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드라마 ‘기억’(tvN)과 ‘욱씨남정기’(JTBC)의 금토 안방극장 격돌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25일 방송된 tvN 드라마 ‘기억’은 4회 시청률 2.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방송의 3.552%보다 다소 하락한 수치이다. 반면 JTBC 드라마 ‘욱씨남정기’ 역시 4회 시청률 2.4%를 기록하며 지난 회 시청률 1.9%보다 상승했다. 

지난 18일 나란히 첫 방송된 ‘기억’과 ‘욱씨남정기’는 1회에서 각각 3.2%, 1.08%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4회에서는 격차를 좁히며 흥미진진한 시청률 대결을 펼치고 있다.

 

 

‘기억’은 드라마 ‘미생’에서 깐깐하지만 맘씨 좋은 오과장 역할을 훌륭히 소화하며 대중의 뇌리에 깊게 박힌 연기자 이성민이 변호사 박태석으로 분했다. 이성민은 알츠하이머를 선고 받고 삶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려 노력하는 캐릭터를 연일 최고의 연기로 빚어낸다. 시청률 고공행진의 주축이다.

‘기억’의 특징은 요즘 드라마 트렌드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드라마는 빠른 속도감과 쉴 틈 없는 긴장감을 특징으로 하지만, ‘기억’은 느릿한 호흡의 연출이 두드러진다. 게다가 알츠하이머라는 가볍지 않은 소재로 시청자에게 집중을 요구한다.

정물화처럼 여유롭게 고정된 화면 속에서 홀로 바삐 움직이는 박태석의 모습은 조급해 보인다. 그에 따라 박태석의 감정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자신의 병에 대해 좌절하는 한편, 재벌 기업의 하수인 노릇을 자처하며 얻은 승리에 환호하기도 한다. 그 시간에도 세상은 변화 없이 고정된다. 그래서 시청자가 바라보는 박태석의 행동은 늘 부질없다.

알츠하이머로 조금씩 과거의 기억이 지워지는 박태석의 모습은 과거에 집착하다 무너진 현대인을 그린다. ‘기억’을 바라보는 시청자는 스스로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듯 엄숙해진다. 최근 트렌드에 반하는 ‘기억’의 모습에 시청자는 연일 환호한다. '기억'의 시청률 행진 비밀은 바로 이 객관성이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짠내 가득한 ‘기억’과 달리 ‘욱씨 남정기’는 제대로 웃기는 코믹극이다. 화장품 회사를 배경으로 욱하는 성격의 여자 상사 옥다정(이요원)과 소심한 사원 남정기(윤상현)가 펼치는 갑과 을에 대한 드라마다.

'미생' '송곳' 등 많은 드라마에서 을에 대한 이야기를 다소 처량하게 그렸다면, ‘욱씨남정기’는 최대한 유쾌함을 살렸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던 배우 유재명과 김선영이 극에 웃음을 더하고, '미생'에서 마부장 역할로 국민 밉상이 되었던 손종학의 연기도 일품이다.

‘욱씨남정기’는 빠른 속도감과 끊이지 않는 웃음, 훈훈한 매력의 배우들이 특징이다. 언제나 갑의 횡포에 당할 수밖에 없던 을이 유쾌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제대로 연기한 배우들의 열연은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말라’는 희망을 전달한다.

눈물과 감동을 자아내는 감성극 ‘기억’, 유쾌한 웃음으로 지친 마음에 활력소 역할을 하는 ‘욱씨남정기’. 시청자들은 어떤 드라마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일까. 두 작품의 시청률 전쟁은 앞으로도 뜨거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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