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처형을 당한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20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는 여순사건 민간인 희상재 재심 선고 공판에서 철도기관사로 일하다 처형당한 고(姑) 장환봉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사과했다.

사진=연합뉴스/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재심 재판에 참석한 고 장환봉씨의 딸 장경자씨

김정아 부정판사는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이번 판결의 집행이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것이었음을 밝히며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여순사건 희생자들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고단한 절차를 더는 밟지 않도록 특별법이 제정돼 구제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전했다.

72년만에 명예를 회복하게 된 희생자에 대한 사과를 전하며 김정아 부장판사는 한때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정아 부장판사는 이어 “장환봉은 좌익, 우익이 아니라 명예로운 철도 공무원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70여년이 지나서야 잘못됐다고 선언하게 됐는데, 더 일찍 명예로움을 선언하지 못한 것에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1948년 군법회의에서 장환봉씨에게 적용된 내란과 국권 문란죄에 대해 재판부는 “범죄 사실의 증명이 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끝내 장환봉씨와 함께 재심 재판 피고인이었던 신모씨 등 2명은 재심 청구인이 사망하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한 채 사결이 종결됐다.

장환봉씨는 1948년 10월 국군이 반란군으로부터 순천을 탈환한 직후, 반란군을 도왔다는 이유로 체포돼 군사법원에서 내란 및 국권 문란죄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후 곧바로 형이 집행되며 무고한 희생자가 됐다.

당시 판결은 구체적인 범죄사실과 증거 요기가 기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순천 탈환 후 22일만에 사형이 선고· 집행됐다. 이에 대법원은 적법한 절차 없이 체포부터 구속, 그리고 판결이 이루어졌다고 보고 지난해 3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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