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다. 이 말이 딱 주디 갈랜드의 일생과 어울린다.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여우주연상, 분장상 후보에 오른 ‘주디’는 전세계인의 영원한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로 기억되는 주디 갈랜드의 이면을 다룬다. ‘앙코르’에서 준 카터가 리즈 위더스푼으로, ‘라 비앙 로즈’에서 에디트 피아프가 마리옹 꼬띠아르로 환생했듯 주디 갈랜드는 르네 젤위거로 다시 탄생했다.

# 1PICK: 르네 젤위거, 주디 갈랜드가 되다

올해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미국배우조합상,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휩쓴 르네 젤위거를 빼고 ‘주디’를 말할 순 없다. 이 영화는 르네 젤위거의 하드캐리 작품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디 갈랜드의 무대를 유튜브 영상으로 보는 듯한 르네 젤위거의 생생한 재현은 그가 왜 오스카 후보인지를 증명한다. 그와 함께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로 올랐던 제시 버클리와의 케미도 눈길을 끈다.

르네 젤위거는 아마 주디 갈랜드의 삶을 이해했을 것이다. 그 역시 ‘브리짓 존스의 일기’ ‘시카고’ ‘콜드 마운틴’으로 할리우드 대표 여배우가 됐지만, 어느 순간 흥행과 멀어졌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듯 했다. 화려한 20~30대를 보냈지만 슬럼프를 겪은 후 어느새 50대가 된 르네 젤위거. 성형 논란까지 시달렸던 그가 할리우드 스타 만들기의 피해자인 주디 갈랜드의 옷을 입은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주디’는 주디 갈랜드의 이야기이지만, 르네 젤위거는 주디 갈랜드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 2PICK: ‘오버 더 레인보우’부터 ‘겟 해피’까지, 주디 갈랜드의 음악 속으로

1939년 빅터 플레밍 감독의 ‘오즈의 마법사’는 전 세대 관객들의 힐링 영화가 됐다. 그 후 100여년 동안 ‘오즈의 마법사’ OST ‘오버 더 레인보우’는 세계 최고의 노래로 자리잡았다. 들으면 기분 좋은 이 노래가 ‘주디’에서는 슬프게 들린다. 바로 주디 갈랜드 때문이다. ‘주디’는 주디 갈랜드의 명곡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보다 주인공의 감정을 담아 새로운 노래로 탈바꿈한다.

47세의 짧은 생을 마감한 그의 마지막 런던 콘서트 장면은 마치 공연 실황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카메라는 르네 젤위거의 정면을 찍으며 스크린 가득히 배우의 얼굴이 보여지게 했다. 그 방법이 주디 갈랜드라는 캐릭터의 감정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한다. 수많은 명곡 퍼레이드와 함께 르네 젤위거가 에드 시런과 함께 부른 OST ‘겟 해피’를 ‘주디’에서 다른 버전으로 들을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 3PICK: 할리우드 드림의 이면, 누가 ‘천재’를 망쳤나

주디 갈랜드는 1900년대 초반 아역배우들을 배출해내는 할리우드 시스템의 피해자 중 한명이다. 셜리 템플 등 아역배우들은 영화사들의 간섭하에 철저히 계산된 시스템을 수행해야했다. 주디 갈랜드는 일생을 약과 함께 지냈으며 우울증에 걸리는 건 물론,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다.

그의 주변엔 그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걸 ‘주디’는 보여준다. 하지만 주디 갈랜드에겐 가족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주디’는 스타 탄생의 명과 암을 드러내며, 주디 갈랜드가 힘든 현실을 부정해도 자신이 설 곳은 무대뿐이라는 걸 알린다. 영화는 파란만장했던 주디 갈랜드의 삶, 르네 젤위거의 명연기, 실황 같은 런던 콘서트 장면 등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러닝타임 1시간 58분, 12세 관람가, 2월 26일 개봉.

사진=‘주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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