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사' 장범준(27)이 25일 자정 솔로 2집 ‘언플러그드 하이라이트’를 내놓았다. 발매와 동시에 타이틀곡 ‘빗속으로’를 비롯한 ‘사랑에 빠졌죠(당신만이)’ ‘사랑에 빠져요(금세 사랑에 빠지는)’ 등 대부분의 수록곡이 1위부터 차트 줄 세우기에 성공했다.

 

이처럼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이유는 ‘장범준만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 특색 때문이다. 폭발적인 고음 없이도 듣기 좋은 편안한 음색과 낯설지 않은 멜로디, 수록곡 대부분의 가사를 직접 쓴 장범준의 스토리텔링이 눈길을 끈다. 특히 2장의 CD로 나뉘어 발매된 이번 앨범 중 CD1을 관통하는 ‘사랑 이야기’는 그간 장범준이 보여줬던 스토리텔러 능력을 최고치로 자랑한다.

 

Track 1. 사랑에 빠졌죠(당신만이)

처음 사랑에 빠진 남자의 감성을 달콤한 멜로디로 노래한 첫 번째 트랙 ‘사랑에 빠졌죠(당신만이)’는 사랑이 주는 설렘과 동시에 여인의 마음을 알 수 없어 복잡한 사랑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당신만이 날’하는 가사를 통해 한 문장으로 묶이는 ‘당신과 나’의 모습처럼 의지적으로 당신 곁에 서있고 싶은 ‘나’의 심경을 드러낸다. 영국 로맨스영화 ‘어바웃 타임’이 오버랩된다.

 

Track 2. 그녀가 웃었죠

“한 번 더 내가 그녀를 원하죠

그때는 정말 많이 울었어

다시 또 그녀이기를 바래요

그때는 내가 참 바보 같았어

 

언젠가 그녀를 봤을 때

나도 모르는 용기가 났었어“

 

마냥 밝기만 한 제목의 느낌과 다르게 났던 그녀를 다시 잡는다는 내용이다. 많은 사랑이 그러하듯 노랫말 속 남과 여의 사랑도 웃다가 울게 된다. 하지만 결국 다시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제목과 마지막 가사에 드러나는 것처럼 ‘처음에 그녀가 웃었던’ 바로 그 기억 때문에 다시 ‘나도 모르는 용기가 났기’ 때문이라는 걸 덤덤히 노래로 풀어냈다. 마리옹 꼬띠아르 주연의 로맨스 영화 ‘러브 미 이프 유 데어’가 연상된다.

 

Track 3. 떠나야만해

“그녀 너무 쉽게 다가온다면

그럼 내가 떠나가야 해

너무 쉽게 설레오나요

떠나야만 해 볼 수 없는 맘 우어

영원히 아득해져요

숨겨야만 해 볼 수 없는 맘 우어

언젠가 가능해져요”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서로의 생각과 감정이 마냥 똑같을 수는 없다. 장범준은 이런 차이를 세 번째 트랙 ‘떠나야만해’에서 잘 나타냈다. 연인을 더 많이 알고 싶은 ‘여자’와 스스로의 부족함을 잘 알고 있기에 그녀가 다가오는 게 두려운 ‘남자’. 그녀를 사랑하지만 부끄러운 내 현실을 숨겨야만 하는 현실에 ‘남자’는 너무 아득해진다. 장만옥 양조위의 가슴 시린 멜로영화 ‘화양연화’ 숨결이 묻어난다.

 

Track 4. 빗속에서

세 번째 트랙 ‘떠나야만해’에서는 거리감이 있는 연인의 모습이 그려졌다면, 네 번째 트랙 ‘빗속에서’는 그 연인들이 비에 젖듯이 조금씩 서로에게 젖어들어 사랑이 깊어지는 내용을 그린다. 비라는 게 처음에 맞을 때는 찝찝하지만, 완전히 젖으면 알 수없는 해방감에 빠지듯이 이들의 사랑은 점점 빗속에서 빛 속으로 입장한다.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 주연 ‘클래식’의 투명한 서정이 가슴을 파고든다.

 

"빗속으로 빗속으로

사랑은 점점 더 빗속으로

별빛속으로 별빛속으로

사랑은 점점 더 빛속으로"

 

Track 5. 봄비

연애는 늘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때론 다투기도 한다. 다섯 번째 트랙 ‘봄비’는 다툼으로 이별한 연인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앞선 네 번째 트랙 ‘빗속에서’의 연인들에게 비는 사랑이 깊어지는 계기였다. ‘봄비’ 속 남자는 이 비를 바라보며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에 젖는다.

 

"언젠가 그녀도 집 앞을 거닐다

기다렸던 비가 떨어지면

한 번 더 그날의 기억이 번지고

사랑했던 비가 떨어진다"

 

흔히 사소한 것에서 옛 연인이 떠오르곤 하는 현실과의 접점으로 ‘봄비’는 큰 공감을 불러온다. 일본 로맨스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묘하게 맞닿았다.

 

Track 6. 그녀가 곁에 없다면('결혼 행진곡'을 활용한 신곡)

CD1 속에 나타나는 연인들은 몇 번의 아픔과 연애의 굴곡을 경험하고서 오랜 연인이 되었다. 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015B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 속 연인처럼 ‘예전에 가졌던 두근거림’은 아니다.

 

“설레임이 없는 사랑 편안함만 남은 사랑

도대체 뭐냐고 물어보면

그대여 오늘 내가 말해줄게“

 

처음의 설렘은 사라지고 남는 건 편안함이지만, 장범준은 이 편안함조차 다른 종류의 사랑이라고 노래한다.

 

“떨어져 있어도 난 너를

이해하고 믿어주며

영원히 널 닮아가며

너만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다른 종류의 사랑이 돼서야 장범준은 영원한 사랑을 고백한다. 리스너들은 로맨스 걸작 ‘이터널 선샤인’ 플레이 버튼을 누르게 되지 않을까.

 

장범준 2집은 그의 색깔을 그대로 이었다. 하지만 전혀 지루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 힘은 아마 CD1에서의 서정적인 스토리텔링에 있지 않을까. 진정한 ‘봄 전령사’로 한 단계 성장한 그의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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