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700만 관객을 모았던 영화 ‘공조’로 확실히 ‘악역’ 변신에 성공한 김주혁(45)이 또 한 번 인상적인 악역으로 돌아온다. ‘석조저택 살인사건’(감독 정식, 김휘) 속 그는 시체가 사라진 살인사건 가운데, 자신의 운전기사 최승만(고수)을 죽인 혐의로 재판을 받는 재력가 남도진 역을 맡았다.

이제는 악역 전문 배우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김주혁을 따스한 봄날의 삼청동에서 만났다. 영화 속 나쁜 면모에 다소 긴장한 채 얼굴을 마주했지만, 실제로 만난 그는 과거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속 모습처럼 젠틀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춘 매력남이었다.

 

- 영화가 개봉하는 데까지 꽤 오래 걸렸다. 걱정도 많았을 것 같은데, 스크린을 통해 ‘석조저택 살인사건’을 본 소감이 궁금하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공조’(2016)보다도, 심지어는 ‘좋아해줘’(2015)보다도 먼저 찍은 작품이다.(웃음) 너무 개봉을 안 해서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졌길래 그러는 걸까?” 싶었는데, 막상 보니까 왜 빨리 안 했을까 싶었다. 편집도 리듬감 있게 잘했고, 러닝타임 내내 재미있게 즐겼다.

 

- 그럼 이때가 악역을 거의 처음 시도한 것인데, 마음 준비가 많이 필요했을 것 같다.

마음 준비랄 것도 없는 게, ‘내가 악역을 어떻게 할까?’라는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 그냥 하고 싶었다. 다만 관객 분들이 못 받아들이실까봐 걱정이 되긴 했다. 사실 내가 또 언제 어디 가서 심한 말하고, 때리고 해보겠나.(웃음) 성격과 다르니까 오히려 즐기면서 한다. 다음 번에 또 악역을 한다면 내 성격도 좀 가미해서 ‘유한 악역’을 해보고 싶다. 다정하게 죽이고, 피 닦아주면서 때리고.(웃음)

 

-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 중간부터 등장한다. 조금 심심한 듯, 풋풋한 듯 진행되던 영화가 남도진의 등장이후 굴곡이 심하게 생겨 재미를 유발한다.

원래 대본에서도 중간부터 나오는 것이었다. 영화가 로맨스 분위기, 스릴러, 액션 등 다양하게 변화하는 데, 나는 한 호흡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가기만 하면 되는 입장이라 편했다. 첫 등장신부터 멋지게 편집해줘서 참 고마웠다.(웃음) 중요할 때 딱 끊고, 멋지게 넘어가는 게 관객분들 흥미를 잘 유발할 것 같다.

 

- 역할 몰입을 위해서 피아노도 많이 연습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편집돼 억울하다고 밝힌 바 있다.(웃음)

억울하다는 건 사실 농담이다.(웃음) 피아노를 연습한 건 역할에 몰입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곡이 굉장히 좋아서 연습해보고 싶었던 느낌도 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인데, 너무 좋아하는 곡이라 지금까지 듣고 있다. 원래 피아노는 바이엘 상권까지 배운 수준이다. 도미솔까지 치는 정도.(웃음) 편집이 된 건 아쉽지만 영화를 보고나니까 쓸모없는 장면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리듬감을 위해선 없는 편이 더 나았다.

 

- ‘공조’ 때와 마찬가지로 돈을 찍어내는 ‘동판’ 때문에 또 사건이 벌어진다.(웃음) 뭔가 반가웠을 것 같다.

‘공조’를 찍을 때 “또 동판이네...” 싶었다. 그런데 굳이 그런 것 때문에 캐릭터를 하기 싫다거나 그렇지는 않다. ‘공조’ ‘석조저택 살인사건’ 두 작품 다 시나리오가 좋았고, 무엇보다 악역이라서 하고 싶었다. 아시다시피 예전에는 로맨틱코미디 같이 비슷비슷한 것만 찍었다. 그때는 연기가 변화가 없어서 심심했다.(웃음) 그런데 지금은 전과 달리 악역도 많이 들어온다. 연기도 또 재밌어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 그럼 혹시 영화에서처럼 돈을 찍어낼 수 있는 동판이 있다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본 적 있나?

아마... 엄청 찍어낼 거다.(웃음) 그런데 계속 배우는 할 것 같다. 대신 돈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으니까 더 편하고 즐겁게 촬영할 수 있지 않을까. 돈이라는 게 사실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부분이다. 특히 씀씀이 줄이는 게 참 힘들다. 처음부터 늘리지 않는 게 좋은 건데, 내 매니저들은 그러지 않아서 많이 혼낸다.(웃음) 괜히 좋은 거 사먹여서 눈만 높아진 것 같다.

 

-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고수와 심리싸움부터 격렬한 몸싸움까지 벌인다. 케미는 어땠나?

고수가 되게 진지한 친구다. 연기에 대해서 고민하고 더 나은 부분을 찾고자 노력한다. 얼굴도 마구 망가뜨리고, 목소리도 우스꽝스럽게 바꾸고 그랬다. 아마 나 잘났다고 혼자 연기하는 친구면 싫었을 텐데, 호흡까지 잘 생각하는 좋은 배우다. 현장에서 까불까불한 나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웃음) 그런데 같이 액션 하는 건 너무 힘들었다. 힘이 장사다. 나도 운동 좀 하고 그래서 묘하게 자존심 힘싸움이 있기도 했다.(웃음) 물론 상대를 방해하지 않는 수준에서의 얘기다.

 

- 이젠 로맨틱코미디 이미지는 물론, 악역까지 섭렵한 ‘명품 배우’다. 스스로 연기를 바라보는 자세와 생각을 들어볼 수 있을까.

나는 내 자신을 칭찬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언젠가는 내가 마음에 들만큼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100점짜리는 없는지도 모른다. 나는 90점을 향해 달려가는 배우다. 지금은 50점 정도 되려나?(웃음)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안주하지 않으려는 체력과 정신력은 꼭 필요한 것 같다. ‘이 정도만 연기하면 다들 좋아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늘 조금이라도 바뀌기 위해 노력하겠다.

 

- ‘석조저택 살인사건’ 예비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

솔직히 흥행이 많이 중요한 건 아니다. 요즘 영화 시장도 그렇고, 또 연휴가 끝날 때 쯤 개봉하다보니 성적에서 손해를 많이 볼 것 같다. 하지만 이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당당히 추천드릴 수 있는 작품이다. 그 분들이 다 보시면 200만 정도는 되지 않을까.(웃음) 재밌게 즐기셨으면 좋겠다.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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