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이 오스카 92년 역사의 새로운 발자취를 남겼다. 10일(한국시각)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총 4관왕에 올랐다. 봉준호 감독이 말한 “오스카는 로컬 시상식”은 이제 옛말이 된 듯하다.
‘기생충’은 오스카 역사상 최초로 외국어영화 작품상 수상작이 됐다. 오스카 92년 역사동안 미국 영화(제작 포함)가 아닌 다른 나라 작품이 작품상을 받은 건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기생충’은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오스카가 왜 ‘기생충’에게 무한한 영광을 선사한 걸까.
지난해 오스카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를 외면했다. ‘로마’는 강력한 오스카 작품상 후보였지만 아카데미 회원들은 흑인 인종차별 이야기를 다룬 ‘그린 북’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오스카는 또 다시 다양성 논란에 휩싸였다. 그동안 오스카는 인종차별, 여성차별 문제의 중심에 섰다. 여기에 비영어권 영화에 대한 문제까지 추가됐다.
아카데미 회원 절반이 50대 이상 백인 남성이어서 올해도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이 작품상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1917’은 작품성이 뛰어나지만, 전쟁영화 등 아카데미 회원들이 좋아할 요소가 가득했다. 골든글로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미국제작가조합상(PGA) 작품상을 휩쓸어 ‘1917’은 ‘기생충’을 이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기생충’은 ‘1917’을 밀어냈다. 오스카 직전까지 온라인, SNS에선 ‘기생충’ 대세론이 떠올랐고 오스카도 이를 외면하지 못했다. “참으로 시의적절하구나”라는 ‘기생충’ 대사처럼,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은 시의적절했다. 아카데미는 지난해 ‘로마’의 수상 불발, 감독상 후보에 여성 감독이 없다는 점, 백인 배우들만 배우상 부문에 후보로 오른 것 등으로 올해 시상식 전까지 비난을 받았다. 오스카는 변화가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기생충’의 이번 작품상 수상은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인생은 아름다워’ ‘와호장룡’ 등 대작들도 해내지 못한 비영어권 영화의 작품상 수상, 역사상 단일 영화로 개인 최다상(봉준호, 4개), ‘마티’ 이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오스카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쥔 역사상 두 번째 영화 등 수많은 기록들을 세웠다.
‘기생충’이 오스카 작품상을 탈 수 있었던 건 아카데미 회원들의 지지가 컸다. 오스카 작품상 투표 방법은 다른 부문, 다른 시상식과 차이를 보인다. 후보에 오른 작품들을 1위부터 꼴찌까지 적어야하며, 1차 선정시 1위표를 가장 많이 받은 작품이 과반수를 넘지 못하면 소수의견의 2순위로 투표수를 더하고 반복해 득표율 50% 넘긴 영화에 작품상을 준다.
할리우드 영화인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기생충’은 투표시 1위는 물론, 2위에도 많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무대에 오르기만 하면 모든 영화인들이 기립박수를 보낸 것도 ‘기생충’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그러면 오스카가 이제 다양성을 추구하기로 마음먹은 걸까. 그건 확신할 수 없다.
3년 전, 오스카는 역사상 최초로 남녀조연상에 흑인 배우를 선정했다. ‘문라이트’의 마허샬라 알리와 ‘펜스’의 바이올라 데이비스가 그 주인공이었다. #OscarsSoWhite라는 비난을 받고 난 이후의 결과였다. 그 이후 오스카는 다시 원상복귀하는 것처럼 보였다. 올해만 해도 백인 배우들이 배우상 부문을 모두 차지했고, 2010년 ‘허트 로커’의 캐스린 비글로우가 여성 감독 최초로 감독상을 받은 이후 감독상 후보에 오른 여성 감독은 ‘레이디 버드’의 그레타 거윅이 유일했다.
할리우드 내 남성 감독과 백인이 많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또한 작품성과 배우의 연기에 따라 후보가 정해져 어쩔 수 없이 다양성을 잃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올해 작품상, 감독상 후보만 봐도 누구 하나, 어느 작품 하나 빠질 수 없는 라인업이었다. 마틴 스콜세지와 쿠엔틴 타란티노를 뺄 순 없지 않나.
아카데미는 여성, 다인종 등 다양한 회원들을 모으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문라이트’ ‘셰이프 오브 워터’ ‘그린 북’ 등 사회적 약자들을 그린 영화에 손을 내밀었다. 그중 오스카가 좋아하는 요소들이 담긴 영화들도 있었지만 기존과 다른 선택이었음은 틀림없었다.
또한 변화 시도의 결과 중 하나가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이다. 내년에도 오스카가 비영어권 영화에 상을 준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생기려면 몇 년 아니 수십년이 걸릴 수 있다. 많은 논란에 시달리고 비난을 받는 오스카지만, 올해는 변화의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보여줬다고 확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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