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을 살인이라 부를 수 없는 간병살인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1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간병살인을 선택해야 했던 사람들과 어려움에 처한 간병가족의 고백이 전해졌다. 한 여성이 차 안에서 자살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남편이 신고를 했고 형사는 “외진 곳이라 어떻게 알았는지 연락을 해왔더라”고 전했다. 그 장소로 가기 위해서는 복잡한 고속도로를 거쳐 가야했다. 그 장소를 여성이 자살 장소로 선택한 걸까. 그곳을 남편은 어떻게 알았을까.

상당한 재산까지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내. 남편에 대한 의심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경찰의 추궁이 이어지자, 전날 남편은 아내가 자살하는 걸 도왔다고 고백했다. 이들에겐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그날 이후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제작진은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지금 어느 정도 힘들었냐고 물으면 구체적으로 말하기 힘들다”고 했다.

2014년에 남편의 고통은 시작됐다. 남편은 “아내에게 병이 생겼다. 아내가 ‘나는 이제 끝났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아내는 유방암 3기를 받았다. 막내딸도 병이 있었다. 한 차례 수술 뒤 팔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을 받은 아내는 남편에게 죽을 자리를 찾아달라고 했다. 남편은 “경찰서도 한 번 갔었다. 애 엄마가 극단적 선택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냐고. 경찰이 잘 다독거려주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남편과 아내의 여정은 다음해 10개월까지 이어졌다. 매번 드라이브를 한 다음에는 아내를 달랬다는 남편. 하지만 그날은 아내 홀로 떠났다. 남편은 “아내가 1분이 지옥같다고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남편처럼 여러 가족을 돌보는 사람을 다중간병인이라고 부른다. 선천성 뇌병변이 있는 막내딸은 “후회하지 말고 살라는 녹음이 있었다”며 엄마가 스스로 죽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남편의 변호인은 “자살방조죄가 벌금형이 없고 징역형밖에 없다. 최선이라고 하면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받는 거다”고 말했다. 법원도 남편의 선택과 처지를 안타까워했다. 변호인도 “남편처럼 선택할 수 있었을까. 저는 다른 선택은 없었을 거라고 봐요”라며 공감했다. 가정에서 돌봄 받는 환자는 100만명, 그리고 간병하는 가족의 54%가 우울증을 호소한다. 그리고 간병살인이 일어나고 있었다.

환자가 죽게 가족이 도와주거나, 간병인과 환자가 같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걸 간병살인이라고 한다. 계획적인 살인보다는 우발적인 범행이 많았다. 한 기자는 “외형적으로 패륜범죄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들이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다”고 전했다. 간병살인 가해자 중 상당수는 살해 뒤 자살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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