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 ‘그링고’는 한순간에 모든 걸 잃게 된 한 사람을 통해 선함이 악함을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여기에 데이빗 오예로워, 샤를리즈 테론, 조엘 에저튼,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연기 케미는 덤이다.

제약회사에 다니는 해럴드(데이빗 오예로워)는 친구이자 사장인 리처드(조엘 에저튼)와 일레인(샤를리즈 테론)이 회사를 매각하고 자신을 해고하려고 하는 걸 눈치챘다. 여기에 아내 보니(탠디 뉴튼)가 리처드와 바람 핀다고 고백해 해럴드는 한순간에 인생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다.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이 든 순간, 해럴드는 일탈을 감행한다.

제목 ‘그링고’는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이 미국인을 부를 때 쓰는 단어로, 미국인들을 좋지 않게 부를 때 사용한다. 해럴드는 이 영화에 나오는 주요 캐릭터들과 다르다. 이익을 챙기려고 하지도 않고 순수함으로 가득하다. 직장과 가족을 잃으면 모든 걸 잃지 않나. 헤럴드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의 초상이 된다.

‘그링고’의 배경도 흥미롭다. 해럴드는 리처드, 일레인과 함께 멕시코로 향한다. 그곳에서 해고와 매각 사실을 알게 되고 납치 자작극을 꾸미게 된다. 라틴계 국가에서 미국인들을 좋지 않게 부를 때 ‘그링고’를 쓰는 것처럼, 해럴드는 부조리로 가득한 미국의 이면을 멕시코에서 보여준다. 이는 멕시코에서 벌어지는 미국 이민 문제와 연결선상에 있다. 또한 미국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도 담겼다.

해럴드와 처지가 비슷한 인물이 바로 써니(아만다 사이프리드)다. 남자친구가 마약운반책인 걸 모른 채 함께 멕시코로 여행온 그는 해럴드에게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다. 몇몇 사람들이 잘못 행동하는 것뿐”이라며 위로한다. 좋은 회사 다니고, 좋은 집에 살고 있는 해럴드의 마인드보다 써니는 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변화를 이끌어낸다.

깊게 들어가면 정치적이지만, 간단하게 보면 ‘그링고’는 코미디 영화다. 해럴드의 납치 자작극을 통해 여러 사건들이 터지면서 모든 상황이 웃음을 유발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는 상황의 아이러니를 잘 설명해준다. 샤를리즈 테론은 강렬한 여전사 이미지를 잠시 벗고 섹시하고 지적이지만 허점 많은 캐릭터의 매력을 발산하며 영화를 돋보이게 만들어준다.

해럴드가 납치 자작극을 벌인 이후 실제로 마약 카르텔에 연루되는 과정은 설상가상이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그 과정을 따라가는 것도 재미 포인트다 해럴드의 이야기처럼 인생은 늘 순탄하게 흐르지 않는 법. “세상은 좋은 사람에게 보상하지 않나봐”라는 해럴드의 말과 다르게 영화는 좋은 사람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준다. 러닝타임 1시간 51분, 15세 관람가, 3월 5일 개봉.

사진=‘그링고’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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