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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재범, 14년차 '베테랑 신인' 턴.턴.톡

2005년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한 이후 '쓰릴 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마마돈크라이' '스모크' ‘나쁜 자석’ ‘빨래’ 등 뮤지컬, 연극무대에서 섬세하면서도 몰입도 높은 연기력을 뽐내왔다. 어느덧 '연기의 신'으로 불리는 위치에까지 섰다.

14년차 베테랑이 ‘신인’의 꼬리표를 달았다. 김재범(38)을 지난 12일 그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연기의 신이라는 별명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그로부터 순수의 향기가 풍겨났다.

 

 

"그게 완전 별명은 아니다. 가끔 어떤 분들이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부끄럽다. 처음에 그렇게 써 주셨던 분에게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다. 사실 연기를 잘하는 분들은 굉장히 많다. 연기를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매력이다. 내가 생각했을 때 내 강점은 진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이 말을 왜 하는지, 왜 이렇게 움직이는지를 납득할 때까지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오만석, 이선균, 문정희, 변요한, 김고은, 박정민 등과 한예종 연기과 동문이기도 한 그는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는 통 얼굴을 보기 힘든 배우였다. 연극과 뮤지컬만 오갔던 그지만 어렸을 때 꿈은 영화배우였다고 의외의 고백을 털어놓기도 했다.

"어렸을 때 배우라는 직업을 접할 수 있는 건 영화나 드라마밖에 없었다. 그래서 막연하게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다. 학교에서는 연극 위주로 가르치니까 '아 나는 연극배우가 되어야겠다' 싶었다. 그러다가 군대를 제대하고 나니까 친구들이 '지하철 1호선'이라는 뮤지컬을 하고 있더라. 그걸 보고 '어 나도 해 봐야지'싶어서 했는데 운 좋게 붙었다. 그때부터 그냥 뮤지컬을 하게 된 것 같다. 내가 특정 장르의 배우라는 생각은 안 한다. 어떤 종류든 다 해보고 싶다. 영화 제의는 언제든지 받고 있다. 이거 꼭 써 달라. 제의가 들어오면 바로 달려가겠다.(웃음)"

 

 

그는 최근 생애 첫 영화 '마차타고 고래고래'(감독 안재석)를 찍었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마차타고 고래고래'는 고등학교 시절 밴드부 멤버였던 네 친구가 어른이 되어 '1번 국도'라는 밴드를 재결성한 후, 어린 시절 꿈꿨던 뮤직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떠나는 신나는 청춘 버스킹 영화다. 국내 최초로 뮤지컬과 영화 동시 제작에 나서 화제가 된 작품으로, 뮤지컬 '고래고래'의 공연에 이어 뒤늦게 영화 버전이 정식 개봉하게 됐다.

김재범은 영화에서 밴드 1번 국도의 베이시스트 병태 역을 맡았다. 그는 영화에서는 스스로를 '신인'이라고 소개하며 소탈하게 웃었다. 그의 말대로 김재범은 스크린에서는 거의 '초면'이나 다름없다. 영화에 도전하는 베테랑 배우로서 어떤 고충이 있었는지가 자연스레 궁금해졌다.

"무대는 오래 했으니까 이렇게 하면 되겠다, 하는 감이 있다. 근데 영화는 처음이니까 감이 잘 안 오더라. 대사 톤도 더 자연스럽게 해야 하는지, 힘을 좀 더 줘야 하는지 개념이 안 잡히더라. 계산을 전혀 할 수가 없었다. 그냥 그 상황에 최선을 다해서 했다. 처음 촬영할 땐 깜짝 놀랐다. 아무 생각 없이 움직였더니 화면에서 나가버리더라. 말을 하면 목소리가 겹쳤다. 거기다 똑같은 장면을 여러 번씩 한 시간 넘게 찍더라. 물론 연극도 연습하면서 반복을 많이 하지만, 영화는 딱 한 장면만 계속 반복해야 하니까 힘들더라. 첫날엔 그래서 마음이 좀 복잡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차타고 고래고래'의 촬영이 매우 즐거웠다고 밝혔다. 일을 한다기 보다는 쉬러 가는 느낌이었다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내용 자체가 사실 그렇잖나. 버스킹하고, 술 마시고, 얘기하고, 놀고. 첫 장면에서 축가 부르는 것도 축하 겸 노는 거다.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 빼고는 다 그냥 노는 느낌이었다. 주변 경치도 너무 좋았고. 촬영하면서 대기해야 하면 좀 지루할 수 있는데 안 그랬다. 강가에 의자 하나 두고 두 시간 동안 앉아 있으면 휴식을 취하는 기분이 들었다."

캐릭터 분석에 공을 많이 들이는 배우로 유명한 그는 확실히 재능보다 노력을 중요히 여기는 노력파로 보였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 끝없이 자문하고 1년 내내 공연과 연습을 쉬지 않는 모습을 보다 보면 '소'처럼 일하는 배우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의 다작은 김재범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고마운 이야기지만, 본인으로서는 힘들 수도 있는 일이었다.

"대본을 많이 보는 스타일이다. 쉬려다가도 문득 생각나는 부분이 있으면 대본을 다시 보게 된다. 누워 있으면 쉬는 거라고 생각한다. 쉬면서 대본 본다. 평소엔 일하느라 못 쉰다. 욕심이 있는 것 같다. 매 작품을 만날 때마다 이번에 안 하면 영원히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포기할 수가 없다. 나도 사람인지라 하다 보면 힘들다. 다음엔 이러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대본이 오면 또 마음이 바뀐다. 휴식 계획은 아직 없다. 생각은 하지만 계획은 안 세운다."

 

 

쉴 때는 만화책이나 영화를 주로 본다는 김재범은 '원피스' '더파이팅' 베르세르크' '데스노트' '간츠'등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다는 그는 배우가 안 됐으면 만화가가 됐을 거라고 밝히기도 했다. 예전과 지금의 김재범을 비교했을 때 가장 발전했다고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 그는 '노래'라는 대답을 꺼냈다.

"카세트테이프에 노래를 녹음하곤 했는데, 그때는 내가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나중에 들어보니까 노래를 너무 못하더라. 지금 기억으로는 나는 과거에도 잘 했을 것 같은데 타임머신 타고 10년 전으로 돌아가서 공연 보면 '귀엽네 저거'이럴 것 같다. '오구오구 이걸 보여주고 싶었어?' 하면서. 말하다 보니 갑자기 (옛날의 내 모습이) 보고 싶다."

당시 즐겨 부르던 노래를 묻자 넥스트의 '날아라 병아리'를 꼽기도 했다. 이유는 단순히 '부르기 좋아서'란다. 김재범은 자신이 굳이 나서서 모험을 거는 타입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신중하고 노력파이며 서글서글하게 웃을 줄 아는 그이지만 가장 하고 싶은 역은 악역이라고 털어놓았다.

"안 그런 것 같은데 나쁜 그런 역을 하고 싶다. 겉으론 아닌 척하는데 나쁘거나, 아니면 아예 나쁘거나. 어쨌든 악역. 평소에 못하는 거라 그런 것 같다. 대리만족 같은 거다."

 

사진 제공=아시아브릿지컨텐츠

 

 

인턴 에디터 진선  sun27d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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