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술센터에서 일본 현대희곡들을 만나볼 수 있는 낭독공연이 펼쳐진다.

사진='다스 오케스터' 공연 장면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한일연극교류협의회와 공동 주최하고, 일본의 일한연극센터와 협력한 '제9회 현대일본희곡낭독공연'을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선보인다. 3일간 하루 한 편씩, 총 3편의 일본 현대희곡을 국내 관객에게 소개한다.

올해로 9회를 맞이한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은 일본의 최신 연극을 만날 수 있는 장으로, 연극인들은 물론 국내 관객에게도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에 소개될 현대일본희곡은 최근 5년 동안 일본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엄선됐다. 일본 극작가의 세대적 특징을 비롯해 퍼포먼스 중심으로 흘러가는 현대연극의 또 다른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관객과 가장 먼저 만날 작품은 극작가 노기 모에기의 '다스 오케스터'(번역 이홍이, 연출 정진새, 21일)다. 요미우리 연극대상 우수작품상과 우수연출가상을 수상하는 등 일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노기 모에기는 역사적 사실이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대담한 상상력 발휘해 극을 전개한다. 농밀한 인간관계가 자아내는 긴장감 높은 대화극을 주로 집필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그 밤과 친구들' 공연 장면

이번에 소개될 '다스 오케스터'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행위인 예술과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행위인 정치가 만든 불협화음으로 위기에 빠진 오케스트라에 대한 이야기로, 이로운 행동을 바탕으로 한 예술과 정치의 충돌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이튿날 무대에 오를 희곡은 극작가 야마모토 스구루의 '그 밤과 친구들'(번역 이지현, 연출 민새롬, 22일)로 제62회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야마모토 스구루는 평이하고 일상적인 언어를 구사하면서도 관객의 윤리관을 흔들어 놓는 작풍으로 주목받는 일본의 젊은 극작가다. 

배우의 움직임과 문자, 빛, 그림자, 사진, 색 등을 조합하는 연출이 특징이다. 방콕 시어터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각본상과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아시아권에서도 활발하게 공연과 공동 제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5년 전 한 친구의 커밍아웃으로 서서히 멀어진 대학 친구 3명의 이야기를 다룬 '그 밤과 친구들'은 이 시대에 만연한 혐오와 사람 사이의 어려운 소통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사진='버스' 공연 장면

마지막 작품은 지난 2015년 극단 골목길과의 교류를 계기로 국내 무대에 올랐던 연극 '버스(birth)'(번역 손상희, 쯔카구치 토모, 연출 박근형, 23일)다. 작품을 집필한 극작가 시라이 케이타는 사회적 문제를 소재로 한 연극은 물론 영화, 소설 각색부터 연출, 연기 등 폭넓은 활동을 이어왔다. 또한 5년 전 '버스'가 한국에서 공연된 것을 계기로 한국사를 다룬 작품들을 직접 쓰고 연출하기도 했다. 이번에 낭독공연으로 국내 관객에게 소개될 '버스'는 보이스 피싱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려던 인물이 어린 시절 생이별한 친모에게 전화를 걸게 되어 생긴 갈등과 위기를 그린 메타드라마다.

이외 '제9회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에서는 일본의 현대 희곡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부대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각 공연 직후에는 작가와 연출 그리고 관객이 함께 이야기 나누는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된다. 특히 마지막 날인 23일 17시 30분에는 '한일연극교류의 미래'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개최된다. 

정치·경제적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된 상황 속에서도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지속적인 교류가 필요하다는 민간의 뜻이 합쳐져 기획됐다. 이번 심포지엄은 이성곤(연극평론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사회로 고주영(기획자), 시라이 케이타(작·연출가), 장지영(국민일보 기자), 오타 아키라(일한연극교류센터 사무국장) 등 전문가 4인이 그동안의 한일연극교류의 효과와 한계점을 짚고, 향후 양국 현대 연극의 새로운 접점을 고민한다. 낭독공연을 관람한 관객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제9회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은 남산예술센터 누리집을 통해 예매가 가능하며 공연은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일요일 오후 3시에 각각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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