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클로젯’ 김광빈 감독은 이번 영화에 서양의 오컬트적 장르에 한국적 정서를 담아내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검은사제들’ ‘곡성’ 등 유사 영화들이 선보여진 바, 악귀와 맞서는 이야기 자체로는 신선함을 주지 못한다. 어떻게 기존의 것들과 차별점을 두고 새로움을 안겨주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다.

‘클로젯’은 이사한 새집에서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나선 아빠 상원(하정우)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 경훈(김남길)이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하정우가 ‘곡성’의 효진이를 찾아 ‘콘스탄틴’ 김남길의 도움으로 ‘나니아 연대기’로 향하는 벽장을 넘어 악귀와 맞서는 이야기다. 그만큼 기존 작품들의 요소와 유사한 지점들을 갖는다. 하지만 단지 클리셰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것저것 참고한 자료를 잡탕처럼 우려냈지만 ‘클로젯’만의 맛은 분명 맛있다.

# 1PICK : 장르 영화지만 놓치지 않은 미장센

오컬트 작품으로서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간중간 보이는 뛰어난 미장센은 오컬트의 색을 새롭게 칠했다. 하정우가 연기한 상원은 사고로 아내를 잃고 혼자 딸을 키우며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그의 불안한 심리를 표현하는 날카롭게 조각난 이미지들이 인상적이다. 또한 후반부 딸을 찾아 향한 판타지적 공간에서는 그로테스크한 느낌으로 영화를 풍성하게 꾸며주며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 2PICK : 몰아치는 서스펜스 속 깨알 유머

미스터리 영화답게 악귀의 등장과 사라진 딸을 찾는 여정은 긴박감을 전해준다. 끓는 점까지 오르는 시간이 적지는 않지만 한번 도달하니 팔팔 끓어오른다. 코미디 영화로 만나지 못해 아쉽다는 하정우, 김남길 두 배우는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영화를 적당히 식혀주며 맛있게 먹을 온도를 유지시켜준다. 곳곳에 숨어있는 웃음 포인트가 숨고를 틈을 마련하면서 관객이 다음 서스펜스를 맞을 힘을 비축하게 만든다. 

# 3PICK : 한국적 정서? 감상주의는 아쉬워

기존 오컬트 작품과 차별화하려 노력한 구마의식, 판타지적 공간과 액션이 가미됐고, 적절한 유머와 미장센도 영화를 개성있게 만들어준다. 여기에 감독의 말대로 영화는 한국적 정서를 담아내려 시도했다. 그 한국적 정서란 잃어버린 딸을 찾으려 노력하는 아버지의 부성애와 어른들의 무관심에 버림받은 아이들의 안타깝고 슬픈 현실이다. 공포와 서스펜스로 치장해 영화적 재미를 잃지 않으려 했지만, 후반부 지나친 감상주의로 빠진다는 느낌의 아쉬움은 지울 수 없다.

의미있는 주제, 새로운 시도, 코믹과 진지함을 넘나드는 배우들의 연기까지 영화 ‘클로젯’은 어찌보면 너무 많은 것이 담긴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에 다양하게 참고한 레퍼런스들도 많다. 조각조각 이어붙인 작품은 보는 이에 따라 신선한 재미로 다가오거나 클리셰의 연속으로 보이거나,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러닝타임 1시간38분, 15세관람가, 2월5일 개봉.

사진=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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