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부터 최종회까지 밀도 높은 서사 전개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tvN ‘블랙독’(극본 박주연/연출 황준혁)이 4일 종영했다. 박성순(라미란), 고하늘(서현진)이 속해있는 진학부 시점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뤘지만 누구 한 사람을 꼽을 필요도 없이 대치고 선생님을 연기한 배우들의 열연이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특히 대치고에서 6년째 정교사를 희망하며 기간제 교사로 지내고 있는 지해원(유민규)은 심리적인 압박감을 유려하게 표현해내며 눈길을 끌었다. 모델 출신의 유민규는 이민기, 성준, 김명수, 이현재 등이 출연한 ‘닥치고 꽃미남밴드’로 본격적인 연기활동을 시작해 ‘주군의 태양’, ‘7일의 왕비’, ‘명불허전’ 등으로 시청자에게 각인됐다.
“중후반부에 먼저 나오게 됐지만나오기는 했지만 좋은 선배님들과 스태프들과 일하게 돼서 행복했다. 마지막 촬영을 가고 싶기는 하지만 오지 말라고 하더라. 지해원 캐릭터를 많이 사랑해주셔서 시청자분들께 감사했던 시간이었다”
‘명불허전’ 이후 2년간의 공백이 있었던 유민규는 지해원에게 누구보다 공감했다고. 정교사 전환이 간절하던 지해원만큼이나, 유민규는 공백기 동안 새로운 작품에 대한 갈증이 컸다고 털어놨다.
“작품 준비하면서 선생님들을 인터뷰할때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기간제 선생님들이 제일 힘든 게 겨울방학하고, (다른 학교에) 지원서를 넣고 나서라고요. 다른 학교에 계약이 되지 안 될지 모르니까요. 그 겨울이 제일 힘들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생각했던 선생님의 삶이랑은 좀 다르기는 했어요. 저 역시 미팅이나 오디션을 했을때 입시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부분이 닮지 않았나 했어요”
하지만 캐릭터에 공감한다고 금방 연기에 몰입할 수 있는 건 아니였다. 촬영을 준비하며 특히나 어려웠던 게 인강(인터넷 강의)였다고. 선생님 역이다보니 수업 진행하는 장면은 불가결한 요소였고, 유민규도 그렇게 하나씩 준비해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참고 자료를 촬영팀에서 주셨어요. 인강이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 강연을 하는것 자체가 너무 어려워서 조금 더 쉽게 풀어서 하려고 상의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수업하는 장면은 없었지만 세상에서 이제까지 했던 것 중에 제일 힘들었던 거 같아요. 칠판 앞에 서서 누구를 가르친다는 게. 가르치는 사람은 대단하구나 싶었어요. 판서도 힘들었죠. 미술 조감독님이 글씨를 또 워낙 잘 쓰셔서. 반은 미술감독님이 써주셨고, 반은 제가 쓰고 그런 식이였어요”
고하늘과 유민규는 결과적으로 대치고 정교사가 되지 못했다. 어찌보면 현실적이지만, 지해원을 연기하며 마음 속으로 응원해온 유민규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만도 했다.
“낙하산이 (정교사가 되면) 어떨까 싶기도 했어요. 근데 저는 또 지해원을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6년 동안 고생을 했잖아요. 마지막 대사를 할 때, ‘6년 동안 힘들었다’하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아무도 정교사가 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미리 듣기는 했었어요. 둘 중 한 명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놀라기도 했죠. 실제로 낙하산의 존재를 아무도 모르고 있었어요. 당사자도 몰랐다더라고요”
주로 트렌디하고 밝은 캐릭터를 연기해온 유민규에게 ‘블랙독’은 여러모로 도전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공백기 동안 사회에 나가 배우 유민규가 아닌, 아르바이트생 유민규로 살아왔기에 촬영장으로 돌아온 마음가짐이 남달랐다.
“공백기가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어요. 사람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으니까요. 1년은 미팅하고 다음 작품을 준비했는데 오히려 그게 더 힘들더라고요. 이렇게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스시집 알바를 했어요. 처음에 3개월은 솔직히 좀 힘들었어요.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근데 3개월쯤 됐을 때는 ‘내가 뭐라고, 사람 살면서 다 힘들고 다 일하면서 살고, 뻗대면 안되겠다’ 싶더라고요. 다시는 내가 작품을 못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불안을) 극복을 했던 거 같아요”
때문에 ‘블랙독’이 유민규에게 더욱 특별할 수 밖에 없었다. 실제 캐스팅된 이후에도 소속사 관계자에게 별도로 언질을 하지 않아, 리딩을 몇번이나 참석하는 동안 초심을 다졌다는 후문.
“캐스팅 된 줄도 모르고 있었어요. 그때의 기분은 말로 설명을 못할 거 같아요. 리딩을 몇번 가기는 했었는데 확답을 못들었어요. 알고보니 캐스팅된 상태로 간 거였더라고요. 저는 몰랐거든요. 전체 리딩 하기 2주 전에 감독님이 ‘잘해보자’고 하시길래, 나와서 (소속사) 실장님한테 전화해서 ‘진짜 된 거냐’고 물어봤죠. 제가 긴장이 풀릴까봐 말을 안 해주셨더라고요. 오히려 그게 도움이 됐던 거 같아요. 정말 열심히 준비를 했으니까 더 거기로 빨려들어가지 않았을까 생각이 되더라고요”
사진=매니지먼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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