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흔아홉의 여배우 박정자. 국내 연극계 거목이자 살아있는 전설이다. 트레이드마크인 카리스마 넘치는 동굴 저음으로 무대를 잠식해온 박정자의 진솔한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노래처럼 말해줘’가 6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60년 가까이 연극만을 생각해온 여배우가 들려주는 진솔한 이야기와 음악, 내레이션, 피아니스트와 대화하듯 배치된 곡들은 관객에게 특별한 시간을 오는 16일까지 선물할 예정이다.

‘노래처럼 말해줘’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박정자의 60년 무대 역사를 작품 연대기로, 또 극중 인물로 엮는다. 음악을 따라 공연이 전개되며 박정자는 작품 속 인물로 발언한다.

딸이 사랑하는 남자를 차지하려고 그 남자를 우물에 가둬 죽여버린 엄마, 카페에서 노래하는 늙은 창녀, 남편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총으로 쏴죽인 아내, 아기를 낳자마자 탯줄로 목을 졸라 죽인 아그네스 수녀의 비밀을 끈질기게 싸고도는 원장수녀, 스무 살 어린 남자에게 모든 걸 던진 배우 등 그가 연기해온 대표작들 캐릭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책으로 읽는 게 아닌 객석에서 보고 듣는 배우론 ‘노래처럼 말해줘’는 음악과 영상 등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지는 크로스오버 공연으로 박정자의 60년 연기인생을 담아낸다. 박정자와 오랜 친분을 나눠온 남성매거진 GQ 전 편집장이자 ‘11월의 왈츠’의 작가 이충걸, ‘프루프’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연출가 이유리, 뮤지컬 ‘스위니토드’ ‘레베카’의 무대 디자이너 정승호, 의상 디자이너 진태옥 등 베테랑 스태프들이 드림팀을 구성했다.

또한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 중인 재즈 피아니스트 허대욱이 음악감독 겸 피아노 연주자로 함께한다. 모두 6곡의 노래가 라이브로 연주된다. 영화 ‘페드라’ OST ‘사랑의 테마’, 박정자 독집 ‘아직은 마흔네 살’의 타이틀곡 ‘검은 옷 빨간 장미’, 최백호 ‘낭만에 대하여’, 영화 ‘조커’의 삽입곡 ‘Send in the clowns’이 울려 퍼진다.

▶ 박정자는? 1942년생으로 진명여고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다. 문리대 연극반 시절 ‘페드라’로 연극무대에 데뷔한 국내 연극배우 1세대로 손숙, 고 윤소정 등과 무대를 지켜왔다. 어떤 캐릭터든 '박정자화'시켜 버리는 카리스마와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대중의 경외와 사랑을 동시에 받아왔다.

대표작으로 ‘키 큰 세 여자’ ‘나는 너다’ ‘햄릿’ ‘오이디푸스’ ‘피의 결혼’ ‘위기의 여자’ ‘신의 아그네스’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19 그리고 80’ 등이 있다. 동아연극상, 백상예술대상, 이해랑연극상, 빛나는 이화인상, 삼성행복대상 등을 휩쓸었고 2007년 보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사진=뮤직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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