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독’이 밀도있는 스토리, 현실감 넘치는 인물들로 연일 호평을 받고 있다.

tvN 월화드라마 ‘블랙독’(극본 박주연/연출 황준혁)이 최고 시청률 5.5%를 기록하며 뜨거운 호평 속에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유료플랫폼 전국기준/닐슨코리아 제공)

기간제 교사 고하늘(서현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블랙독’은 학생들의 성장기를 그려온 학원물들과 출발점부터 달랐다. 1회에서는 김영하(태인호)의 죽음으로 교사라는 사회적 책임은 있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기간제 교사들의 뼈아픈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또 고하늘이라는 극중 인물이 왜 교사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왜 조금은 특별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충실하게 설명했다.

고하늘이 대치고에 입성한 2회부터는 정치 지형도를 연상시키는 교내의 알력다툼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교무부장 문수호(정해균)의 조카라는 이유로 고하늘은 낙하산 오명을 썼고, 기간제 교사들 사이에서도 따돌림을 당했다. 이런 고하늘에 대한 편견을 깨고 진학부에 받아준 사람이 바로 박성순(라미란). 입시판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선생님이자 공교육에 대한 사명감을 안고 10년째 진학부를 맡고 있다. 하지만 교내정치의 중심에서 실적 위주인 3학년부 선생님들과 매일같이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도연우(하준)는 교육방송 강의를 맡을 정도로 인기가 좋은 선생님이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파벌에 매일 살얼음판을 걸었다. 투머치토커 배명수(이창훈)는 누구나 한번은 현실에서 만나봤을 법한 넉살 좋은 교사다. 교내권력의 중심에서 비껴나 있지만, 존경에 마지 않는 박성순의 뒤를 묵묵히 사수한다.

등장인물들이 처한 상황만 봐도 ‘블랙독’은 지극히 정적이다. 굳이 학교를 따뜻한 가르침만이 존재하는 환상의 공간으로 설정하지 않는다. 때문에 화면 자체의 채도가 낮아 어둡다는 느낌을 안긴다. 꼴찌 학생이 노력으로 비약적인 성적 상승을 이루는 판타지도 없다. 고하늘이 첫 담임을 맡았던 3학년 5반 진유라가 단적인 예다. 진유라는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의사라는 꿈을 위해 달려가지만, 원하던 한국대에 진학하지 못한다.

공교육이 정말 모두에게 평등한가라는 질문도 던진다. 대한민국 사교육1번지라는 강남에 위치한 대치고라는 특성때문에 더욱 부각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학교 안에 상위권 학생들만을 위한 이카루스라는 심화반이 존재한다. 입시에 치이는 학생들 사이에서 위화감이 조성되며 급기야 자습실 테러사건까지 벌어졌다.

학생들의 시험문제 이의제기에서는 다양한 교사들의 면면이 비쳐졌다. 누군가는 이의제기를 받아들이는 것이 교사 권위를 실추시키는 일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학생들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실에서는 정답만을 가르치지만 결국 교사들 스스로도 눈앞에 닥친 문제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지없이 설왕설래하는 모습이 드러났다. 정교사 채용 역시 같은 맥락이다. 1차 필기 성적만 놓고보자면 고하늘이 압도적인 1등이었지만, 6년간 버텨온 지해원(유민규)의 노력도 쉽게 외면할 수는 없었다.

새 학기 시작부터는 선생의 위치에서 학생을 바라보던 고하늘의 아픈 반성이 그려지기도 했다. 이카루스 교사를 투표로 뽑게 해달라는 건의사항을 신임 교장이 수용했고, 평가받는 입장이 된 선생님들이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학생들에게 시선을 돌리게 됐다. 시청자들조차 언제나 학생을 위한 선택을 해왔다고 믿었던 고하늘조차 황보통(정택현)에게는 답만 강요하는 교사가 됐다.

‘블랙독’이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다양한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분법적으로 좋은 선생님과 나쁜 선생님을 나누지도 않고, 학생이라고 해서 모두 착하고 순수하지만도 않다. 모범생도 성적 앞에 난폭해지고, 학교와 멀어지는 심적 계기가 꼭 비행 때문도 아니라는 현실을 보여준다. 다만 인물들이 갈등을 통해 성장하며 현실을 보다 아름다운 동화로 이끌어나간다.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로코 여신이던 서현진은 어느덧 시청자들의 마음에 고하늘로 인이 박혔다. 조용하고 소심해 보이던 고하늘이 진학부와 대치고에 적응해 나가며 점점 미소를 찾아가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라미란은 지금 당장 교무실에 가서 앉아있어도 위화감이 없을 것 같은 ‘착붙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줬다. 또 냉정하면서도 인간미 넘치고, 때로는 엄마가 되는 박성순을 그려냈다. 이 밖에도 김홍파, 이창훈, 정해균, 조남주, 박지환, 예수정 그야말로 ‘명품 조연’들이 몰입감 높은 스토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밀도 있는 스토리 전개도 시청자들이 꼽는 ‘블랙독’의 매력 포인트다.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안에서 사건들이 전개되지만 그 어떤 장르물보다 박진감이 넘친다. 거의 후반부까지 이어졌던 정교사 채용은 주인공인 고하늘이 기간제의 늪을 빠져나올 수 있을지 호기심을 끌어올렸다. 고하늘의 정교사 채용 탈락 후에는 늘 우직했을 것 같았던 박성순과 황보통 사이의 미스터리가 펼쳐졌다. 2회를 남겨두고는 황보통이 자퇴서를 제출하며 고하늘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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