새롭게 삽입했다. 견고한 서사와 속도감 있는 전개에 힘을 쓴 셈이다.

때문에 '웃는 남자'의 관람 포인트는 단연 가장 밑바닥의 삶에서 하루아침에 가장 높은 곳에 오른 그윈플렌의 운명과 연기,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면서도 현실에 눈을 뜨는 현명한 조시아나 여공작 캐릭터다.

2018년 '웃는 남자'의 기이하게 찢긴 입을 가졌지만 순수함을 간직한 그윈플렌 역에 수호, 박효신, 박강현이 열연을 펼쳤고 2020년 그윈플렌으로 수호, 규현, 이석훈, 박강현이 재연을 이어나간다. 인기 아이돌 스타인 수호, 규현의 티켓파워와 MBC '복면가왕'에서 가왕으로 6연승 거머쥔 이석훈의 화제성이 '웃는 남자'를 더욱 빛내고 있다.

2018년에는 신영숙 단독 캐스트였던 조시아나 여공작 역이 올해는 신영숙과 김소향 더블 캐스팅으로 바뀌었다. 조시아나 여공작은 여왕의 이복동생이자 부유하고 아름다워 세상 만사가 지루한 인물이다. 자신의 욕망에 적극적이면서도 그윈플렌의 일침에 현실에 눈을 뜨는 캐릭터로 뮤지컬계 손꼽히는 디바인 신영숙과 김소향이 연기해 "믿고 본다"는 말이 절로 따라온다.

그윈플렌 역 수호, 조시아나 여공작 역 김소향, 우르수스 역 양준모, 데아 역 강혜인으로 관람한 '웃는 남자'에서 모든 배우들은 각자의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캐릭터와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먼저 수호는 영화, 드라마, 뮤지컬까지 섭렵한 전천후 아이돌답게 안정된 연기력과 부드러운 노래로 관객의 귀와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나 그윈플렌의 순수함을 드러내는 수호의 연기는 태초부터 존재했던 순수함이 드러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관능적인 조시아나 여공작 옆에선 수호 그윈플렌의 모습은 연상 여인에 대쉬에 어찌할 줄 모르는 순수한 연하남같은 느낌을 물씬 풍겼다.

하지만 극의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짙어지던 연기는 넘버 '웃는 남자'에서 폭발했다. 세상이 바뀌지 않음을 알게 된 그윈플렌이 모든 걸 포기한 상태에서 부르는 넘버 '웃는 남자'에서 수호는 옷을 찢어 벗어던지며 광기에 가까운 연기를 보여줘 관객들을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조시아나 여공작 역 김소향은 브로드웨이까지 사로잡은 월드클래스 디바답게 노련한 연기를 보여준다. 조시아나 여공작은 ‘내 안의 괴물’, ‘내 삶을 살아가’와 같은 솔직하고 당당한 솔로 넘버를 소화하며 뮤지컬 시장의 주축인 여성팬들의 사랑을 받고있다. 

특히 김소향이 조시아나 여공작 역을 맡게 된 소감은 남다르다. “자신의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조시아나에게 끌렸다”며 새로운 여성 캐릭터에 대한 관객들의 목마름을 정확히 알아챈 이야기를 들려줬다. 

여기에 '웃는 남자'가 전하고 있는 메세지에 대한 감동도 놓칠 수 없다. '웃는 남자'의 배경은 17세기 영국이지만 우리 시대 현실과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다"라는 대사부터 넘버 '웃는 남자' '그 눈을 떠'까지 모두 상류층에 대한 가난한 자들의 외침을 절절히 드러내고 있어 일그러진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

그윈플렌의 흥미진진한 운명과 현대 사회의 목마름을 저격한 조시아나 여공작, 사회비판까지 담고 있는 뮤지컬 '웃는 남자'는 지난 9일 막을 올려 오는 3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 싱글리스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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