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만 관객(19일 현재)을 모으며 겨울 극장가를 활보하는 ‘대호’. 일제강점기인 1925년,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와 명포수 천만덕(최민식)의 운명적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CG작업을 통해 생생하게 구현된 조선 호랑이와 완성도 높은 프로덕션으로 찬사를 얻고 있다. 박훈정 감독과의 10문10답 인터뷰.

1. 왜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인가?

- 조선에서 사라진 마지막 호랑이로부터 소재적 매력을 느꼈다. 자료조사 도중 일본군의 호랑이 소탕작전 기념사진을 접했다. 조선인 포수 2명의 넋 나간 어두운 표정을 보며 이들의 심정은 어땠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조선의 마지막 포수로 이어졌고 그러면서 이야기가 발전됐다.

2. 배우 최민식은 한 마리 호랑이처럼 스크린을 장악한다.

- 처음부터 최민식 선배가 출연하지 않으면 영화를 엎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절대적인 존재다. 대호 캐릭터의 위압적인 풍모와 압도적인 에너지를 받아낼 수 있는 배우는 그밖에 없었다. 배우 최민식이 있으면 영화가 깊어진다. 존재만으로 중심이 잡히고 무게감이 느껴진다.

 

 

3. 대호와 천만덕의 만남이 부족하기에 ‘교감’ 면에서 아쉽다는 지적이 있다.

- 둘은 닮아 있고, 서로에게 업인 관계다. 서로에게 아픈 과거다. 만나지 않을수록 좋다. 교감은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거 아닐까. 만나는 횟수가 잦다고 교감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상업영화 트루기로 짜면 그렇게 가야 하나 우리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4. 정만식, 김상호, 정석원, 오스기 렌 등 출연진의 연기가 빛난다.

- 배우들이 작품에 대한 이해가 컸고, 캐릭터에 푹 빠져 있었다. 난 그저 편하게 연기하도록 해주면 됐다.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이 같으면 따로 얘기하지 않더라도 현장에서 그런 연기가 나온다. 특히 김대호씨(호랑이)에게 상을 줘야 한다.(웃음)

5. 만덕의 아들 석이 역 성유빈은 뜻밖의 발견이다.

- 나이대를 올려 인기 아이돌을 캐스팅하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나와 민식이 형이 반대했다. 석이는 무조건 어려야 했다. 첫 등장부터 관객이 미소를 머금을 만큼 내 자식, 조카, 동생 같아야 했다. 오디션장에 처음 나타났을 때 “얘다!”란 느낌이 왔다. 최민식 선배와 함께 대사 리딩을 했는데 정말 잘해내 확신했다.

 

 

6. 프리 프러덕션부터 촬영까지의 과정은 어땠나?

- 국내에는 레퍼런스가 없으니까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공부를 진짜 많이 했다. 이런 작업을 해본 프랑스, 영국, 인도 등 전 세계 영화 관계자들에게 연락을 했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촬영에 돌입했을 땐 추위, 체력과의 싸움이었다. 영하 18도까지 떨어지는 지리산, 속리산 등지에 장비를 이고지고 들어가 5개월간 촬영했다. 겨울산의 추위와 바람은 잊히질 않는다.

7. 후반작업 역시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 1~2개월 동안 편집하고 4개월에 걸쳐 본격적인 CG작업에 매달렸다. 하루를 이틀처럼 썼기에 이 정도 퀄러티가 나왔다고 자부한다. 후반작업 팀은 거의 매일 밤을 새웠다. 내가 제일 많이 한 소리가 “다시”였다. 개봉 일까지 수정을 거듭했다.

8. 그동안 ‘대호’를 둘러싼 악성 루머가 많았다.

- 한국영화에선 전무후무한 작품이므로 처음부터 대다수가 못할 거라 여겼다. “한국 기술로는 안 돼” “해봤자 엄청 티 날 걸” “개봉 못한대” “호랑이 CG가 엉망이라더라” 등 온갖 소문이 나돌았다. “우리끼리 해내서 보여주자”란 오기로 버텼다. 무엇보다 난 촬영·기술·CG팀을 믿었다.

 

9.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각본), ‘혈투’ ‘신세계’(각본·연출) 등 사나이들의 거친 세계를 집중 탐구해왔다.

- 거친 세계의 남자들을 들여다보는 데 흥미를 느낀다. 누아르를 워낙 좋아해 ‘신세계’는 덕후로서 만든 영화다. 성향이 비딱해서 어른들 말씀이나 뉴스를 곧이곧대로 듣질 않고 의심하는 편이다.(웃음) 누아르 장르는 계속 하고프다. 멜로도 도전하고 싶은데 능력이 없어서 만들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10. ‘대호’를 본 관객들이 마음에 담아갔으면 하는 게 있나.

- 처음엔 ‘대호’를 하지 않으려 했다. 작품이 지닌 의미를 내가 온전히 담아낼 수 있을까란 의심 때문이었다. 140억원이 들어간 블록버스터 상업영화이긴 하나 ‘대호’는 단순한 오락영화는 아니다. 한번 보고 소비되는 영화가 안됐으면 한다. 뭔가 곱씹을 수 있는, 여운이 남는 영화이길 바란다. 각자 자신의 시선으로 보겠지만 관람 후 많은 이야기를 나누시기를 원한다.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사진 박미례 redfootba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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